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한 외국계 IT 업체로부터 지사장과 엔지니어 추천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지사장 추천은 순조롭게 진행됐는데 엔지니어쪽이 문제였다.
최적의 후보자라고 생각한 L부장은 일에 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이지만,회사를 고를 때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었다.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고개를 젓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을 취했다.
L부장은 그 회사의 지사장 예정자가 누군지부터 물어봤다. K라고 대답하자 L부장은 "아, 그 분인가요"하며 놀라는 것이 아닌가."그 분이라면 믿을 수 있죠. 면접 보겠습니다" L부장의 흔쾌한 대답.
알고보니 L부장과 K지사장은 예전에 같은 회사의 절친한 선후배 관계였고, 외환위기 이후 서로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연락이 뜸했던 것이다. 걱정했던 그 기업의 인재 추천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지금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부탁하면 필자는 "지금 회사에 당신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후배가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인재는 혼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사람의 훌륭한 인재 곁에는 소위 부(副)인재로 부를 만한 사람이 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다. 특히 한국은 '인맥 사회'라고 하지 않는가.
동료.선배.상사.거래처 등 모든 인간 관계가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굳이 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후배는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후배들의 눈은 날카롭다.업무적이든 인간적이든 후배는 존경할만한 선배를 따른다. 선배도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후배를 염두에 두면서 선배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패거리 문화와는 구별되는 업무적.인간적인 네트워크란 이런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를 따를 후배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만약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후배를 키워야 한다. 후배는 내 경력의 거울이자 자산이다.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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