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계 기업에서 급한 구인 의뢰가 들어왔다. 재직중인 영업총괄이사를 내보내고 대기업 출신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사람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 인사팀장에게 “재직중인 임원이 알게 되면 곤란해하지 않겠느냐”며 비공개로 진행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현재의 퇴직자관리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이사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그는 얼마 뒤 다른 회사에 재취업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 회사에서는 정규사원으로 일하다 타의로 퇴직하게 되면 회사의 지원으로 3개월 과정의 퇴직자관리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를 찾아오는 40~50대의 구직자는 준비 없이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전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12월에 명예퇴직을 한 사람이 상담을 요청했다.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받아 주는 곳이 없어 몇달째 이곳저곳을 전전한다고 했다. 창업을 하려고도 생각했지만, 퇴직금을 모두 날렸다는 뉴스를 보며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그의 경우 좀더 빨리 퇴직자 프로그램을 접했다면 방황하는 시간을 줄였을텐데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많은 글로벌 외국기업에서는 선진 퇴직자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법률적 다툼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인적 자산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 아래 전직지원 서비스나 위로금 등을 기본적인 복리후생 요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많은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 육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퇴직자 관리도 인사관리 절차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야 한다. 퇴직하는 직원에게 소홀히 대하면, 남은 인력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떨어진다. 그러면 우수한 새 인력을 채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퇴직자의 재취업 또는 창업을 돕는 기업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재동/키스컨설팅 수석컨설턴트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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