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로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신문과 TV를 오르내린다.
회사의 간판과 직책, 급여가 안정된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두뇌’가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는 관공서,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이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취직을 하고 있다.
IMF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 우수인력들이 벤처기업으로 대거 몰리는 ‘묻지마 벤처열풍’이 불어닥치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벤처기업에 불어닥친 ‘우수인력’ 집중현상은 국내 기업들의 인사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대기업들은 대기업들대로 ‘우수두뇌’를 벤처기업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고 벤처기업은 기술개발을 주도할 ‘우수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기업체들의 이런 ‘인력난’이 채용창구의 상설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족해질 수도 있는 인력을 언제든지 보충하기 위해 자연히 ‘상시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회사에 우수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연봉제, 성과배분제, 스톡옵션, 우리사주 등의 우수두뇌 유치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몇일전 벤처기업에서 몸값만 챙기고 철새처럼 날아다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신문기사가 말하듯 벤처기업의 우수두뇌 유치전략을 단순히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스톡옵션 등 금전적인 유혹에 이끌려 벤처기업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몸값만 올리려는 사람들은 옮겨다니는 벤처기업의 조직문화를 뒤흔들고 있지만 정작 진정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몸값 불리기 위해 전직을 하면서 구성원 자신들의 성취욕은 금전으로 해결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비전과 자신의 비전의 합일점을 찾을 수 없고 그저 이 기업에서 저 기업으로 떠돌아다닐 뿐이다.
벤처기업에 몰리는 투자금은 철새 이직자들을 위한 몸값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을 키우는 '총알'이다. 총성없는 기술전쟁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기위한 처절한 싸움터의 '총알'인 것이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중한 총알을 함부로 낭비할 수 있겠나?
그동안 대기업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벤처기업으로 몰리는 현상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발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과 시장개척을 위해 우수인력의 이동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몸값 요구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직원들의 성과제도를 악용해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는 이직자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그 꿈을 깨야한다.
얼마전 인크루트도 기술과 개발진 등 사원충원을 위해 면접을 보고 있다. 대기업출신 지원자와 유학파등 우수두뇌들이 많이 지원했다.
‘우수두뇌’들이 벤처기업으로 이직하는 이유를 꼽아보니 ‘짧은기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상사한테 무시당하는 기안을 직접 자신이 사업화하기 위해’ ‘젊은 분위기가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성공에 대한 비전이 있어서’ 등이었다.
이런 여러가지 이직 사유중에서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신바람나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상사에게 기안을 제출했는데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아무리 합리적으로 백업자료를 만들어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열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데 국내기업들이 이런 면을 채워주고 있지 못 하다는 반증이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가? 또한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내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가?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고 느껴지는가? 열심히 한만큼의 보수가 돌아오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이제 기업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고용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보수만 높으면 직원들이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자계산기의 단순한 산술과 같이 딱 떨어지는 ‘이성적’인 면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기업별로 각 직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성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개인이 자아를 실현시키는 장이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회사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라는 것을 인사제도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직원들 개개인은 눈 앞의 돈을 쫓아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고 내가 스스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자기역량을 키우고 기업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집인터넷 사장 이광석
starkid@zi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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