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활동을 중지한 민주노총은 여전히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7월부터 제2차 총파업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노사정위원회의 역할 자체를 점차 경시하고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근로기본권의 보호수준이 현재만큼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노동조합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조합이 과거의 투쟁중심적 전략에서 향후 대화지향적 전략에 비중을 두는 것이 근로기본권의 향상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조합은 사용자와의 합의 이외에도 합법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노사문제를 정치인과의 합의, 국회에 대한 로비활동 및 정당활동 등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모두 잘 알다시피 노사문제에 관한 국내의 모든 현안문제를 다루는 노·사·정 3자의 사회적 합의체로서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채택되어 있는 제도이다.
서구의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3자가 노사문제를 합의를 통하여 결정하고, 합의가 도출되지 아니하는 경우 꾸준히 양보와 설득을 통하여 끝까지 합의도출에 노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아니하는 경우 일말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을 부정하거나 무조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방주장에 협상에서 단 하나의 양보도 보기 쉽지 않다. 노사문화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다.
노사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참여와 협력을 실천하고, 낡은 의식·관행·제도를 선진화해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노사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노동문제를 노사 양측의 당사자와 정부가 함께 파업의 극한 대결없이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신노사문화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만날 수 있는 대화 창구인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정립과 함께 노사당사자간의 상호인식방향이 전환돼야 한다.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서로를 적대적 관계로 설정하지 말고 회사와 종업원을 위한 상호동반자로 파악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성장이 곧 노조원은 물론 종업원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근로자는 업무능률향상의 고성과작업체제(高成果作業體制)에 참여하는 노동운동으로 선회해야 한다.
사용자는 노조전임이 회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노조가 신뢰할 수 있는 열린 투명경영을 하는 경영실천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정부는 노사협력증진 인프라구축을 중심으로 하는 노사정책을 통해 노사간 상호 협력과 성실한 협상에 임하는 책임, 양측의 의사 존중속에서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노사정에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노조전임·주5일 근무제 등 문제 산적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노사정의 최대 현안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노조전임에 대한 임금지급문제와 주5일근무제 등 문제가 산적해있다.
노조전임에 대한 임금지급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사항이거나, 일부 정치인들이 노동단체에게 각서로써 합의한 사항이다. 합의사항의 이행이 사용자단체의 반대에 부딪치자 정치인들은 이를 노사정위원회에서 당사자들이 해결하도록 그 책임을 넘겨 버렸고,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간의 합의가 도출되지 아니하자 공익안이 마련되었다.
이 공익안을 토대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정치인들은 역시 노·사 양 단체의 낙선운동 경고에 당면하여 법안의 심의조차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조건 등 처분권한이 사용자에게 있는 사항을 사용자를 배제한 채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거나, 법령 제·개정사항 등 국회·정부 소관사항, 사용자에 대한 파업 등의 강경책으로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협상 결렬… 불법파업 연속
사측의 성실한 협상을 외면하면서 노사협상이 결렬되고 불법파업은 악순환의 고리에 고리를 물고 있다. 이번 연대파업 역시 대부분의 사업장이 불법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대형병원들은 파업 때마다 불법이 많다. 국가의 대외신인도 문제까지 제기됐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역시 불법이었다. 언제 다시 불법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물론 노동계도 불법을 하고 싶어하는게 아니라고 말한다. 사측이 교섭에 불성실하게 응하는 데다 당국의 직권중재나 행정지도 조항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노동관련법상 직권중재나 행정지도의 전제조건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불법파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나 노사문화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불법 파업-형사처벌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6월 연대파업에서 서울대병원.이대의료원.전남대병원.동국대의료원 등은 파업에 제한이 많은 법정 ‘필수 공익사업장’이지만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을 무시해 불법파업이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전북대병원.효성 창원공장.고합.태성공업 등의 파업은 노동위의 행정지도를 무시해 역시 불법이 됐다. 태광산업은 조정기간 중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위원회 직권중재 결정 실효성 없다
노동부는 이번 총파업이 불법파업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민주노총이 정한 연대파업 날짜를 지키느라 개별 사업장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노동계의 법절차 준수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불법을 저지른 노조측의 피해도 크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는 12명이 사법처리됐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봤다. 또한 올해도 단병호 위원장 등 민노총 간부 11명이 무더기로 수배상태에 들어갔다.
노조의 명백한 불법행위는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애매모호한 행정지도의 남용 논란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요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직권중재를 더디게하면서 파업절차를 무시한채 기다려야만 하는 노동3권의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법을 지키면 언제 단체행동권을 할 수 있느냐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직권중재 제도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개정을 권고했다" 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행정지도조치의 경우 중앙노동위가 올해 업무편람에서 신중을 기하라고 해놓고 대한항공에 대해선 두 차례나 내리는 등 법을 남용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다. 행정기구화된 중앙노동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고 대체수단이 없는 항공업의 파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필수 공익사업장’ 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파업사태는 노동문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며, 또 되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노사정위원회 위상정립 확보 “절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정립이 확보되어야 한다. 노사 당사자간의 합의 없이 일방적인 노동법령의 제·개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사 당사자는 물론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깊이 인식해야 한다.
노조전임의 임금지급 관련 법률개정안이 무산되면서 노사갈등과 대립이 전면적으로 표출됐다.
앞으로 노사문제는 노사 당사자간의 대화와 합의를 통하여 해결되어야 하며, 결국 사회적 합의체로서의 노사정위원회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노사 당사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체적 현안은 물론 이를 포괄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인크루트
서미영 온라인 미디어 사업부 이사rose@incruit.com
|
아래 공유할 사이트 중 선택하신 사이트의
아이디로 로그인 하시면 해당 사이트에
바로 이 컨텐츠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
|
|
내컴퓨터와 선택하신 사이트의 웹북마크서비스에 채용정보를 북마크 할 수 있습니다. |
|
|
|
|
전문가 칼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