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은 여대생들에게 더욱 심각하다. 지역기업에 취업하는 경향이 많은 여학생들의 경우, 지방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는 지난해 현재 전체 여성인구의 47.4%로 남성의 74.4%에 훨씬 못미친다. 여성 실업률은 5.1%로 0.5% 포인트 감소했다. 외관상으로 보면 여성취업난이 나아진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36시간 미만인 취업자의 비율은 여성이 14.2%로 남성(8.0%)보다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임금은 남성 임금을 100으로 볼 때 61.7에 불과하다. 남성들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들은 61만7천원 번다는 이야기다.
종업원 10인이 넘는 사업체의 여성과장급 이상은 10%, 5인이상 사업체의 여성 사장은 2.9%에 불과하다. 특히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여성 취업률이 17.7%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국가적 자원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안산 반월공단의 한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30여만명 이상의 신규 졸업자가 구직전선에 추가로 뛰어들면서 대졸초임 연봉이 1500만원대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인근의 수도권 대학들로부터 취업의뢰를 받고 있지만 대졸 남성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여성실업자들은 더욱 늘어가고 일자리 구하기는 힘든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졸미취업자 16만5천명中 9만2천명이 이른바 '백조'라고 불리는 여성실업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4년제 대졸 미취업자와 전문대졸 미취업자 4만1천명을 합쳐 16만5천명이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했다. 이 가운데 여성 대졸미취업자는 9만2천명으로 남성 미취업자 7만3천명에 비해 수치상으로 월등히 앞서고 있다.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자 3명중 1명이 취업하는 등 실제 취업률은 30%대의 저조한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도 지난해보다 7.4%이상 떨어져 대졸자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 기존 15만여 명에 달하는 취업 재수생과 삼수생을 합쳐 취업을 못한 여성 대졸미취업자는 31만여명 가운데 19만여명에 달한다. 전체 대졸미취업자중 62%가 여성이라는 계산이다.
여성들의 취업난에는 간단한 이유가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값이 오르고, 적으면 값이 내린다는 간단한 경제학 논리가 취업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취업을 놓고 볼 때 '잘 되는 학과'와 '안 되는 학과'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취업률 차이가 여성 취업난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다시말해 전공이 취업률을 반영한다.
여성들의 취업률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 경기 침체로 대기업 금융업 제조업 분야의 채용인원이 격감, 인문사회 분야 전공이 80%이상을 웃도는 여성들이 갈 곳을 찾지 못 하고 '백조'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여성들이 학과정원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국어국문학 노어노문학 독어독문학 철학 사학 정치외교학 등의 인문 사회과학 전공자들은 취업률이 29∼33%에 그쳤다. 정규직 취업률은 20%미만으로 극히 저조한 상태. 대졸자 셋 중 한명만이 간신히 취업을 했고 정규직은 다섯명중 한명만이 취업할 을 정도로 사상 최악이다.
반면 여성비율이 높은 간호학과와 영어영문학, 산업디자인을 제외한 경영학 경제학 회계학 무역학 등의 학과에서 여성비율은 35∼45%수준이며 취업률도 63%이상으로 비교적 취업이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산업공학 의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정보통신학 컴퓨터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의 학과는 취업률이 65∼85%에 이른다. 이들 학과의 여성취업률은 70%이상이다. 하지만 정원의 1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잉공급에 따라 여성인력이 남아돌면서 생리휴가와 육아휴직 등의 문제로 여성들의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실업에는 정부 지원 미비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육아와 출산을 염두해둔 기업들의 채용기피 현상과 정부의 공공보육시설 확충미비가 주요 원인이다. 전국 1만8천개가운데 1260여개에 불과한 어린이집의 보유현황이 일자리보다 가정을 지키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또한 여성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시간제 근로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증가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여성개발원이 발간한「여성 고용구조의 변화와 향후 정책방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시간제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6.8%로 다른 선진국보다 낮았지만, 내용면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히 많았다.
시간제근로자 중 여성비율은 90년 77.2%, 96년 80.9%로 증가하다가 IMF경제위기로 인한 남성 근로자의 불완전 취업 여파로 97년 76.6%, 98년 64.5%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다시 65%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올해는 IMF 수준인 80%선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특히 20대의 취업적령기를 제외한 15-19세, 35-44세, 55세 이상 여성의 시간제 취업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여성 시간제 근로자가 많이 취업한 업종은 서비스업(33.9%), 제조업(20.3%), 도소매(16.9%), 음식·숙박업(12.5%) 등으로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정보통신이나 유통분야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취업시장에서 공급과잉으로 쉽게 실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한 공급과잉으로 인해 여성의 일자리는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불안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취업이 힘든 중졸 이하 연소층과 학생층, 가사·육아부담을 가진 기혼여성, 여성 노인을 중심으로 시간제가 확산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시간제 고용의 ‘여성화 현상’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좁은 취업문 가운데 여성 구직자들이 적합한 직종은 과감히 채용을 늘려야 한다. 전공과 e비즈니스 추세에 맞는 정보통신, 생명공학분야와 웹 컨설턴트 컨텐츠기자 브랜드네이미스트 웹디자이너 등의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꼼꼼하고 세심한 여성들의 감각을 이용할 수 있다.
여성 취업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ksle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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