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던가 ‘아줌마’라는 드라마가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인 아줌마 오삼숙이 잘난 체만 하는 기회주의자 남편 장진구 때문에 시종 속을 썩이다가 결국
이혼하고 자녀들과 함께 독립한다는 줄거리였다.
‘아줌마’의 인기비결은 여러가지겠지만 겉 다르고 속 다른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코믹하게 꼬집었기 때문이란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장진구가 뇌물을 바치고 교수가 되는 대목에 이르면 ‘아줌마’는 사회고발 드라마로서도 손색이 없다.
교수 채용비리는 그간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가상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그 교수 채용비리가 현실로 드러났다. 교수신문과 학술·연구·채용 전문 포털사이트인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이 공동으로 실시한 ‘교수임용제도의 문제점 분석과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교수신문 7월8일자에 따르면,전임교수직에 지원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1072명 중 임용과정에서 금전적 요구나 발전기금 기부를 요청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177명(16.5%)이나 됐다. 기부금 요구금액은 5000만∼1억원이 96명으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도 43명에 이른다.
이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실 16.5%라는 비율은 교수채용에 돈이 오간다는 세간의 소문을 확인하기엔 충분하다. 반대로 교수직 매매가 다행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응답자 중 교수임용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매우 공정하다’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또 ‘비교적 공정하다’는 전체 응답자의 겨우 2.8%(30명)인 반면 ‘불공정하다’(‘매우 불공정’도 포함)는 79.3%(850명)였다.
불공정하다고 보는 이유는 복수응답으로,이미 내정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채용절차는 형식에 불과하다(78%·836명),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63.1%·676명) 등이었다. 우리 사회의 못 된 관행이 모조리 등장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채용은 애초부터 학문증진에 힘을 쏟고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할 사람을 뽑자는 게 아닌 셈이다.
교수채용이 지원자의 실력이나 자질보다 학과 선임교수나 학장 총장 이사장 등 교내의 특정 권력자에 대한 복종·충성심 여부로 결정된다면 대학의 경쟁력은 어찌 될 것인가. 아니 이 나라의 장래는 뭐가 되나. 채용과정에서 돈이 오가고,채용된 이후에도 채용에 결정적 도움을 준 교내 권력자에게 발목이 잡혀 있는 그런 자들에게 학문의 증진과 올바른 학생지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교수 채용비리와 전혀 무관한 대학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부패는 쉽게 전염될 뿐 아니라 근절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대학의 자정노력과 더불어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 적어도 ‘장진구같다’는 대학의 오명은 속히 벗어야 할 게 아닌가.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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