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하나 취업 대란(大亂)은 해가 갈 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취업경쟁률이 최고 340대1을 기록하는가 하면 웬만한 중견기업도 100대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취업이 이 렇게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누가 어 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최근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어떤 조사에 따르면 취업이 안 되는 가 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경기가 나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 대답이 전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금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배가 높은 6%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취업경쟁률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취업대란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의 생산구조가 갈수록 일자 리를 적게 창출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종수요 10억원 증가로 인해 유발되는 취업 자 수는 90년 67.6명에서 95년 34명, 98년 24.7명으로 감소하였으며 올해는 20명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취업유발계수 저하는 성장률이 같다고 한다면 산술적으로는 9 8년에 유발되는 일자리는 95년의 70%, 올해는 거의 50% 수준에 불과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취업유발효과 저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이 1.3배 높아 져야 하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계수를 감안할 때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거의 2배 증가해야 한다.
다음으로 취업대란은 곧 고학력 실업 문제다. 지난 10월 실업률은 2. 6%로 1년 전과 비교해 전체 실업자수는 9만명 줄었으나 대졸 실업자 수는 1만명 넘게 늘어났다.
대졸자 실업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대기 업 취업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있다. 대졸자들이 일하기 원하는 고용 인원 500인 이상 대기업이 전체 신규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17%에서 금년 1~7월 7.6%로 낮아졌다. 300인 이상 기업 비중도 1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취업대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선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외면하고 대기업 직장만을 선호하는 구직자들에게 책임이 있 다. 구직자 스스로의 변화 없이는 대기업의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 난의 이중구조를 해결할 길이 없다.
다음으로 대학생들에게 미래를 제대로 인식하고 준비하도록 교육하지 못한 대학에 큰 책임이 있다. 기업의 63%가 입사 후 대졸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할 만큼 대학은 기업의 인력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
한편 기업들은 왜 고용창출에 소극적인가. 그것은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며 투자 부진은 사업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
최근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56개국 중 52위이며 지난해 발표 순위보다 14위나 추락했다.
국민소득 수준에 대비해 기업을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세계에서 3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당장 다음에 들어올 정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리 지나 않을까 기업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중심이 없 는 여론조차도 취업대란에 책임이 있다. 고용문제의 심각성을 걱정하 면서도 정작 기업의 사업환경을 개선하자는 데는 경제력 집중을 비롯 한 갖가지 이유로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있다.
그러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서 취업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해답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실마리를 풀지 못했던 이유는 소득을 증대하는 목표와 분배의 형평을 개선하는 목표가 국정의 근간에 근본적으로 혼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고용창출을 통해 그 자체 가 곧 최선의 분배정책이다.
따라서 고용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규제철폐를 비롯한 일련의 정책을 일관성 있고 강력하게 추진해 야 한다.
현재 2%대 실업률에서도 취업대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고실업의 선진국형 경제로 근접해 갈 때 청년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 각해질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선 후보들이 수백 가지 공약을 내걸 필요는 없다. 국민들은 그렇게 많이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말 기업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취업대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한 가지 약속만이 라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면 모든 개혁은 이것으로부터 든든한 출발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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