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벤처사 기획실 소속 김모씨, 일요일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조용한 때를 잡아 시간을 내서 회사에 출근했다. 책상을 말끔히 정리하고, 커피 한잔과 함께 차분한 마음으로 지난 1년 동안의 실적을 정리해 보았다.
월별로 큼직한 일들만 적어보니 A4용지 한장이 반밖에 채워지질 않는다. 다시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해 적어넣고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실적들은 자료를 찾아 기재해 넣었다. 그런 다음 작년 12월에 작성해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계획표를 꺼내 서로 비교해 보았다. “이렇게 지난 1년 동안 한 일들을 적어놓고 작년에 세워놓았던 계획표와 비교해 보면 저의 성과가 확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대략 어느 정도는 목표 달성을 했겠지 짐작했는데, 그날 그날의 잡무에 밀려 정작 해야 했던 몇몇 사안들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2003년 계획표에 올려놓고 내년에는 잊지 말고 시행해야겠어요”
200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보름도 채 못 되는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이때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올해를 정리하기란 내년을 잘 보내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이렇게 평가와 목표관리를 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쌓아온 경력과 성과가 모두 들어있는 이력서 쓰기이다. 성과를 나타내는 업무 위주의 지식 이력서는 직장 생활을 평가하는 잣대이며 더 나아가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나 다름없다.
‘내 경력은 내가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이뤘던 업적과 앞으로 이뤄야 할 목표들을 정리하자. ‘지난해의 이력서와 올해의 것이 똑같다면 실패한 직장인’이라는 말도 다시 한번 가슴속에 새겨두자. 지난 1년간의 실적에 만족하는 사람은 더욱 알찬 내년이 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맞은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고 보완해 더 발전된 내년이 될 수 있도록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몇몇 직장인들의 경우 망년회다 뭐다 하여 12월의 대부분을 흥청거리며 보내곤 한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그동안 수고한 자신을 위로하는 뜻은 알겠지만 계속되는 술자리와 수많은 모임들로 12월을 다 채운다면 그야말로 ‘망년회(亡年會)’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능한 일은 서둘러 마무리지으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면서 분석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한해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 마지막 한달도 고삐를 단단히 죄고 마무리를 잘해 좋은 결심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겸허히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사람과 한해 말미에서 마음이 풀어져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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