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2차대전의 영웅인 패튼 장군의 리더십을 경영측면에서 분석 적용한 'Follow Me'라는 책을 읽으면서 '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관한 연구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경제 위기하에서, 위기관리 및 극복을 위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축약되는 신경제하에서 경영환경은 근본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분들은 디지털 경제에서의 리더십을, 다른 분들은 21세기형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성공하거나 실패한 분들의 리더십 유형을 발빠르게 분석해 발표하고 있을 정도로 리더십에 관련된 자료가 넘쳐나고 있다.
하나같이 서구 선진국과 같은 계약중심의 사회로 전이(shift)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다루어지는 리더십과 조직관리에 관한 접근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통해 색다른 측면에서 한국적 리더십을 보면 우리 민족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변하지 않으며 위기시에 더욱 그 특색을 나타내는 정(情)과 한(恨)이라는 두 가지의 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첫번째 정(情)은 부정할 수 없는 한민족의 특성이며, 평상시에는 퇴색되어 있는 듯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민족성이다. 이는 조직 내에서의 평가문제, 노사관계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위기시에는 동류의식을 가진 집단으로의 결속력을 강하게 해 줌으로써 위기 극복의 단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IMF 이후 전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두번째 한(恨)이다. 우리 민족에 있어서 恨의 승화는 신명이요, 恨의 퇴락은 체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부정적 의미에서 우리 민족의 특성을 ‘냄비’에 비유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며 고유의 민족성은 은둔과 끈기를 상징하는 ‘뚝배기’ 이다. 조직 관리에 있어서 恨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들의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해 조직이 쉽게 와해되는 이유는 恨의 퇴락에 있는 것이며, 퇴락한 恨을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일이야 말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민족 고유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구의 리더십 이론이나 그들의 성공 모델들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려는 오늘날의 세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情과 恨이라는 민족적 특성에 근거하해 한국 기업들의 인사조직 분야에 있어서 리더십의 핵심은 ‘신뢰’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는 리더들의 인간성과 도덕성에 관한 신뢰이며, 둘째는 전문성에 대한 신뢰요, 셋째는 솔선수범 내지는 실천성에 대한 신뢰(말과 행동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GE社의 Management Value가운데 중요한 핵심중의 하나가 Integrity(정직, 성실)이라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할 것이다.
情과 恨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에 근거한 한국적 기업문화에 적합한 조직관리 이론이 태동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조직관리는 그 토양이 되는 구성원들의 근본적 민족정신과 시대환경 그리고 기업문화라는 세가지 요소에 근거해 행해 질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 조직관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중간 매개자’의 역할이다. 이는‘중개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결혼에 있어서 중매자, 상거래에 있어서 거간, 상여 나갈 때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는 만가 선창자, 마을 축제에 있어서 흥(興)을 돋우는 주연이 아닌 조연자들의 존재와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조직관리에 있어서 중간자 또는 매개자, 즉 중간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80대20의 Rules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20%에 해당하는 리더들의 발굴과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면 그중에서도 중간 리더들(Real Change Leaders)의 역할과 책임이 기업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그와 같은 중간 리더들에 대한 체계적 육성계획을 확립해 시행해야 하며, 기업의 제2의 혁신을 위한 원천이요 지속적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al Change Leaders은 ‘Doing things right.’보다는 ‘Doing the right thing’을 하는 자들이어야 하며, ‘We relish the fundamental change(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즐긴다).’는 사고를 가진 자들이어야 할 것이다.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ytcho@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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