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MF 때 집단적으로 포기했던 상여금을 지급해달라는 근로자들의 소송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당시 자신들이 상여금을 포기했던 것은 자발적인 의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상여금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상여금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되어 있다면 그 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의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임금의 성격을 지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임금체불이 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상여금이 임금에 해당하느냐는 취업규칙 등 관련 규정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지만, 취업규칙 등에는 상여금이 불확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더라도 사실상 일률적, 정기적으로 지급해온 관행이 있다면 그 상여금은 임금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와 학설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다만, 상여금을 포기하는 것에 개별근로자가 동의한 경우 그 동의의 효력은 발생할 것이다.
이미 근로한 대가로서 발생한 상여금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단지 노조와 합의하거나 회사규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1999.4.15, 근기 68207-857; 1997.4.21, 임금 68207-230).
다음으로는 미래에 발생할 근로조건으로서의 상여금을 포기(삭감)하는 경우에는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단체협약을 개정하거나, 회사규정을 노조 또는 근로자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상여금 포기와 관련해 대부분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발생한 상여금을 포기하는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 유효한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동의를 했다면 그 상여금 포기의 효력을 발생한다고 본다. 어떤 근로자는 ‘모두 서명을 하는 분위기’라 본인도 서명을 하게 되었다고 하며 당시 포기한 상여금을 받을 수 없냐고 물어오기도 하는데 그 당시 분위기가 회사의 개입이나 간섭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상여금 포기에 대한 동의는 자발적인 것으로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상여금 포기 동의서에 서명했더라도 자유로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5부(재판장 박시환 부장판사) 재판부는 최근 판결문에서 “사측은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상여금포기 동의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했다고 주장하지만 서명 과정에서 자유롭게 찬・반 의견을 나누고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기획실 직원들이 서명독촉까지 한 것으로 미뤄 사측의 개입이나 간섭 없이 서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실질적인 자발성 여부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됨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상여금을 포기한 동의서가 유효한 것인가는 상여금 포기동의가 얼마나 자발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에서는 상여금을 조정하고자 한다면 해당 종업원들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자발적인 상태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인노무사 정형옥(jho@klc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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