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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방의 ‘흑진주’를 캐라
 
2007.12.29 09:31
조금만 있으면 졸업 시즌이다. 요즘에는 제자들을 만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 어느 직장에 취업했느냐고 묻는 게 민망하고 미안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력(學力)보다 학력(學歷)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 때문에 지방대학의 젊은이들이 기업의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것을 숱하게 지켜보았다.

현재 지방대학들은 보다 나은 미래의 꿈과 비전을 찾아 수도권의 다른 대학이나 대입학원으로 탈출하는 학생들로 인해 공동화(空洞化)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방대학생들의 취업 차별을 없애고, 지방대학을 특성화시켜 육성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반갑기 그지없지만 지방대학생들이나 지방대 관계자들의 정서는 좀더 두고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역대 대통령 모두가 취임 직전에는 지방대 육성을 굳게 약속했지만, 그것을 끝까지 실천한 대통령이 단 한 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생들은 위헌의 소지가 있는 취업시 혜택이나 지역 인재할당제와 같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선심성 정책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학벌주의에 따른 인재등용 방식의 철폐, 그리고 창의력을 비롯한 실력 중심의 공정한 게임 룰의 정립과 공개경쟁이다. 또 공정한 게임 룰의 정립과 공개경쟁은‘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동시에 사면초가에 놓인 지방대를 확실하고 견고하게 육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

사실 고3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오매불망하는 지금의 명문대학은 ‘모나지 않고 시키는 것만을 잘하는 인재’를 대량생산했던 산업화 시대의 산물에 불과하다. 창의력을 키워드로 하는 지식정보화사회는 강도 높은 노동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변화ㆍ속도ㆍ신뢰관리가 필요한 전략경쟁의 시대다. 당연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人才像)도 산업화 시대와 크게 달라졌다.

이제 우리 사회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인재는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가지고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기꺼이 협력할 수 있는‘3A(anytime, anywhere, anyone) 타입의 멀티플레이어’다. 또 그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역발상(逆發想), 퍼지적 사고, 엔터테인먼트 능력을 바탕으로 남들과 분명하게 차별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일례로 매년 초마다 주요 일간지에 발표되는 신춘문예 당선자들, 일류급 연예인들, 혁신적인 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한 벤처기업가나 대발명가들, 거부(巨富)들의 이력을 샅샅이 살펴보라. 과연 그들 중 절대 다수가 세칭 명문대 출신인지. 심지어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엽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엽기토끼의 캐릭터 개발자인 김재인군도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우리 공주대 만화예술과 졸업생이다. 그런데도 왜 국내 기업들은 명문대학생들만 선호하는가.

요즘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애국자는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가와 기업들이라고 생각한다. 또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혜(IQ), 감성(EQ), 사회성(SQ), 도덕성(MQ), 열정(PQ) 등을 고루 갖춘 르네상스형 인재들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제부터 기업들은 스스로 학벌주의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 뜨리고 지방대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르네상스형 흑진주들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국내 기업이 ‘제2한강의 기적’을 창출하는 주역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전적으로 그러한 인재들의 적극적인 발굴과 최적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 또한 거기에 디지털 시대를 주도해 나갈 한국 경제의 미래와 우리 지방대의 희망이 걸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동안 한 시대를 풍미해 온 천박한 학벌주의는 이제 장송(葬送)해야 마땅하다.

(崔錫源/공주대 총장)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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