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제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은 오히려 이들을 노동시장에서 우선 퇴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2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화시대 노동시장정책’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현재 한국이 ‘젊은 사회’로 분류되지만 2050년이 되면 OECD 국가중 일본 다음의 최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며 “그 때도 고령자들이 우선 퇴장되고, 취업이 가로막힌다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그만큼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나이주의’가 뿌리박혀 있다. 고령층에 대한 차별만이 문제가 아니다. 졸업 후 직장을 찾지 못한 중늙은이들도 수두룩하다. 똑같은 인생시간표에서 일정한 나이에 사회에 발을 내디디지 못하면 순식간에 2류 인생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우리 사회다. 패자부활전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우리사회는 철저히 나이주의에 중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위기 이후 취업 낙방을 거듭하다가 나이제한에 묶여 ‘낭인’처럼 떠도는 청년이 전국적으로 7만여명에 이른다.
나이 차별은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15%가 여성 취업연령을 ‘만 21세 이하’로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 전영역에 고착화된 나이차별은 ‘한국병’에 속하는 고질적인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나이차별이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하다는 데 있다.
‘나이차별 뿌리뽑기 시민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연합 류한승씨는 “나이차별은 일상생활에서 숨쉬고 물마시는 행위처럼 너무나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과거 여자는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경험과 같은 것”이라고 꼬집는다.
국내 노동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같이 연령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미국은 이 법을 통해 취업광고나 이력서, 면접 등에서 나이를 밝히도록 하는 것 자체를 차별로 간주하고 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성공비결은 과감한 선수 발탁과 적재적소에 선수를 투입하는 탁월한 용병술에 있다.
특히 인맥과 학연, 지연 등 관행에 얽매이지 않았던 히딩크가 선후배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선수들에게 호칭을 생략한 채 이름을 부르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를 모델삼아 우리 사회도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채용시험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이제 나이를 묻지 않는 관행이 정착되길 기대한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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