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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윤리의식 교육은 리더와 경영자부터 진행해야

  기사입력 2020.10.13 10:47

[월간노동법률]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ㆍ한국인사관리학회 편집위원

리더의 윤리의식은 왜 중요한가

기업 및 대학에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리더의 요건에 관해 교육생들 사이에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성과 창출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부터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국내외 리더십 연구도 리더의 자격 요건, 성공 요인에 관해 다양하게 기술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가장 부각되는 요소는 단언컨대 윤리의식이다. 과거 성과를 강조하던 시대적 패러다임에서 도덕적 윤리를 강조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 본 칼럼에서 기고한 바 있지만 스탠퍼드대의 인사조직 석학인 제프리 페퍼 교수는 "리더는 성직자 못지않은 도덕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량적 이익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다 보면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할 수 있다는 문화가 팽배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리더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적 선, 도덕적 잣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리더의 윤리의식이 무너지면 조직의 윤리의식도 함께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에 리더의 도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 분노, 놀라움을 느끼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평소에도 서민과 민생을 위해 헌신하고 여성 인권과 성 평등에 가장 앞서 있다고 대내외적으로 평가받은 이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이 그토록 경계하고 혐오했던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평소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를 강조하고 성찰과 도덕성을 스스로 엄격하게 강조했던 리더가 하루아침에 윤리의식에 치명상을 입고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의 윤리의식이 무너지는 이유

최근 리더십 연구 및 학계의 의견은 원래부터 부도덕한 리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절제를 강조했던 리더도 순간의 방심이나 부주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윤리의식이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부도덕한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문화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언제든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갖거나 성인군자처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이제는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것이 학계의 견해이다.

이와 관련돼 흥미로운 연구 내용이 있다. 리더십 이론 중에 가장 대표적인 리더십으로 알려진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은 그 동안 다양한 학술연구에서 가장 많은 장점을 가진 이론으로 등장해왔고 기업 교육에서도 제일 많이 활용돼 왔다. 그런데 2019년 세계 최고의 경영학 학술지(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서 변혁적 리더십도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리더 스스로에게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 결과로 입증돼 학계와 기업 현장에 많은 화제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변혁적 리더는 구성원에게 사려 깊은 이해를 보이고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늘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조직의 미래 성장을 위해 명확한 방향성까지 제시하기에 늘 최적의 리더십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지나치게 대중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절제된 언행을 추구한다고 구성원에게 강조할수록 리더의 감정적 소모와 피로는 극도로 높아져 자신이 갖고 있던 잣대마저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엄격한 기준이 리더의 탈선을 부르는 역설인 셈이다.

더욱이 2015년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된 성별과 나이에 따른 성폭력 인식의 차이연구에 의하면 여성에 비해 남성이 그리고 나이가 적은 사람에 비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성폭력에 대해 더 관대한 인식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연구는 설문이 아닌 가상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남녀의 성폭력 인식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실무적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남성일수록 여성의 거절이나 불쾌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남성 중심적 사고를 보인 것으로 연구 결과는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성평등, 성폭력 등의 판단이 조금씩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을 해당 연구는 시사하고 있기에 대부분의 리더는 끊임없이 윤리의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 리더의 윤리의식이 흐려진 상황을 경험한 다수의 구성원들이 이를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받아들이고 급기야 그렇게 굳어진 부조리한 관행은 부조리한 문화로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무너질수록 급격히 조직 내외로 확산되는 경향도 강하다. 그러므로 윤리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리더부터 명심해야 한다.

윤리의식 교육이 리더, 경영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이유

국내 기업에 관해 조직문화 진단을 진행하면 구성원들은 경영자의 부도덕한 윤리의식에 대해 실망할수록 조직에 대한 소속감까지 급격히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매년 수많은 기업에서 성희롱, 성평등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영자, 리더가 이러한 교육에 직접 참석해서 성평등, 성희롱 교육의 중요함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경영자, 리더가 사업적 의사결정 등 바쁘다는 이유로 해당 교육에 대해 불참 또는 등한시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국내 조직에서 일상적인 모습이다.

윤리의식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을 만나보면 조직 내 구성원들 대다수는 열심히 학습하고 그 의미를 소중히 받아들이는데 정작 조직의 본보기가 돼야 할 리더, 경영자는 관련 교육에 거의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는 점을 토로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그 단순한 진리가 실제 현장 내에서 작동되지 않는 이유이다. 구성원의 윤리의식이 아무리 엄격해도 리더의 윤리의식이 흐려지면 해당 조직이 도덕적인 조직으로 탈바꿈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리적 문제의 출발점 자체가 리더의 권력에서 초래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가총액, 조직의 브랜드에 가장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경영자와 리더의 솔선수범에 있다.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보면 역량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연봉보다 자신이 입사하고자 하는 조직의 신뢰도, 경영자의 도덕성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므로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리더는 윤리의식 교육에 주도적으로 참석하고 관련 세미나 등을 더 많이 개최해 조직의 건강한 의식을 직접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직의 윤리의식은 결코 기업의 매출액, 이익으로 살 수 없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성차별적 태도와 성 인식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 사실이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만큼 품격 있는 윤리의식은 리더와 조직이 함께 갈고 닦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함양될 수 있다. 수많은 조직은 오늘도 성과 창출에 관해 다양한 회의를 진행하고 깊은 고민을 기울인다. 조직이 성과를 위해 공들이는 노력만큼 윤리의식에 관해 신경 쓴다면 보다 성숙한 윤리의식은 우리 사회에 조금 더 일찍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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