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철과 함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올해 2월, 일자리를 찾는 졸업자들의 심정과는 정반대로 기업들의 취업문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얼마전 단 1명의 방송기술분야의 신입직을 뽑는 케이블TV업체가 있었다. 최종면접 대상자는 모두 20명으로 평소 4∼5명을 놓고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에 비하면 4배가 많은 인원이었다.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킬 수 없는 인재들이었다. 최종면접을 기다리는 지원자 모두 토익성적이 900점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국내 유수의 방송아카데미 출신과 대졸미취업자들이 지원, 경쟁률만 20대 1이었다.
인사담당자는 그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일단 방송사 경력이 있는 경력직 사원 1명을 채용하고 예정에도 없이 신입직으로 1명을 더 채용했다. 하지만 돌려보낸 18명 모두 인사담당자의 채용파일에 잘 간직했다가 별도의 채용없이 이들을 중심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대졸자의 취업률이 사상 최저인 3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10명중 단 3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취업을 하지 못한 70%의 대졸미취업자들이 IMF때처럼 도서관과 학원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위에서 본 것처럼 소수인원을 채용하기 위해 특정한 조건없이 대졸 신입사원과 경력직을 동시에 채용하게 되면 회사입자에서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없는 신입직 보다는 경력직 쪽으로 눈이 먼저 가게 된다.
회사들이 소수의 관련분야의 사무경력이 있는 대졸자를 채용하는 식으로 채용패턴이 변모하고 있다. 모든 기업체 인사담당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이 회사처럼 놓치기 아까운 인재들을 최종 면접에서 채용여력이 없어서 돌려보내야한다는 것은 '조직의 맥을 잇는다'는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 큰 문제로 작용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직자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취업을 못한 대졸 미취업자들은 어학·해외연수, 자격증 관련 학원들에 몰려들고 있고 아르바이트 시장에도 대졸 미취업자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사상최악의 실업난을 지켜보는 인사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누가됐든 하루빨리 인턴사원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경력을 쌓게 해 주는 등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채용할 수 없는 기업과 직장 경험을 통해 입사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직자들의 이해가 딱 맞아 떨어지는 분야가 바로 '기술형 인턴십제도'다. 물론 당장 취업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된 대졸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일자리가 나지 않는 구조적인 실업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해볼만 한다.
기술력만 있으면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술형 인턴제'와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을 돕는 '정부지원 인턴제'를 병행해야 한다. 현행 정부지원 인턴제는 채용여력이 없는 기업들에게 채용을 권장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로자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체들은 300-499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40.5%로 가장 높았고 500인이상 기업중 38.5%가 채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정부지원 인턴제의 '300인미만 기업체'라는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중기업이 채용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채용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있났다.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 취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신규채용이 늘지 않으면서 구조적인 실업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채용여력이 있는 채용예정 기업들을 규모별로 보면 300-499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40.5%로 가장 높고 이어 ▲500인이상 기업중 38.5% 이 그 뒤를 쫓았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사업장들은 규모가 작을수록 채용여력이 떨어지며 ▲100-299인 30.4%, ▲30-99인 24% ▲10-29인 17% ▲5-9인 12.1%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지원인턴제가 중소규모의 사업장, 다시말해 300인미만 사업장에 근무예정인 인턴사원에게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사이에 정부지원 인턴제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들은 채용여력마저 없고 인턴희망사원들은 자신의 경력 관리를 위해 선택한 회사의 기술력이나 배울 점을 찾지 못해 하나, 둘 정부지원 인턴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수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정보통신이나 신산업분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적인 실업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등 영세사업장으로 확대된 정부지원 인턴사원을 병역특례사업처럼 우수 기술 보유업체로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비전공 대졸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 관련 단기 집중교육만 하고 끝내기 보다 조기취업을 위해 전환교육과 관련된 업체에서 3개월정도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바이오 산업처럼 연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지원을 통해 연구소에서 채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생화학과 출신의 대졸미취업자를 기술형인턴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업률에 나타나면서 실업률이 다시 4%대로 뛰어 올라 비교적 낙관적인 정부추산 실업자수도 100만명을 넘었다. 정부가 추산한 올해 학교문을 나선 대학졸업자는 21만8천여명으로 이중 지금까지 취업한 숫자 7만명 정도와 대졸 미취업 재수생 25만명을 감안하면 40만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가 갈곳을 찾지 못해 도서관과 학원에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업체의 규모보다는 자신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직업의 경력관리를 위해 현실성있는 '기술형 인턴제'로 경쟁률도 높고 기업에게는 실무능력도 인정받는 실질적인 인턴제로 거듭나길 바란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ksle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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