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러니까 2~3년 전 CDMA 열풍이 한반도 전역을 휩쓸고 다닐 때 연구원들 사이에 헤드헌터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몸값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음을 관심 있던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연구원들은 프로운동 선수들에 못지 않은 자부심과 우쭐함에 젖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 마침 불어 닥친 벤처 열풍은 몸값에 불을 붙여 문과 출신의 사무직 사원들은 "공대를 가지 않았을까"고 후회하게 만들기도 했고, 우스개 소리지만 아들을 나으면 반드시 연구원을 시키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때 아마 팔자를 고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머니 밸리엔 돈이 많다.
어쨌든 지금 테헤란 밸리나 분당 밸리, 그리고 양재 밸리 등의 머니 밸리에는 아직도 엄청난 돈 뭉치(?)들이 많다.(사람을 돈으로만 얘기해서 다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돈 보다는 사람 얘기를 하자는 의도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너그러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개발 인력들이 회사를 옮길 때 다양한 형태의 돈이 주어 지는데 그것들은 연봉, 이적료, 스톡옵션, 무이자 대출 등 형태도 다양하다.
오히려 프로운동 선수들 보다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어 어쩌면 더 대우 받는 직업일 지도 모른다. 단 다른 점이 있다면 아쉽게도 대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유명 프로 선수와의 차이가 아닐까.
하드웨어 하락세 소프트웨어 상승세
다시 개발인력에 대한 몸값 얘기로 돌아 오면 현재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은 상당히 몸값이 하락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 하드웨어의 특성이 불안전 할 때 그리고 소프트웨어 응용기술이 다양하지 않을 때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의 몸값이 하늘을(?) 찌를 듯 해서 거의 인플레이션(?)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그 인플레이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요 부품들이 안정화 되고 ASIC화 되면서 그 전설은 엔지니어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전래동화처럼 변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지금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핵심 응용 기술들이 등장하고 사업자의 부가서비스 요구가 증가 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자신을 잘 관리 해 왔던 엔지니어라면 1군 프로야구 선수 못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두뇌들의 몸값은 얼마나
필자는 이런 환경에서 과연 우리 단말기 개발 엔지니어들은 과연 몸값을 어느 정도 평가 받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말기 개발 엔지니어들의 경우 요즈음도 평균으로 따지면 수 천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소프트엔지니어의 몸값을 평균 약 5천만원 정도로만 책정해도, 총 200명(하드웨어 100명, 소프트웨어 100명으로 예상할 경우) 기준으로 볼 때 적어도 100억 이상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엔지니어들이 받는 인센티브에 스톡옵션 등등 많은 항목을 합산하면 거의 수백 억원대 이상이 되지 않을까.
단순한 투자보다는 효과적인 프로그램 필요
기본적으로 고정자산으로 투자하는 비용이 아닌 인력에 그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면서 매우 모험적인 투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과다한(?)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업계에 명함을 내밀고 있는 업체들도 주위에는 많지 않은가? 다만 그러한 성과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수없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요즈음 시장 상황도 매우 불투명 해지고 보조금 금지 등의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등으로 인해 시장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데 엔지니어들의 몸값은 그래도 수그러들지 않고 늘 하늘을 향하고 있으니 이를 두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어려운 때 이런 귀한 분들을 모시고 개발해야 하니 일선의 벤처 기업들도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이제 벤처는 기술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돈도 있어야 벤처가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런 전문인력들을 제대로 관리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일부 회사와 이것만을 쫓는 연구 개발자들이 있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회사는 돈으로만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결과물의 성과가 연구개발 인력들의 능력으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인력에 대한 관리는 적절한 시기에 적정한 인센티브는 물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회사문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제공 그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비로서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돈 보다는 비전
사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기란 너무 어렵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많은 연구 인력들이 추구하는 첫번째는 오히려 돈보다 개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유연한 문화, 그리고 그 회사의 비전을 더 큰 요소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런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는 밤을 낮 삼아 불철주야 개발과제에 매달려 며칠씩 외박을 해야만 하는 인간적인 고뇌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시 사람과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어디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비록 돈을 조금 덜 주더라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회사만 있다면 몸값 높으신 엔지니어들도 그 곳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정보대국 실현의 현장에서 남모르게 그들이 흘려야 하는 땀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작고 예쁜 휴대폰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해 준 그들에게 조금은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폰메이킹 khansw@shinb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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