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자살, 세원테크 지회장의 분신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본부장 분신... 최근 노사관계를 둘러싸고 발생한 노동자의 자살과 분신은 해당 사업장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자살과 분신을 초래한 손해배상 가압류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시국농성과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어 하반기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있으며,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조, 4조)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와 목적, 수단을 가진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및 형사상 처벌을 요구할 수 없고,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형성된 ‘힘’의 대립관계는 결국 당사자가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해결되게 된다.
그러나 집단적 노사관계법이 예정하고 있는 ‘노사의 합리적 경쟁관계’의 틀을 벗어난 노동조합의 정당하지 않은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노동법이 법으로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민형사상 면책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용자는 소위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노조간부에 대한 형사고발 등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해 그 책임을 물어왔다.
다만,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가 사회적으로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생계에 커다란 부담을 지우게 되어 이에 대한 합리적 제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에서의 법․제도 선진화 방안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손해배상 및 가압류가 남용되지 않도록 신원보증인의 책임제한을 설정하고, 조합원의 최저임금(또는 최저생계비)를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며, 조합의 존속을 위해 조합비수입의 일정부분을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이다.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책임성’이며,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율성’이다. 노사관계는 극단적인 대립관계에서부터 평화적 협력관계까지 그 다양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호관계이기 때문에 노사 당사자의 책임성과 자율성만 지켜진다면 한국사회 노사관계는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책임성에 입각한다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가 전부라면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불법의 경위, 배경, 사용자의 대응 등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그 책임을 판단해야 할 것이고, 이러한 노사관계의 특수한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이유로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편 책임성과 함께 노사관계에서 요구되는 ‘자율성’을 통해 노사당사자가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 등의 제반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노사 모두 극단적인 대립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극단적 대립과정에서 발생한 서로의 피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극단적인 대립의 상태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노사관계’가 다시 평화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 노사 모두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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