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요로운 들녘을 떠올리는 사람이 부럽다.
설악 오대산으로 단 풍 구경갈 궁리를 짜는 한가로움이나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 실적 을 높이려고 밤낮 없이 뛰는 분주함, 대선가도에 흩어져 있는 한 표 라도 긁어모으려는 캠프 사람들의 안간 힘…부럽기 그지 없다.
취업 전선에 나선 이들은 가을이 힘겹다.
자신이 쓰고 있는 이력서가 올 가을 마지막 편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올 가을에는 수출 물품을 실은 선박이 5대양을 누비고, 설비투자가 늘어나 취업걱정을 덜 줄 알았더니 기대는 허물어졌다.
일자리는 지 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몇 몇 대 학 인기학과 졸업생이나 대기업 문을 두드려볼까, 대기업 입사 지원 서류를 얻는 것조차 부러운 대학졸업생이 너무나 많다.
대기업 취업 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이들에게 대선가도에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을 치우거나 넘기에 급급한 주자들이 나눠줄 메시지는 없다.
하긴 대선주자들에게 당장 일자리를 늘려줄 재간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니, 대선주자에게 취업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넌센스다.
그저 답답해서 내뱉은 말일 터. 그만큼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 가슴은 절박하다.
불과 몇 년 전 대 학 문을 뚫으려 밤을 새웠는데,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고도 앞날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남들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학업성적표의 학점이 낮다고, 인 생의 어느 한 순간 게을렀던 탓이라고 돌려버리면 그만일까. 중소기 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으니 눈높이를 낮추라는 충고로 충분한가. 아 니 그렇지 않다.
취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첫 직장 은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사와 선배 동료를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삶의 향배가 결정된다.
자칫 평 생을 남의 뒷바라지나 하게 될 일을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기업, 회사 돈을 자기 재산처럼 치부하는 중소기 업에 몸담기를 강권할 수도 없다.
취업 시장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모순이 한덩이로 응집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선 간단한 숫자만 따져 보자. 한해 4 년제 대학과 2년제 전문대학에서 쏟아 내는 졸업생이 45만명에 육박 한다.
이중 상당수가 학교에 남거나 군으로 가더라도 줄잡아 20만명 은 취업전선에 나서게 된다.
취업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올 채용 규모 는 대략 5만명선. 주요 대기업의 입사경쟁률은 대부분 세자리 수를 넘는다.
지난 5년 동안 재벌그룹이 무더기로 도태되고 대안으로 떠올랐던 벤 처마저 가사상태에 놓인 귀결이라 봐도 무방할 터. 때문에 취업시장 을 안정시키려면 한국경제 기둥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명확한 마스 터플랜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권 집권 초기, 재벌에 대한 대안으로 벤처육성 정책이 일시 적이나마 성공하면서 한국경제를 재벌-외국계기업-벤처라는 삼각체제 로 편성하는 데 성공했었다.
취업시장도 어느정도 안정됐었다.
이는 대선 주자들이 당장 필요한 취업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하더라도 대선공약에 무엇을 담아야 할 지를 명백히 알려준다.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집권하게 될 경우 벤처를 살려 삼각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새 로운 성장프레임을 짤 것인지 확고한 구도를 잡아야 한다.
이런 구도 가 잡혀야 경제운용체제, 자금지원 방안, 규제의 강도 등 일관성 있 는 경제정책을 펼 수 있게 된다.
청와대 주인이 된 후 국민들에게 일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책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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