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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업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기사입력 2020.10.20 13:01

[월간노동법률] 임윤수 임윤수법률사무소 변호사

모기업 인사팀 김차장은 어느 날 다른 부서 이대리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았다. 평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인사 관련 고충이라는 말에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최근 인사이동으로 함께 근무하게 된 상사 박팀장이 회식 때 자신을 따돌리고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등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막연했던 김차장. 좀 더 지켜보며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만 나눈 채 자리를 마쳤다. 그 일이 있고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이대리는 인사팀 정팀장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면담신청 이메일을 보냈고, 김차장은 팀장의 지시로 경위파악에 나서게 됐다. 일전에 이야기를 나눴지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던 피해자를 만나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웠던 김차장. 우선 가해자로 지목된 박팀장부터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박팀장은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했고 오히려 이대리의 근무태도 등을 지적하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피해자를 만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며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던 중 결국 이대리는 인사팀을 통한 해결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본부장에게 이메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고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비단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는 곳이다 보니 이런 저런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기 마련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 SNS 등 소통이 쉽고 빠른 세상이라 쉬쉬하고 넘어가다가는 더 큰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개인의 일탈로 그치는 일들이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간혹 회사의 존립이 걱정될 정도의 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 사례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이 이어진다. 처음 이대리와 상담했던 김차장은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할까. 이메일을 받은 인사팀 정팀장이 김차장에게 일단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을까. 이 경우 김차장은 누구를 어떤 순서로 만나 어떻게 면담을 해야 할까.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괴롭힘이 있었는지는 어떻게 판단하고 필요한 증거는 어떻게 수집해야 할까. 명백한 증거는 없고 정황증거뿐인 경우에도 사실인정이 가능할까.

경찰이나 검찰은 공권력을 배경으로 강제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업의 내부조사에 비해 수월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설득과 협조에 기초해 진실을 규명해 나가는 내부조사야말로 가장 어려운 고난도의 수사업무인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내부조사를 위한 교육과 투자가 부족하다보니 내실 있는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당연히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조사업무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마치 권위주의 시대 정보기관처럼 인권침해적 조사가 자행돼 조사자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도 법적책임을 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자체조사로는 진실규명도 어렵고 괜한 분란만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대충대충 조사를 하다 보니 결국 진실규명도 못하고 무성의한 조사라는 비난만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앞서 제시한 문제들은 내부조사에서 기업이 주의해야할 수많은 체크리스트 중 일부에 불과하다. 더욱 어려운 점은 이러한 문제들이 매우 실무적이고 경험적인 문제들이어서 정해진 틀에 따라 일률적으로 답을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다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일반론을 간략히 살펴보고 이어서 실무상 문제되는 몇 가지 쟁점들을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먼저 기업은 사내규범을 통해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제재, 재방방지대책 등을 제정해 둬야 한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위 도표에서 보듯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접수되면 상담을 거쳐 사안에 따라 약식 또는 정식조사가 진행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먼저 조사 기간, 조사자,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사규 내지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사건이 복잡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관련된 경우에는 위원회 방식 또는 외부 전문가 참여 등을 적극 활용하고 노조대표나 노사협의회 의원을 조사에 참여시키는 등 절차의 공정성과 결과의 신빙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사자 내지 조사위원(이하 조사자 등) 등은 조사내용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하며 조사과정에 인권침해가 없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대면조사를 진행할 경우 공정성 확보와 조사자 보호를 위해 최소 2명 이상이 참여하도록 하며 조사 순서는 일반적으로 피해자, 참고인, 행위자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사를 통해 사건의 경위, 구체적인 괴롭힘 행위 태양, 피해자 요청사항, 피해정도 및 증거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조사를 마친 후에는 사실인정 및 조치의견 등을 기재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조사보고서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실인정으로 이를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진술 및 증거를 적절히 제시하고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사건의 경위와 사실인정의 근거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일반론을 배경으로 앞서 제시한 사례에서 실무상 문제가 될 만한 문제 몇 가지를 짚어보도록 하겠다.먼저 신고 절차 및 해석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어찌 보면 별거 아닌 문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예상외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이대리는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김차장은 단순한 고충 상담이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결국 신고 개념 및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 김차장이 이대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치 요청을 받았을 때 정식 신고절차 및 담당자를 안내하는 등 피해자 보호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공식적인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보니 당사자들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고충상담이든 단순히 이야기를 나눈 것이든 표현을 불문하고 결국 그러한 행위가 규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사규 등에 신고절차 및 방법 등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 보호절차를 명시하는 한편 임직원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상담을 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반드시 사규에 따른 피해자 보호절차를 안내하도록 교육해 신고 또는 조치 미흡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조사 내용의 보안과 관련된 문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있어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녹음이나 카카오톡 대화 등은 매우 유력한 증거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보면 당사자들이 이러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나눈 대화를 녹음하거나 사적 문자를 보관하다가 증거로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한 참고인의 경우에도 자신의 진술이 관련자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꺼리거나 공식적으로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위해 조사자 등은 진술서면 및 증거물 관리 등에 있어 관련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약 조사자 등이 비밀유지의무를 어기고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유포할 경우에는 스스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진술서면이나 증거자료를 봉인해 함부로 개봉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음으로 문답서, 진술서 등 진술서면 작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진술서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진술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믿고 사건을 진행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의 경험상 막상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술서에 적힌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실제 서면을 작성한 사람은 따로 있고 정작 본인은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이런 진술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진술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직접 작성해야 하며, 최소한 기재된 진술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서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실 진술서나 문답서 등은 변호사들도 경험 없이는 작성하기 어려운 서면이다. 질문과 답을 문답서로 잘 정리하는 것은 베테랑 수사관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며, 이론적인 공부만으로는 터득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실전기법이다. 결국 방법은 많이 작성해보고 경험을 쌓는 것밖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증거조사와 사실인정과 관련된 문제이다. 사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건은 조사도 수월하다. 문제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명백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흔히들 증거가 없어서 더 이상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이는 신중히 따져봐야 하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황증거만으로도 충분히 진실을 밝힐 수도 있고, 자칫 간과하고 있는 증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도 반드시 직접증거가 있어야만 사실인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을 위한 심증은 반드시 직접 증거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돼도 관계없다.

특히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해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이기도 하다.

내부조사 역시 최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수집된 증거들이 그것만으로는 특정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이를 종합해 보면 충분히 심증을 형성할 수 있다면 이로써 사실인정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인정을 포기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증거를 수집해도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내부조사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내부조사의 한계와 적법성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특히 실무상 디지털포렌식, 이메일 열람, 사물함이나 업무공간에 대한 수색과 관련해 많이 논의되는 문제이다. 지면 관계상 상세한 논의는 생략하되 결론만 말하자면 내부조사는 조사대상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당성, 긴급성, 필요성, 조사방법의 침해최소성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중심으로 내부조사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았다.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내부조사만 전문으로 하는 로펌이 존재할 정도로 활성화된 분야임에도 아직 국내 현실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다행이 최근에는 노동 분야를 중심으로 점점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 큰 발전이 기대된다. 짧은 글이나마 부디 실무에 참고가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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