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경우 지난 1999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과 새로이 시행된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에 따라 ‘직장내 성희롱’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어나 행동 등으로 또는 이를 조건으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또는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게 하여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환경을 위협하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멸(共滅)의 성희롱이 지금 고용관계와 노사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여성부에 따르면 99년 7월-2000년 12월 처리된 51건의 성희롱 사건 가운데 20건에서 피해 여성이 회사를 떠났다. 전체 사건 고발자중 무려 40%의 여성들이 회사를 그만뒀다.
여성부 관계자는 '여성부에까지 신고가 들어오면 그 여성은 직장에서 거의 '찍힌다'며 '여성에게 성희롱 사건은 고용중단의 전단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특히 '성희롱 사건 이후'는 무방비 지대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성희롱 피해자에게 고용상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명시했으나 이에 대한 감시도,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도 전혀 없는 상태이다.
남성우월적인 분위기로 신고 여성이 '문제 직원'으로 취급되거나 '왕따'당하는 무형의 피해에 대해서는 법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여성들 사이에서는 성희롱을 굳이 신고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아직도 지배적이다.
인사담당자들도 적극적인 인사발령과 강등, 퇴사조치 등의 문책성 인사보다는 조기에 덮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른 사업장으로 발령내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여성이 등떠밀려 해고 당하기 일수라는게 여성계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피해여성들 뿐만아니라 여성들도 성희롱 피해 고발이 소용없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해 전국주부교실중앙회의 여성 근로자 97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4%는 '소용없을 것 같다', 10.6%는 '불이익을 당한다'며 성차별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성부는 성희롱 문의전화 10건 가운데 실제 신고는 1건꼴이라고 전한다.
성희롱 사건 주무 부처인 여성부에서 해 줄 수 있는 신고자 보호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건물에서 일하지 않도록 한다'는 시정 권고 정도이다.
여성부 고위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독일은 성희롱을 고발했을 때부터 판결이 날 때까지 피해자가 휴가를 낼 수 있게 한다'며 '이런 법적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적인 필요와 함께 제도 개선이 이를 뒤따르지 못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된 99년 이후 직장내 성희롱 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신고 후 사내에서 각종 불이익으로 시달릴 경우를 대비한 보호장치가 없어 조속한 제도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초 사회를 뜨겁게 달군 롯데호텔과 ㈜이천일 아울렛의 사례를 이를 극명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롯데호텔 여직원들은 지난해 상사에 의한 지속적인 성희롱을 노동부에 진정, 임직원 21명의 징계를 이끌어냈으며, 의류회사인 ㈜이천일 아울렛의 판매 여직원들도 군부대에서 실시된 사원교육에서 회사측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여성부에 고발해 시정조치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같은 필요성에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완벽하게 격리할 수 있는 보완조치가 없어서 성희롱 피해 여성의 경우 성희롱을 당한 후 이를 신고한 후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신고철회와 가해자의 변명 등에 눌리며 지속적으로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여성 노조원이 성희롱 피해를 봤다며 모두 327건을 집단 고발한 롯데호텔은 최근 피해 신고자 가운데 4명을 재계약 심사에서 탈락시켜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롯데호텔은 성희롱과 무관한 객관적 인사원칙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여성 민우회는 당시 '성희롱 가해자가 피해자를 인사고과한 데서 비롯된 보복성 부당해고'라며 철회를 촉구했을 정도다.
노동부도 롯데호텔 여성 노조원이 집단 제기한 327건의 성희롱 진정을 조사, 임원 2명을 포함한 32명의 남자 임직원이 68명의 여성 근로자에게 성희롱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고용주인 롯데호텔측은 가해자중 22명만 징계하고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진행중인 민사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징계를 미뤄 내부의 여성직원들과 여성계의 반발을 샀다.
당시 서울지방노동청은 가해자 징계 유보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 1인당 300만원씩 모두 3천만원의 과태료를 지난 4일 롯데호텔에 부과했다.
이와함께 판매직 여직원 군부대 교육에서의 성희롱 시비로 지난해말 여성특별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의류업체 ㈜이천일 아울렛에서도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천일 아울렛은 중저가 의류 유통업체로 이번 성희롱 시비는 올 하반기 온라인상에서 크게 문제화됐었던 사례.
의류유통회사 ㈜이천일 아울렛의 여직원 성희롱 사건은 직원연수프로그램이 법정으로 간 케이스로 이 회사 판매 여직원 17명은 지난해 5-7월 군부대에서 실시된 전방체험 실습에서 회사측의 성희롱이 있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8천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 2월 수원지방법원에 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 판매여직원 26명이 군부대에서 실시된 회사 교육에서 관리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이 회사 관리자들은 지난 5-7월 7회에 걸쳐 회당 23-30명씩 모두 182명의 여직원이 참가하는 '판매 여직원 전방체험 실습'을 주관하면서 여직원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식중 '병사들 사이사이에 앉아라' '쌈을 싸서 먹여 줘라' '다음에는 아가씨를 군인 수만큼 데려오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직원을 가운데 두고 군인 2명이 좌우에서 손을 잡는 3인1조 축구, 여직원이 병사의 허리를 잡고 움직여야 하는 일명 '기사도 피구'를 시키는가 하면, 사진촬영시에는 '살끼리 맞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여성특위는 '남성으로만 구성된 군대라는 특수집단에서 판매직 남자직원은 배제하고 여직원에게만 서비스 교육을 실시, 당사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천일 아울렛측은 '여성특위의 결정이 나온 것은 회사의 판매역량 강화교육의 의미, 취지, 실태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의신청 또는 다른 방법으로 회사 입장을 알릴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 개선과 사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철저히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말 당시 여성특별위원회가 이를 성희롱으로 결정하고 회사에 공개사과 등 시정을 권고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측이 일부 피해자를 찾아가 여성특위 시정신청 취하서를 쓰도록 회유했다'며 '사과와 반성은 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부당하게 대우해 더 이상 민사소송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천일 아울렛은 지난 8일자로 여성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성희롱에 대한 회사 여직원들의 집단 민사소송은 지난해 롯데호텔 여성 노조원 270명이 제기한 이후 두번째이다.
한 노조원은 '회사가 파업에 들어가자 교육현장에 동행했던 간부가 다른 상사들을 대동하고 피해 직원 집으로 찾아와 여성특위에 낸 시정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요구, 몇몇은 여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피해여성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그는 '피해 직원은 압력에 버틸 각오는 돼 있으나 매우 불안해한다'며 '여성특위의 조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갈수록 첩첩산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 대학 여성 교직원은 지난해 자신을 성희롱한 직장상사가 여성특위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후 사무실 안팎에서 '내가 당했다.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바람에 주위의 눈총 속에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입 여사원 박모(26), 조모(27)씨에게 근무중 '외롭고 힘들다'며 어깨를 껴안는 등 성희롱을 한 경기도 모 결혼정보회사 대표에게 피해자에게 각각 200만원씩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여사원 조모씨도 얼마 있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었으며 박씨도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고용주와의 성희롱 고소고발 사건으로 얼굴을 붉히고 나면 오래 못간다는 일반상식을 그대로 나타낸 사례다.
또 여성 경기보조원에게 '체구는 작은데 가슴이 크다' 등의 성적 발언을 한 경기도 용인 모 골프장 보조원 감독자에 대해서는 부서 전환과 징계 조처를 받아 골프장을 떠나야 했다. 고발한 여성 경기보조원도 감봉조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인크루트
온라인 사업본부장 서미영 이사ros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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