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구제 제도 보완 시급
99년 남녀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성희롱 신고가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묻혀 버리는 사건이 더 많다. 성희롱당한 여성이 신고를 꺼리는 것은 제도에 대한 불신때문.
여성계는 이들이 여성부나 남녀차별금지법에 온전히 기대려면 법과 제도가 보완을 거쳐 더 튼튼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명숙(韓明淑) 여성장관이 지난 1월에 지적했듯 피해자 보호가 가장 시급하다.
성희롱으로 판정되기에 앞서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피해자가 조직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혀 도리어 따돌림받거나 고용상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부 남녀차별신고센터에는 99년 7월부터 지난 20일까지 1천430건의 상담전화가 왔지만 실명으로 신고된 사건은 336건에 불과했다. 롯데호텔에서는 지난해 여성 노조원의 성희롱 집단신고 후 최근 4명이 재계약 심사에서 탈락했다.
독일은 성희롱 고발 후 판결이 날 때까지 피해자가 휴가를 낼 수 있도록 법적 안전지대를 마련하고 있다.
또 하나는 민사소송 지원체계의 마련이다.
다수의 성희롱은 범위가 모호하고 이를 '친밀감'의 표현으로 여기는 남성들의 사고방식이 존재해 남녀차별 결정 후에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여성부는 시정권고를 해당 기관장에게 통보하는데 5인 이하 영세 사업장에서는 시정조치를 이행해야 할 '사장'이 곧 가해자인 경우마저 있다.
이럴 때 사건은 보통 법정으로 간다. 그러나 이 힘겨운 제2라운드는 피해자가 혼자 치러야 할 싸움이다. 여성부가 변호인단을 위촉하고 소송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으나 피해자의 경제 형편이 어려운 경우로 제한된다. 사실상 손을 떼는 것이다.
미국 고용평등위원회(EEOC)는 남녀차별 민간기업이 시정권고를 듣지 않을 경우 사건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손해배상액이 거액인 사건이라면 민사소송에서 직접 원고로 나선다.
여성부의 시정권고권을 시정명령권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물론 여성부는 시정권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정권고권은 기관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시정명령권이라면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여성부는 앞으로 남녀차별금지법의 개정시 이같은 내용을 반영할 방침이다.
△민우회 제안‥ 성희롱 대처법
민우회가 지난 2월에 제시한 성희롱 대처법을 소개한다.
현행 제도가 성희롱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여성계는 그래도 성희롱을 신고하라고 권한다. 신고하지 않았을 때의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상습 성희롱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건을 쉬쉬할 때 이를 약점으로 잡고 자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그를 자꾸 괴롭힌다는 게 한국여성민우회의 지적이다.
민우회가 제시한 성희롱 대처 계명은 다음과 같다.
▲직감을 믿어라 =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지면 벗어날 준비를 하라. 예방조치라도 손해볼 일은 없다. 상대방의 입장을 넘겨짚거나 관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준비를 하라 = 사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을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취한 척하며 손을 잡는다면? 위기를 심하게 느낀다면 미리 주변 출구와 통로, 문을 잠그고 몸을 피할 수 있는 곳, 도움을 청할만한 장소와 사람을 찾아 둔다.
▲자신의 '자원'을 이용하라 = 신고 있는 구두의 뒷굽, 우산 손잡이, 옷핀, 주위의 상자, 차 안이라면 핸드브레이크도 나를 보호하는 데 동원해야 한다. 공격자의 급소를 알아 두고 효과적인 반격법을 익힌다. '내 손을 만지지 말라' '내 가슴을 쳐다보지 말라' 같은 경고도 보호수단이다.
▲시끄럽게 떠들어라 = 성희롱을 당하거나 공격받고 있다면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나를 강간하려 해요, 살려 줘요' ' 경찰을 불러 주세요' 등등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옆을 지날 때 상습적으로 길을 막고 몸에 손대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큰 소리로 일러 준다. '길을 비켜 주십시오. 지나가기 불편하고 지나갈 때 몸을 부딪혀 기분이 정말 불쾌합니다. 다음부터 이런 행동 하지 마십시오.'
▲폭력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 상황을 회피해 봐야 자신만 폭력의 희생자가 될 뿐이다. 적극적 대응이 상대방의 허를 찔러 폭력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분노의 표현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 '착한 여자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 화도 내지 않고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모른다.
▲저항이 성희롱을 증가시키리라는 두려움은 근거없다 = 고분고분한 자세는 오히려 성희롱을 지속시키고 폭력성을 증가시킨다. 순종적 피해자들이야말로 가해자가 바라는 가장 안전한 범행 대상이다.
▲자학을 멈춰라 = 어떤 범죄에서도 피해자의 잘못을 따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범죄만이 피해자의 과실을 찾는 데 집중하고 이를 통해 가해자가 무죄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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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업본부장 서미영 이사ros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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