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모성보호관련 3법(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개정된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주목할 만한 변화로서는 산전후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확대하였으며, 확대된 30일 분의 급여에 대해서는 일반재정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도록 하여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화 기반을 마련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남녀근로자로 확대하여 ‘육아 = 여성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약 2년이 경과한 2003년 9월까지 산전후 휴가 급여를 받은 사람은 23,782명에 불과하고,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사람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4,914명에 불과하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추계한 금년 9월까지 출산한 여성임금근로자 수 4만 7천여명과 대비하면, 산전후휴가 급여를 받은 사람은 전체의 출산자의 50% 정도이며, 육아 휴직 급여를 받은 사람은 10% 정도이다. 무엇보다 남성근로자의 육아휴직자도 금년 9월까지 70명 정도에 불과하다.
법적/제도적 기반은 마련하고, 관련 부처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성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나 실제로 이를 사용한 수가 많지 않다. 이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우선, 현행 모성보호제도가 전체 여성임금근로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를 실질적으로 포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용불안정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경우 모성보호는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
둘째, 여성근로자들이 모성보호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육아휴직은 고용이 상당히 안정된, 그래서 약 1년 후에도 안전하게 복직이 보장된 일자리에 일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꿈도 꿀 수 없는 제도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모성보호제도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여전히 상사와 주변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한다. 단순히 ‘눈치’가 아닌 임신/출산과 관련한 차별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모성보호가 단지 법에 기록된 ‘문자’에 불과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정규 여성근로자의 모성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정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모성보호에 대한 기업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많은 여성근로자들이 임신/출산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차별을 이유로 출산을 포기 또는 장기유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는 모성보호제도가 있으나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 뿐만아니라 여성근로자들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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