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아 보여도 성과가 확연히 다른 기업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런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은 많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회사와의 짧은 만남에서 얻게 되는 일종의 선입견이(?) 회사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결국 회사 성공에 기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고객과의 첫 만남이 회사의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 고객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순간들을 찾아내고 관리할 때 서비스의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
오늘은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고객 만족 경영, 특히 그중에서도 짧은 순간 동안의 고객과의 첫대면, 즉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진실의 순간이란
한 비즈니스맨이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항공권을 호텔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중요한 회의에 참가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항공사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뜻밖에도 담당자는 임시 항공권을 준비하고 고객을 안심시킨 후, 호텔과 연락해서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항공권을 찾아 왔다. 고객은 깊이 감명 받았고 앞으로 그 항공사만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만약 구태의연한 항공사였다면, 항공권 없이는 탑승할 수 없다는 규정만 되풀이하고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망한 고객은 다음부터는 이 항공사를 이용하기 꺼려 할 것이다. 이처럼 어느 한 순간의 서비스가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상황은 어느 기업에서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은 스웨덴의 마케팅 학자인 리챠드 노만이 처음으로 제창한 것으로 '고객이 종업원이나 기업의 특정 자원과 접촉할 때,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고객의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원래 진실의 순간은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황소가 일대일로 대결하는 최후의 순간이라는 의미이다. 투우사가 결정적으로 평가받는 순간은 언제일까? 과거의 명성, 화려한 의상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은 황소와 맞닥뜨려 이를 쓰러뜨리는 불과 몇 초의 순간이다.
이 순간에 그가 어떤 기술을 순간적으로 구사하여 황소를 쓰러뜨리느냐가 투우사에 대한 평가를 좌우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도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짧은 순간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진실의 순간'은 고객에게 서비스의 품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지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인상을 좌우하게 만든다. 진실의 순간을 흔히 결정적 순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실의 순간은 보통 종업원과 고객이 접촉하는 순간에 발생한다. 하지만 고객이 광고를 볼 때나 고객이 그 기업의 건물을 볼 때,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 로비에 들어섰을 때, 우편으로 받은 청구서나 문서를 접할 때 등 직ㆍ간접적으로 회사의 다른 자원과 접촉하는 모든 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입구의 색깔, 의자의 청결도, 계산 대기행렬, 음식포장, 처음 마신 음료의 맛, 벽에 걸린 장식 등 모두가 될 수 있다.
▲진실한 순간들의 사례
▷스칸디나비아 항공사 사례 - 15초에 고객을 만족시켜야
스칸디나비아 항공사는 진실의 순간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칼슨 전 회장은 한 해에 천만 명의 승객이 각각 5명의 자사 종업원들과 접촉한다는 것을 알았다.
고객별 1회의 응접 시간은 평균 15초였다.
결과적으로 1회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1년간 5,000만번 고객의 마음에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인상을 새겨 넣는 셈이다.
칼슨 회장은 이렇듯 짧은 순간들이 결국은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성공을 좌우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때부터 사원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교육했다. 또한 최일선 사원들이 15초의 진실의 순간에 아이디어를 내고 대책을 강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위임했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은 진실의 순간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한 지 1년 만에 800만 달러의 적자 기업에서 7,100만 달러의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시사점
▷복합상품으로 관리
고객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진실의 순간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 품질이나 만족도에 소위 '곱셈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번의 결정적 순간 중 한 가지가 나쁘다면 한 순간에 고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예컨대 제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안내원, 경비원, 주차장 관리원, 전화 교환원, 상담 접수원 등 최일선 서비스 요원들의 접객 태도가 나쁘다면 고객은 그 순간에 결정적으로 불만족하고 떠나버릴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진실의 순간과 그 임팩트(impact)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한 진실의 순간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또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어야 한다.
항공사의 예를 들어 보면 이를 좀더 명확히 알 수 있다. 흔히들 항공사 서비스를 말할 때 기내 서비스만을 말하는 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항공사의 서비스는 최초 예약에서부터, 공항에서의 탑승절차, 기내 서비스, 그리고 착륙 후 화물을 찾기까지 계속된다. 그 중에 어느 한 순간이라도 고객이 불만족하게 되는 경우 아무리 기내 서비스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고객은 실망하게 된다. 이와 같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의 진실의 순간을 찾아내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고객만족의 첩경이 된다.
▷인터넷과 진실의 순간
인터넷의 특징 중 하나는 고객과 회사와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과거에는 층층이 쌓인 유통채널 때문에 고객이 기업과 직접 대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이 직접 회사에 접촉할 수 있는 길이 인터넷으로 인해 훤히 뚫렸다.
한 회사와 상품을 접할 때 이제는 많은 고객들이 인터넷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진실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고객과의 접점은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항상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체,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출발한 기업이 아닌, 전통기업의 경우 기본적인 고객과의 접점조차도 고려하지 않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자유게시판이나 전화번호 등이 없는 사이트도 많고, 상품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없고,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 정도로 네비게이션이 엉망인 곳도 많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진실의 순간'을 새롭게 정립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인식 미흡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가 넓어질수록, 진실의 순간은 그 중요성이 커진다.
그러나 아직도 진실의 순간의 중요성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도 많지 않고, 심지어는 그 중요성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친절 서비스를 경영의 한 전략으로 채택해 왔지만 구호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는 기업으로서 존재할 수가 없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게 하는 데 중요한 것이 바로 진실의 순간이다.
▲방법론
▷종업원 만족도 제고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일선 종업원들이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종업원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안내 그리고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는 전체적인 서비스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객이 기업의 종업원이나 "특정 자원"과 접촉해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 인식하는 순간이 바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다. 고객들은 이 순간에 서비스의 품질을 인식하게 된다.
즐겁게 일하는 종업원만이 고객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따라서 회사는 종업원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종업원 근로상황 개선, 복지향상, 다양한 인센티브 지급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먼저 내부 고객을 만족시켜서 즐거운 마음으로 자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고객과 접하는 사원들이야말로 고객만족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인 것이다.
최일선 종업원들이 고객의 상황과 니즈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고객 지향적인 종업원을 채용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 또한 종업원 만족이 곧 고객 만족임을 이해하여 적절한 지원과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파워먼트 실현
짧은 순간에 고객만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권한을 일선 고객들이 갖고 있어야 한다.
임파워먼트를 통한 진실의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종업원 규칙 사례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종업원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모든 상황에서 종업원이 판단하여 고객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이행하는 것 이외의 규칙은 없다’
이러한 임파워먼트는 종업원 만족과 고객만족으로 이어졌고, 만족한 고객들의 구전(Word-of Mouth)광고로 인해 노드스트롬은 매년 엄청난 액수의 광고비를 절약하고 있다.
▷미국 리츠 칼튼 호텔의 사례
리츠칼튼 호텔의 경우, 불만족한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종업원이 2000$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고 있다.
그리고 고객불평을 접수한 종업원은 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고객 불평을 소유(Own)한다. 소유라는 말은 그 고객의 문제가 일단 접수되면 그 종업원의 문제가 되었음을 뜻한다.
매니저와 보스를 찾기 위해 화난 고객을 세워둘 필요도 없다. 현장에서 즉시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츠칼튼 호텔 고객의 90% 이상이 다시 투숙하게 되며 경쟁사 보다 15% 낮은 종업원 이직률과 10% 가까이 높은 객실이용률을 보여준다.
▲기타의 방법들
이외에 진실의 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자사 상황에 맞는 '진실의 순간' 규정하기, 경영층의 솔선수범, 종업원들에 대한 훈련과 실제 현장에서의 테스트, 우수기업 벤치마킹 등 다양한 방법을 총 동원하고 있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객을 중시하는 문화의 정착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은 변하고 있다. 이젠 기업들도 진정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조직의 마인드를 바꾸고 변화의 길에 나서야 한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이제는 꼭 영업사원들만 고객과의 접점에 있지는 않다. 영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체 종업원, 전체 부서가 다 고객과 접할 수 있게 구조가 바뀌어가고 있다. 이른바 백 오피스 (Back office) 부서원들도 '진실의 순간'에 적절히 대응 가능토록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 예절인 전화예절 교육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퉁명스럽게 받거나 일방적으로 끊어버린다면 "진실의 순간"에 고객은 상처를 입을 것이며, 고객은 기업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모 호텔의 사례
미국 모 호텔에서는 고객이 예약에서부터 체크아웃을 하는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12개의 '고객 접점'을 정해놓고 고객만족을 실천하고 있었다.
지배인에 의하면 이렇게 고객을 만나는 시점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MOT)'으로 규정하고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업원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 한순간이라도 고객의 불만을 사면 그 고객은 다시는 자기 호텔에 투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정신으로 전 종업원이 무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전화상으로 고객을 만나는 진실의 순간은 호텔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도서
필립 코틀러의 미래형 마케팅, 필립 코틀러, 세종서적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ytcho@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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