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에 저녁 케이블TV를 통하여 유방과 항우에 관한 중국영화를 보았다.
문득 수년전 읽었던 일본의 堺屋太一(Sakaiya Taichi)가 쓴 『組織の盛衰(조직의 성쇠)』가 생각났다.
BC 3세기말 楚의 명문 출신인 항우와 中農 출신에 불과하였던 유방의 경쟁(전쟁)에서 객관적 힘의 열세와 개인의 능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漢의 高祖가 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하여, 사카이야 다이치는 부하들의 능력에 따른 역할 분담과 적재적소에 능력자를 배치, 활용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명문가 출신이요 똑똑한 항우는 세월이 흐를수록 선대의 책사인 범증의 충언을 멀리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고 정책을 폈지만, 출신이 별 볼 일 없었던 유방은 3명의 명신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음을 볼 수 있었다.
즉, 최전선의 전투에 있어서는 한신(韓信), 전략과 전술에 있어서는 장량(張良), 민심수렴과 병참에는 소하(蕭何)라는 명신들이 있었고, 유방은 자신의 부족함을 이들을 통하여 채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었다.
또한 유방의 세 명신중 한신은 천하평정후 처형됨으로써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을 생겨나게 했으며, 장량은 유방을 떠나 仙人이 되었다고 전해지며, 다만 소하만이 유방 사후에도 총리대신이 되어 한 왕조 안정에 기여하였다고 한다.
리더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똑똑하되 조금은 게으른(?) 사람이 적격이라고 한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는 모든 일을 동료나 부하들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동료나 부하들의 의견을 자신의 생각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해 조직내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자세를 보이곤 한다. 자연히 동료나 부하들은 속된말로 항상 깨지기 일쑤이며, 함께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의시 의견을 발표하려는 의지를 박탈당하게 된다. 그리고 일방적 설교조의 연설에 익숙하게 되고, 대충 업무를 처리하여 보고하면 똑똑한 분께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의 수동적 업무추진 자세를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똑똑하되 조금은 게으른 리더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고 보다 많은 권한 위양을 통하여 주위의 동료나 부하들을 활용하려한다. 대신에 보고를 받거나 회의 등을 통하여 동료나 부하직원들의 잘못된 정책방향이나 보고 등에 대하여 명확하게 방향을 잡아준다. 그리고 다시 당사자가 더 생각하고 정리하게 함으로서 개인의 학습과 조직학습을 도모한다.
자연히 동료나 부하들은 그를 존경하게 되고, 그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게됩니다(이른바 360도 영향). 다시 말하면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셈이다. 또한 그러한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다소 게으르긴 하나 머리는 좋아서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최신 정보 수집에 민감하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을 위와같이 이분법적으로 모두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내에서 참된 리더의 역할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주리라 생각된다.
여러분은 어떠한 유형의 리더입인가?
유방은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동료나 부하의 의견에 개방적인 사람과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하는 리더들의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神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눈과 귀는 두개씩 만들고 입은 하나만을 만든 이유는 보고 듣는것을 말하는 것보다 두 배로 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리더는 물론 조직내에서 직위가 높아질 수록 간부들이나 경영자들은 말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고 보기를 두배로 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의 유한성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인 능력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믿고 행동하는 똑똑하지만 어리석은 리더(Pseudo-leader)들이 존재할 뿐이다.
끝으로 사카이야 다이치가 조직관리 측면에서 분석한 유방의 세 신하에 대한 견해와 역할을 정리해 본다.
귀사의 조직 및 참모와 비교해 보면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1. 현장지휘자 : 韓信
1)특정의 프로젝트, 즉 목적추구집단을 관리하는 자.
2)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3)적절한 판단력, 단기적인 先見力, 결단력이 필요하다.
4)명확한 명령.
5)부하에 앞서 행하고, 배움을 좋아하고, 선봉에 서서 추진하는 근면성을 보인다.
6)책임은 자신이 지고 功은 부하와 함께 나누는 인심장악형.
2. 참 모 : 張良
1)정보분석과 방법론을 기획하는 Professional로 창조력이 뛰어나다.
2)공상이 아닌 정확한 현상파악과 장래예측 능력을 갖고 있다.
3)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한 실현 가능성을 명확하게 타진할 줄 안다.
4)수치, 법규, 기술, 자금 등 기획에 대한 적극성을 갖고 있다.
5)항상 일을 찾거나 만들어서 하는 型
6)자리를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7)참모의 평가 ;능력과 의욕(능력은 적고 의욕만 많은 자가 참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3. 보좌역 : 蕭何
1)숨어있는 조그마한 문제점이나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소하는 역할
2)자신의 업적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3)최고경영자가 행하는 통합조정의 사전처리, 그 결과 필요한 미세조정,
4)전진하는 최고경영자의 후방을 견고히 하는 型
5)문제가 현재화되기 전에 사전 예방
6)타인의 공적과 경합하지 않도록 자신을 관리한다.
7)이익이 되는 일을 하나 하는 것보다도, 해가 되는 일을 하나 제거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
8)보좌역의 3조건
①匿名의 情熱
-자신의 功을 드러내지 않음
-최고경영자의 전적 신뢰
②최고경영자의 기본방침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함
-최고경영자와 일체화
-스스로 자신의 방침을 세우지 말아야 함
-인사나 권력투쟁에 관여하지 말아야 함
③스스로 차기의 최고경영자가 되려고 음모하지 말아야 함
9)최고경영자나 참모에 대한 비판 흡수
10)조직 매너리즘을 방지하기 위한 Check 기능
휴넷 경영컨설팅사업부 임채완
|
전문가 칼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