대학마다 고시열풍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얼마 전 보도에 따 르면 올 3월에 실시한 사법시험 1차의 경우 그 응시자가 처음으로 3 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법시험 합격생 숫자를 1000명으로 늘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고시준비 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 그 합격생 숫자는 제한되다보니 짧게 는 3년, 길게는 10년씩 공부하는 예가 허다하다고 한다.
고시열풍의 또 다른 문제는 법대생이 아닌 학생들도 모두 고시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대학의 기초학문 특히 인문학 분야가 위기에 처해 있 다는 점이다.
국가의 먼 장래를 생각할 때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고시 과열양상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점을 시정하여야 한 다고 본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의대, 법대, 경영대와 같 이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과정이 모두 대학원에 배치됨으로써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시제도의 시행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대학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젊은이들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때 개혁과제로 검토되었던 법과대학원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시에만 너무 오래 매달리는 경향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하거나 연령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해 봄직하다.
시 험과목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거니와 고시제도란 국가가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이 제도를 통해 배출되는 인재는 우리나라의 입법, 행정, 사법 각 분야에서 자신이 장차 담당하게 될 업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시험과목의 낙후성으로 인해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면 인재등용 시험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어와 통상법 분야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으 로 생각한다.
이 모든 것보다 더욱 근원적인 것은 아까운 젊은 인재 들이 고시에만 몰리는 잘못된 사회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다.＜김상희 서울고검 차장ㆍ검사장＞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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