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주5일 근무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의 도입 목적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 경쟁력 강화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근로자를 대변한다는 양 대 노총이나 기업들의 모임인 경제5단체가 모두 크게 반발하는 모습 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기존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재계는 연간 휴일수나 초 과근무수당 할증률 등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으므로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언론에 발표된 것만 보아서는 개정안에 대한 논의의 초점이 근로시간 의 양(量)에만 치우쳐 있는 것으로 생각돼 아쉬운 점이 있다.
이번 법 개정의 취지대로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려면 국내총생산(GDP) 과 국민소득의 성장이 견조히 유지돼야 할 것이며, 이렇게 되기 위해 서는 기업들이 튼튼한 국제경쟁력을 계속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사회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그 기업의 지식근로자와 경쟁하는 것이므로 우리 기업 구성원의 지식수준도 올 라가야 할 것이며, 근로 질도 상대적으로 높아져야 하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업무 질을 향상시키기 위 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특성을 연령별 인구구성이나 교육수준 등의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선진 국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으나 노동인구의 특성은 매우 열악한 형편 이다.
경험 인력의 실망실업자가 거의 5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20대 청년실업률은 2001년 현재 6.3%에 이르러 평균 실업률의 2배 수준이 다.
반면 중소기업의 생산직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것 들은 인력 퇴출과 재진입이 자유롭지 못함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며 , 결과적으로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근로 질을 올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는 것도 업무 질을 높이는 데 매우 긴 요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 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일수록 여성인력 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우수한 잠재능력이 유휴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직장여성들이 생활의 균형을 유지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므로 기업들이 여성인력 채용을 기피하 는 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 자신들도 기업이 모 성보호법에 따라 지는 부담을 능가하는 기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근로자 개개인의 역량을 신장시키는 일이다.
이 제는 사무직이나 생산직이나 모두 국제경쟁력을 갖춘 지식근로자가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주5일 근무제로 늘어난 여가시간 을 재충전과 자기계발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직업 관련 성인교육 참여율이 5.4%밖에 되지 않아 경제협 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며 평생교육 예산은 교육부 전체 예 산의 0.01%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98년에 인력투자법을 개정해 실업자뿐만 아니라 재직자 에 대한 직업교육과 훈련으로 자국민의 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으며 , 영국은 UfI(University for Industry)를 설립해 전국에 1000여 개 학습센터를 설치하고 2004년까지 교육과정수를 1만여 개까지 확대한 다는 계획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간에 근무시간의 양에 대해서만 소모전을 하기보다는 노동계는 개개인의 역량과 업무 질이 근로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기업계나 정부에 직업 관련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구성원이나 노 조에 새로운 여가시간의 일부를 교육훈련에 할애할 것을 주문하고, 정부측에는 전국적인 성인 교육훈련시스템의 구축과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도 일을 적게 하는 것으로만 인심을 얻으려 하다가 는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남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직장인이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휴일 증 가가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근무시간이나 근무조 건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일의 질을 높이는 것에 대한 논의가 같이 되 어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개인과 사회발전에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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