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여성인력 활용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여성이라는 국가 구성원들의 불만을 야기시켰을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뜻이다.
△여성취업 대졸여성 절반이 死藏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성이라는 소중한 국가적 지식자산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반의 자원'인 여성인력을 사장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높은 교육열로 고학력 여성은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사회에서 이들을 수용할 준비와 시스템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국가적으로 귀중한 자산이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경제규모와 비교해 볼 때 여성인력 활용이 크게 뒤떨어지는 대표적인 국가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98년 기준)로, 남성의 91%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는 전체 OECD회원국 중 최하위다. 십수년간의 엄청난 교육비를 생각하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인력 활용 터키보다 못해
1998년 한국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미국의 1977년 여성인력의 활용도와 비슷하다. 우선 양적 활용 측면을 보았을 때 한국 여성의 총인구 대비 취업자수는 1999년 현재 OECD회원국의 평균이하이다. 실업률이 급증한 IMF 이전에도 OECD 회원국의 평균치에 늘 뒤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주노동 연령 대(25세 이상 64세 이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현재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회원국 중 하위 25%에 속한다.
한국 대졸 여성활용수준을 질적 활용측면을 살펴보면 고급인력의 공급측면에서 25세 이상 64세 이하 총여성 인구 중 고학력(4년제 대학 이상) 여성 비율은 1998년 현재 11%로 OECD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고학력 비율이 점점 높아져 25-34세 연령 대에서는 OECD회원국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통계는 바로 한국의 여성이 선진국 이상으로 고학력화 되어가고 있으며 여성고급인력이 상당히 풍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풍부한 고학력 여성의 활용에 있어 한국은 거의 충격적이리만치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대졸이상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1998년 현재 54%로 OECD회원국 중 최하이다. 최하위권인 다른 국가들도 터키 78%, 멕시코 76%, 일본 68% 등으로 한국(54%) 보다 훨씬 앞서 있다.
대졸이상 인구 경제활동참가율의 남녀간 격차를 보면, 한국은 39%로 OECD회원국 중 역시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OECD회원국의 평균인 10%포인트보다 무려 4배가 높은 것이다.
여성인력 활용실태의 국가간 비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다른 국가들은 모두 학력이 높을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져 대졸이상 여성의 경우 남성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한국은 그 격차가 오히려 커진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캐나다의 경우 중졸이하 인구의 경우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의 격차가 47%포인트에 달하나, 대졸이상 인구의 경우 남녀간 경제활동참가 율의 격차가 8%포인트로 좁혀진다.
일반적으로 학력이 높아질수록 노동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높고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그 반대이다. 즉 중졸이하 인력의 경우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의 격차가 27%포인트인 데 반해 대졸이상 인력의 경우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의 격차가 자그마치 39%포인트로 증가한다. 이것은 바로 한국이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또한 수년에 걸친 수조원의 교육투자비가 공중으로 분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소수의 여성인력 낮은 지위와 불안정한 취업환경에 집중되면서 현재 그나마 활용되고 있는 여성인력은 대부분이 낮은 지위에 집중되어 있다.
1997년 현재 고위직의 여성점유율을 살펴보면 입법공무원,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의 여성비율은 5%, 전문가의 여성비율은 33%, 기술공 및 준 전문가의 여성비율은 31%에 머무르고 있다. 각각의 경우,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은 37%, 52%, 53%에 달한다.
1993년 한국 고위직의 여성비율이 6%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 추세로 가서는 100년이 지나도 고위직의 남녀비율이 같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성고용평등정책을 포함한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요직의 여성 비율은 일본과 더불어 한국은 OECD회원국 중 최하위이면서 기타 후진국에 비해서도 매우 뒤쳐지는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1999년 현재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겨우 4%이고 장관급과 차관급에 가서는 그 비율이 더욱 줄어든다.
한국의 여성들은 또한 불안정한 취업환경에 몰려있다. 남자 취업자의 경우 2%만이 무급가족종사자인데 반해 여성 취업자의 경우 무려 22%가 무급가족종사자로 일하고 있다. 미국 또는 캐나다의 경우 무급가족종사자의 비율은 남녀 모두 거의 영(0)에 가깝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여성의 경우 임금근로자 중에도 매우 높은 비율이 비정규직인 임시·일용직에 몰려있어 더욱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있다.
고학력 여성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낮은 지위, 불안정한 취업환경으로 몰려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처럼 대졸인력의 취업난이 심한 때, 고급여성인력의 하향취업은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작년 말 발표한 "3.4분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졸여성 근로자의 절반이상이 월평균 80만원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과연 한국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이토록 낮고 그나마 활용되고 있는 여성 인력의 대부분이 낮은 지위, 불안정한 직종에 집중되어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사와 육아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각종 정부의 투자 소홀과 사회적인 제도의 미비, 성차별적인 고용·인사 정책, 여성 취업에 대한 부정적 사회 편견 등을 들 수 있다.
고학력 여성의 경우 위의 이유들 이외에도 여성의 취업기회가 상대적으로 저학력·단순직 중심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점, 또 일반적으로 남편의 소득 등 비근로 소득이 저학력 여성에 비해 높아 금전적 필요성이 낮다는 점등이 그들의 경제활동 참가를 방해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초 여성부를 신설하고 여성계에서 오래 몸담아오면서 여성 인력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한명숙 장관을 초대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여성지위향상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최근 LG전자와 삼성증권에서 상무급 여성임원이 등장하는 등 많은 기업들도 여성을 관리직으로 승진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여성 대리 109명을 과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여성인력에 대한 문호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여성인력의 활용문제는 단순히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라는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한국을 지식기반경제의 산업구조를 갖춘 선진국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정보통신 등의 고성장 신규산업과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대대적인 산업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고급인력을 중심으로 수백만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수한 여성 인력을 지금과 같이 사장시킬 경우 필요인력을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제 여성인력활용의 확대는 남성의 고용 기회를 뺏는 '남성 대(對) 여성'의 대립적 개념이 아닌, 선진국 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상생 (win-win)'의 개념으로 우리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인크루트
서미영 S&S 사업부 이사ros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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