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한파속에서 우리 경제의 고용 문제들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완전고용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고 가장 안정적이라던 공무원들의 직장들까지도 사상누각이었다.
제일 선망의 대상이었던 금융권의 일자리는 구조조정앞에서 처절하게 무너졌다. 이제는 국민세금을 대폭 끌어다 메우지 않으면 안 될 벼랑끝에 몰려있다.
실업문제는 인력을 탄력적으로 유지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등안시했던 기업주들의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인사담당자들이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인력안을 유지했었냐고 반문하면 십중팔구는 고개를 젓는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며 인력감축은 회사부도와 동일시하는 '고용의 경직성'과 인건비 절약이라는 최대현안에 인사담당자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기업들은 활황기를 달리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벌써부터 인력을 신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호황기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호황기때 인력을 보기좋게 충원하던 그때의 호기가 지금의 '피눈물'을 머금고 직장 동료나 선후배를 집으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 기업의 생성과 고용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과거의 유산(?)인 부실기업의 처리가 자꾸 지연되면서 금융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막히고 있는 데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할 자금이 부실기업의 빚잔치를 위해서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한마디로 곧 없어질 일자리를 지탱하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고용안정 방식에 얽매여 구조조정을 지연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여 일자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신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하이테크, 고집적, 고부가치 기업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부실기업과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사업분야를 갖고 있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대상으로 확정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하이테크 신산업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게끔 금융 질서를 바탕으로 물적·인적 자원이 효과적으로 재배분되어야 한다.
기업, 금융 부문과 마찬가지로 노동문제에서도 정부는 직접 고용을 유지하고 창출하는 역할을 떠맡으려고 하기보다, 경제논리에 의하여 노동시장을 주도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창출되는 여건 조성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정부는 신산업과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과 임금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신산업 분야의 인력부족 현상을 위해 자본과 우수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인력양성과 교육을 대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이밖에도 인력은행과 지방노동사무소 등의 전국 취업망을 취업취약계층인 고령자와 장애인, 40∼50대, 여성들을 위해 적성에 맞는 우수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고용창출과 근로조건의 개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노동시장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국제 경쟁을 갖춘 신산업, 하이테크 인력을 집중 육성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생산성이 낮고 기술력이 없는 기업은 과감히 정리할 수 있고 신산업, 하이테크 등과 같은 고집적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창조적 파괴에 의한 성장을 기본 원리로 인적·물적 자원의 재배분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기업의 생성과 소멸에 의하여 경제가 발전하는 한, 고용창출과 고용안정은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다. 고통분담은 노사정 사이에서 협의될 수 있겠지만, 파괴를 수반하는 고용창출은 그 속성상 고용안정을 바라는 노조가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잠재적인 근로자들을 위한 고용 창출의 목표 설정은 정부가 주도하여야 한다.
제반 사회정책들은 인력의 재배치를 목표로 서로 정교하게 조율되고 집중되어야 실업감소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계속 반복되어 상설화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은 생산적인 부문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일회적인 임시대책이며 실업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효과는 작다.
모든 사회정책들이 실업감소를 분명한 목표로 하여 효율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국가경쟁력이 유지되며, 실업문제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인크루트
인크루트 이노익 부사장mhle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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