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서 한번 더 시도한다면, 쓸데없이 고집만 피우는 걸까요. 차라리 모든 걸 접고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창업하거나 전직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흔히 묻는 질문이다. 얼마 전 만난 ㄱ씨도 그같은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그는 30대 중반의 국내 유명대학 출신으로 ‘언론고시’로 부르는 신문사 입사시험에 합격해 잘 나가는 기자로 활동하던 사람이다.
그는 그러나 인터넷 비즈니스가 각광받던 2001년 한 벤처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때마침 다른 길을 모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도 몇번의 인터뷰를 거쳐 CEO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초기의 사업 전망과는 달리 인터넷 비즈니스는 쉽지 않았다. 그는 입사 전에 전혀 생각지 않았던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1년 반 만에 퇴사했다. 그러나 경영자로서의 포부를 안고 뛰어든 이상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외부 자본을 모아 새로운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하지만 사업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도 자금난에 허덕이자 그는 두번째 도전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헤드헌트사에서 ㄱ씨 같은 사람을 대하면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 5분 만에 모든 것을 브리핑할 수 있습니까” “당신이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개발한 상품 또는 서비스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득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비즈니스가 지금 다소 불황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성공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세가지 질문에는 경영자, 즉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이 담겨 있다. 첫번째 질문으로는 해당 비즈니스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와 이를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잘 홍보할 수 있는지, 역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얼마나 잘 짚어낼 수 있는지 능력을 측정해볼 수 있다. 세번째는 경제적인 불황 및 인적 불황과 법적 불황 등을 얼마나 자신감있게 헤쳐갈 수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질문에 답하려면 가장 먼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 분석하고 미래 시장을 예견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잘 할 수 있습니다’가 아니라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토대에 기초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세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때 ㄱ씨는 ‘리더형’ 인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의 말은 진실된 것이라고 믿게는 해도 보는 사람의 눈을 확 뜨이게 하고, 듣는 사람의 귀가 열리게 하는 데 부족하다. 그에게는 저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카리스마보다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느껴진다. 다시 말해 ‘리더’로서 섬기고 싶은 사람이기보다는 ‘참모’로서 곁에 두고 능력과 지혜를 빌리고 싶은 사람인 셈이다.
모든 사람들이 리더를 꿈꾼다. 그러나 누구나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조직의 리더가 되겠다고 현재의 자기 자리에서 빠져나오려면 그 전에 과연 내가 리더형인지 아니면 참모형인지를 먼저 깊이 생각하는 게 꼭 필요하다.
〈유순신/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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