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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직장인, 왜 자살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기사입력 2020.10.20 13:11

[월간노동법률] 김형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심리전문가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순간을 경험한다.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끝없는 성장통과 함께 성장했고, 가끔은 인생의 쓴맛에 몸서리쳤던 순간이 있었으리라. 그런 절망의 순간, 우리는 가끔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설마 그런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겠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로 세상과 이별한다.

이렇게 자살하는 사람이 2018년 한해 13,670명이었다. 이는 하루에 37.5명, 한 시간에 평균 1.6명이 자살로 사망했다는 얘기다. 지금 당신이 이글을 읽고 있는 이 시간에도 희망을 잃어버린 누군가는 자살을 시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10대와 2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30대와 40대의 사망원인 2위 또한 자살이다. 생산가능인구인 15세에서 65세 사이에 있는 이들 중 직장인의 비율은 매우 높으며, 이것이 우리가 직장인의 자살에 관심을 가지고 예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 이유다. 굳이 통계수치를 들여다보며 이런 이유를 찾지 않더라도 내 동료, 내 직원 중 죽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살리고자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일까? 먼저 경제 환경과 자살의 관계를 살펴보자. 멀리 대공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고, 2008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다. 당시 실직자들이 넘쳐났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경우도 급격히 증가했다, 다행이 실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하더라도, 또 언제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그때도 해고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슴 졸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제적 위신, 사회적 지위 상실이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Gibbs & Porterfield(1960)의 지위변동이론이며, 이런 경제(Economy)와 자살 (Suicide)의 밀접한 관련성을 의미하는 합성어가 바로 이코노사이드(Econocide)이다. 하지만 경제적 위기가 무조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례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그리스와 아이슬란드가 국가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자살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그리스의 경우,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국가 자살률이 2배까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사회보장기금을 늘려서 실직자들에게 재취업교육을 시켜주거나 실업수당을 지급했고 그리스와 같은 자살률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어떠한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경제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이윤은 감소하는 등 경제적 위기상황이 눈앞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전체의 자살위험성이 높아졌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른 때보다 더욱 애써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상황이라고 모든 직장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2015년부터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개발했던 것이 직장인을 위한 보고듣고말하기라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이었다. 당시 필자가 맡았던 역할은 자살을 생각하는 직장인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의 비교분석이었다. 이를 통해 직장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를 찾아보고, 그 내용을 직장인들에게 교육함으로써 주변 동료의 자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살을 예방하고자 함이었다.

분석 결과, 남성에게는 존중과 인정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자세히 말하자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살을 생각했다. 생각해 보자. 나이가 40세가 좀 넘은 과장이 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후배들에게 치여 승진에서 누락되고, 앞에서 말은 하지 않지만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면 어떨까? 또 이 정도 나이쯤 되면 부모님이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며, 병원비와 부양에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자녀들도 어느 덧 훌쩍 커서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요구가 늘어간다.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는 늘어나는 데, 한정된 급여에 버거움을 느끼지만, 그건 한 부서의 과장으로써,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짊어져야 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남자의 삶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그것도 못하면 아빠 자격 없다고 말하는 듯한 주변의 기대에 점점 무력감과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울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울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갑자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관계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는 물론 직장 내에서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가족관계 또한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관계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범퍼 역할을 해줬던 지지체계의 상실은 여성이 자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생각해 보자. 30대 기혼 여성 있다. 직장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지내왔지만, 동료 간 오해로 인해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외로운 처지가 돼 괴로운 심정이다. 남편에게 어려움에 대해 토로해 보지만, 공감과 이해 대신 지적과 충고를 받는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게다가 아이를 갖고자 수년 동안 노력을 해왔고, 최근에는 산부인과에서 시험관 시술까지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에 실패하자, 세상에 완전히 혼자된 것처럼 견디기 힘든 고독감이 밀려든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관계지향적이기 때문에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자살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물론 자살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하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변화는 비슷하다. 이처럼 자살을 암시하는 변화를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자살을 막을 수 있다.

기업에서 직장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 지, 그리고 그들의 힘든 마음을 어떤 태도로 듣고,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교육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는 일이지만 직장 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이다.

다음으로 직장 자체가 보호요인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심리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보호막이 됐다. 그때는 회사에 출근하면, 동료들과 한 식구라는 유대감과 결속력, 그리고 훌륭한 회사에 속해 있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전보다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으며, 직장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곳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게 직장이 보호요인으로써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건 예전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엔 우리가 직장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이,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 버린 탓이다. 대신에 기업은 직원들의 심리적 건강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내 상담실을 설치해 직원들이 힘들 때 고립되지 않고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직원의 자살위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만약 당신의 직장에서 직원이 자살위기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내 심리상담실, 인사팀, 환경안전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역할을 정의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세워놓아야 한다.

직업 특성상, 가끔 직장인의 자살을 마주한다. 안타까운 마음을 마주한 사람들의 삶의 면면들을 보고 있자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삶의 끈을 놓아 버리기 전에 누구라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지금 그들이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리에게 기회는 많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견뎌 줄 수 있으니 다시 힘을 내서 살아보자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라도 주위를 둘러보고, 마음이 가는 동료가 있다면 손을 내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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