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노동계가 제기한 이른바 '비정규직 문제'가 노무현 정 부 들어 관련 법률 개정까지 논의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동 계가 주장하고 친노동적 정부가 화답하는 모양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결방안 중 상당수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 경제 원리마저 무시하는 것들이어서 매우 걱정된다.
현재 논의되는 이른바 비정규직 문제와 해법에는 세 가지 잘못이 있다. 즉 잘못된 분류, 잘 못된 전제 그리고 잘못된 처방이 그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선 갈수록 다양해지는 취업형태를 오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순하게 양분해 정규직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한 틀에 쓸어 넣는 분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규직ㆍ비정규직 구 분은 일정한 규모를 갖춘 기업에서나 쓰이는 분류일 뿐 경제 전체에 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분류며 이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취업형 태가 많다. 예컨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60%를 차지하는 1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규ㆍ비정규 구분 자체가 없이 대부분 그저 상용직 으로 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은 임시직으로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임금근로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이보다 훨씬 넓은 개념으로 계약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고용보호가 미흡하다 고 판단되면 상용직도 임시직으로 포함시키며, 용역업체 상용근로자 들을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금근로자가 아닌 보험모 집인 등 독립자영업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예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과장된 분류에 의해 계산된 규모가 설사 50%를 넘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제적으로 비교가능한 기준으로 2002년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한국 임시직 규모를 15%로 OECD 국가중 중간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이른바 비정규직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기준에 근거한 주관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정규직만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고용형태라는 잘못된 전제 역시 제기돼야 할 문제다. 일하는 형태는 기술적 경제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끊임없이 바뀐다.
산업구조가 안정적인 제조업 중심에서 변동이 많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인력구조 또한 변동성을 필요로 하게 되어 장기근속, 정규직 위주인 고용구조는 존재가치를 점차 잃는 세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파견 도급 등 새로운 고용형태가 활발하게 발전하는가 하면 근로자 또한 고용되어 일하는 형태보다 독립적으로 일하고 서비스를 파는 1인 기업 형태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 도 비정규직 문제는 낡은 가정에 의거한 다양한 취업형태를 정규직이 아니라 하여 모두 문제시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노동계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로 성질이 다른 취업형태를 뭉뚱그려 비정규직이라고 칭해 놓고는 정규직과 대비해 차별 금지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한 다.
그러나 이는 밭소와 물소를 같은 우리에 넣고 같은 밥을 주라는 것과 같으며 차이와 차별을 혼동하는 것이다. 이른바 정규직이 받는 임금은 마치 금융시장에서 특정한 계층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듯 시장임금 보다는 우대받는 수준이며 거기에는 특수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를 표준으로 하라는 것은 서비스 성격에 따라 차이를 두는 시장기능을 깡그리 무시하는 규제조치다.
또한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계약직에 대한 해고를 제한하자는 기간규제 방안은 결과적으로 계약직에 대해 갱신을 막음으로써 오히려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덩어리인 근로자파견법 때문에 파견근로자가 2년이 지나면 눈물을 흘리며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시장환경과 기업조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취업형태가 많이 생기고 있다.
다양한 취업형태는 과거에 비해 개인적 자유와 독립성을 더 존중하는 형태들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집단주의에 기초한 노동 관련 제도를 개별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따라 기득이권을 위협받는 계층은 갖은 수단으로 저항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낡은 고용구조의 한 축을 움켜잡고 변화를 거부하는 특정집단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취업구조의 성장을 가로막는 늙은 노동시장의 규제들을 가지 치기하는 것이다.
[이슈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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