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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징계를 위한 조사절차에서 실무상 몇 가지 유의할 점

  기사입력 2020.10.20 13:02

[월간노동법률] 김수진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징계는 질서교란자 내지 의무위반자에게 과하는 제재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직장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지위에 변동이 생기고 경제적, 인격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징계를 할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징계는 그 사유와 양정이 적절한지도 문제되지만, 징계를 위한 조사 절차와 관련된 실무적인 문제도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징계마다 사실관계 및 사업장 여건이 서로 상이하고 예측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나 참고할만한 문헌이 많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아래에서 최근 실무상 빈번하게 문제되는 새로운 유형의 징계 절차 관련 이슈와 유의할 사항을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1. 징계 대상자의 컴퓨터,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동의 없이 조사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정보화 사회고,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따라 업계의 주도권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고유한 기술,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고객정보, 마케팅 정보 등이 유출될 경우 회사로서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직원이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유출한 것과 같은 정황이 발견됐다면, 회사가 직원의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직원의 동의 없이 조사할 수 있을까.

법원은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외부 언론기관에 유출했다고 의심되는 직원의 컴퓨터를 이용해 위 직원의 이메일을 열람한 사안에서, 회사를 비방하는 각종 음해성 보도로 인한 회사의 도산을 막기 위하여 피해자의 이메일을 열람하도록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이를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포함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도3344 판결).

반면, 컴퓨터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가 직원이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는 직원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뒤 파일검색을 해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메일 등을 출력한 사안에서, ① 피해자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긴급히 확인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 그 열람의 범위를 범죄 혐의와 관련된 범위로 제한했던 점, ③ 피해자는 입사 시 회사 소유의 컴퓨터를 무단 사용하지 않고 업무 관련 결과물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했고, 위 컴퓨터에 혐의와 관련된 자료가 저장돼 있을 개연성이 컸던 점, ④ 검색 결과 고객들을 빼돌릴 목적으로 작성된 견적서, 계약서와 계약을 빼돌렸다는 취지의 메신저 대화자료, 이메일 송신자료 등이 발견된 점, ⑤ 회사의 모든 업무가 컴퓨터로 처리되고 그 업무에 관한 정보가 컴퓨터에 보관되고 있는 현재의 사무환경하에서 부하 직원의 회사에 대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 피고인과 같은 감독자에 대해서는 회사의 유지ㆍ존속 및 손해방지 등을 위해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허용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를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라고 판단하기도 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

위 사안들 모두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가 문제됐다. 위법성 조각사유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배제하는 사유로서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7도6243 판결에서도 피해자가 업무와 관련된 결과물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했고, 충분히 의심을 할만한 사안에서 매우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컴퓨터를 열람했으며, 실제 범죄행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정당행위로 인정됐다. 위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동의 없이 전자기기를 조사할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실무에서 동의 없이 컴퓨터나 이메일을 열람하는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법률의견을 구하는 경우 해당한다는 의견을 주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급적 적법한 방법으로 징계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면 징계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컴퓨터와 핸드폰 등을 열람 내지 포렌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 경우에도 징계사유와 관련된 부분으로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징계 대상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징계 대상자를 업무상 배임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한 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입사 시 또는 재직 중에 업무 관련 결과물은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고 외부에 반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 및 개인정보 열람에 관한 동의서를 받아 둘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직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하고, 포괄적 동의가 아니라 열람목적, 열람대상, 열람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동의를 받는 것이 좋다. TIP: 직원의 전자기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한 동의를 얻어 열람해야 하고, 열람에 동의를 구한 뒤라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열람해야 문제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회사로서는 감사를 대비해서 미리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열람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둘 필요가 있다.

2. 징계 조사 과정에서 징계 대상자의 진술을 비밀녹취할 수 있을까?

수인 간의 대화에서 그 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에 다른 사람들의 발언은 그 녹음자 또는 청취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 및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등). 따라서 녹취자가 징계 대상자의 진술을 녹취했더라도, 자신이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고,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등). 따라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피녹음자의 승낙이 추정되거나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 등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해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6 선고 2017가합548478 판결 등).

구체적으로, 법원은 원고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사항으로 근무했던 종전 회사의 관계자 등에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는 통화내용을 피고가 녹취한 후 녹취서를 민사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해 그 소송의 당사자인 원고가 근무했던 종전 회사의 관계자에게 알려지게 한 사안에서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고(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기자가 도청의혹 사건에 관해 취재를 하던 중 언론 보도국장이었던 원고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해 보도에 사용하면서 원고의 음성을 변조하지 않고 원고의 실명 및 얼굴 사진까지 보도 화면에 노출한 사안에서 음성권 침해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6 선고 2017가합548478 판결).

반면, 법원은 교사들 사이에 의견차이로 다툼이 생기자 한 교사가 다른 교사가 소리지르는 음성을 녹음한 사안에서 녹음부분이 약 23초에 불과하고, 필요성 및 긴급성이 인정되며, 음성권 침해 정도가 미약하고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영역을 침해한 것도 아니며,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법원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사용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부부 사이였다가 협의이혼하고 피고와 자녀의 양육권과 양육비 문제 등으로 다투던 원고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전화통화를 녹음해 녹취서를 작성해서 증거자료로 제출한 사안에서 원고와 피고의 관계, 전화 통화의 내용, 민사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제출했을 뿐 다른 행위로 나아가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위와 같은 행위만으로는 이를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부산고등법원 2016. 11. 10 선고 2015나56444(본소)ㆍ2015나56451(반소) 판결).

징계 조사 과정에서의 비밀녹취는 필요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긴급성 및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하여 징계 조사 과정에서 징계 대상자의 진술을 녹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징계 대상자에게 미리 고지해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고, 만약 징계 대상자가 진술을 녹취하는 것을 거부할 경우 문답서를 작성해 서명을 받거나 징계 대상자로부터 자필 진술서 등을 받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징계 대상자가 조사 과정을 비밀녹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도 본인의 진술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의 상대방이 존재하는 이상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녹취를 하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 사전에 고지할 필요가 있다.

TIP: 대화자가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위반되지 않으나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징계 대상자의 진술을 녹취하고자 할 경우에는 동의를 얻어야 하고, 징계 대상자에게도 동의 없이 조사내용을 녹취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

3. 보강증거 없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방법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만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고 목격자나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다. 이에 회사로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거해 징계사유를 확정하고 징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피해자의 진술을 보강할 다른 증거가 존재하지 않을 때,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므로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성희롱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만을 전적으로 신뢰해 징계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피해자의 진술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면 피해자가 계획적으로 진술을 조작하고 꾸며낸 경우를 걸러내지 못해 무고한 사람을 징계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징계사건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직원이 대표가 본인을 폭행했다고 고소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밖에 없는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한다. 1심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주요 진술(폭행 부위, 피고인의 행위 등)이 일치하고 목격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8. 28 자 2017고정2141 판결). 그러나 항소심은 ① 피해자의 태도(피해자가 탄원서와 호소문에 폭행은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이후에 피고인이 강제추행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점,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이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보태어 피고인을 고소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없도록 전략을 세우는 대화를 나누었고 피해자도 적극 동참한 점), ②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변화(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구체화됐고, 목격자는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최종 진술은 그동안 했던 피해진술과도 일치하지 않는 점), ③ 피해자의 진단서 발급 경위 등에 비춰 보았을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노2684 판결),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도18636 판결).

징계는 직원의 인격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 것만큼의 큰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회사가 징계를 함에 있어서 균형감각은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의 진술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되고 이를 존중해야 하나, 징계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진술이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는 다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태도가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쪽에 함부로 치우치지 않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TIP: 직장 내 성희롱 등의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되나, 피해자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징계하는 것은 험할 수 있으니 균형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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