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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떠날 것인지, 머물 것인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을 더 사랑하게 해줄 수 있다면

  기사입력 2020.10.20 13:12
[월간노동법률] 한준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한 시기

이따금씩 기업 관리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불쑥 던져볼 때가 있다. "만약 당신 조직에서 상당히 일 잘하는 직원이 갑자기 사직서를 들고 찾아왔을 때, 게다가 그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사람인 경우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여전히 술 한잔 사주면서 잘 달래 보겠다고 하는 대답이 주를 이룬다. 거의 30년 전에도 우리 선배들은 이 방법에 의지했는데 지금도 동일한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까닭인지 몰라도 한 고객사는 퇴직면담을 할 때 도통 이직사유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는 직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워크숍을 디자인해서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한 경우도 있다. 탁자 건너편 일반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고민 상담을 해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가운데 하나가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째, 회사입장에서는 억지 명분조성과 일시적 금전패키지로 문제해결이 된다는 과신은 금물이다. 둘째, 직원들도 냉철하게 자기 자신과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셋째, 이제 우리는 조직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를 오픈해서 하는 것을 더 이상 터부시해서는 안된다.

문자 그대로 격변의 시대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에게 잔인한 시간이 돼 버린 2020년에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불가피한 노동시장과 고용 환경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조직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과, 위기 속에서도 또 다른 기회의 문을 두드리고자 하는 이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모든 관점을 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직원과 관리자 모두가 알아야 할 떠나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혼란 속에서 자칫 경솔한 판단을 내리는 직원들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심사로 인력관리의 포인트를 애써 외면하려는 관리자들에게 작은 팁이라도 됐으면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이미 추억 속 이야깃거리가 된 작금의 세상에서 이직과 전직이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왜 이직을 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직장인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일반적으로는, 당초 약속했던(기대했던) 직무내용이나 근무조건과 너무 다른 현재의 상황 때문에,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꿈의 직무가 있었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아서, 너무 과중한 업무로 건강이 악화돼 어쩔 수 없이, 자녀교육이나 배우자 전출 등 가정사로 인해서, 혹은 경영악화나 구조조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런 이유는 그래도 밉지 않다. 반면 연봉이 낮아서, 야근이 많아서, 존경할만한 상사가 없어서, 상사와의 마찰 때문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서, 자기계발의 기회가 없어서 등 이유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럴듯해 보이겠지만 매의 눈을 가진 인사전문가나 최고경영진 앞에서는 공격받는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직장인들은 이를 퉁쳐서 "더 이상 비전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가정법원에 이혼을 신청한 부부들이 이혼 사유를 대체적으로 성격 차이로 말하는 것과 꽤 흡사하다. 그러나 결혼과 이혼은 개인의 사생활이고 그 내용을 일일이 밝힐 필요도 의무도 없다. 그렇지만 이ㆍ전직 사유는 맥락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명문과 실리가 제 3자에게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면, 죄인의 심정이 아닌 마음으로 서로 악수하면서 헤어질 수 있다면, 지금 이곳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고 심기 일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떠남과 만남이 조직과 개인이 서로 윈-윈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그 여정의 좋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머물러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떠나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를 분별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어떤 상황과 사유에서 이별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몇 가지 경우로 정리를 해보자. 물론 이러한 기회를 현재의 일터에서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회가 개인의 중장기 커리어 플랜과 부합돼야 한다. 이로 인해 커리어의 테마와 스토리가 한층 더 탄탄하게 다져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새로운 도전을 꾸준히 모색하고 준비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서 새로운 둥지가 문화적으로도 나와 코드가 잘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한다.
왜 그 회사에서 그 포지션이 오픈 됐으며 많은 후보자 가운데 최종적으로 자신을 낙점했는지를 분석해보자. 자신의 가치나 잠재력이 새로운 조직이 직면한 문제나 위기해결에 필요한 경우라면 괜찮다.
수평이동보다는, 수직이동 혹은 이전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익히고 도전할 업무량이 30% 이상 될 경우라면 괜찮다.
자신이 중시하는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나 철학에 전체적으로 부합이 되고 있다면 괜찮다. 예를 들면, 업무자율권과 권한, 새로운 프로젝트, 자기성취도, 급여부분, 직업의 상대적인 안정성,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다면 고민해볼 만하다.
명분과 실리가 있고, 이직으로 상품으로서 나의 부가가치가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선다면 배팅을 해봐라. 즉, 이번 이직으로 인해 시장 내 프로페셔널로서의 가치가 한 단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선다면 움직여봐도 좋다.
너무 당연한 사항이지만, 새로운 회사의 최근 사업실적, 재무제표, 주가 등 종합적으로 회사의 안정성이 괜찮은 경우에 움직이는 것이 좋다.

그럼, 반대로 이직이나 전직을 신중하게 보류해야 할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특히, 관리자의 입장이라면 면담시 이런 부분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짚어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급여 때문에 감정적으로 흔들려 붕떠있는 상황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상사와 회사의 신뢰는 여전한데, 일시적인 슬럼프나 좋지 않은 성과 때문에 도피하듯이 가는 상황이라면 바람직한 이직의 타이밍은 아니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프로답게 승부를 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상사, 동료 등과 갈등이나 관계, 조직의 역학관계 때문이라면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비상식적인 사람들과 조직문화가 만연한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프로들의 세계에서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본인 역시 노력해서 함께 풀어야 할 문제기 때문이다.
내면의 소리에 움직이지 않고, 주변의 이벤트와 같은 상황에 이끌려 떠남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는 호재가 아닐 수 있다. 이직이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하는 이벤트가 절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일과 거의 차이가 없어 새로운 긴장이나 도전이 전혀 없는 경우다. 일도 비슷하고 연봉도 비슷하고 회사의 규모와 시장에서의 가치도 비슷한데 굳이 억지로 옮길 필요가 있을까? 괜히 따분하고 권태기를 느껴서 잠시 바람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후회로 상황이 종료될 수 있지 않을까?
나 말고도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많은 경우라면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자- 떠난다면 자신의 희소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믿을 수 있는 사람 등을 통해 새로운 회사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무조건 떠나는 경우는 위험하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는 자들이 균형 있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동시에 이들을 관리해야 할 담당자들도 이제 이런 내용들을 함께 신경 써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임직원 개인이나 관리자 모두 당사자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 그 일이 왜 중요한지,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해 명확히 맥을 짚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개인의 커리어 성공도 관리자의 효과적인 인력관리도 요원하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든지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후배들에게도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이별의 주인공이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그렇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당장 떠날 것처럼 준비하고 영원히 머물 것처럼 일하는 자세는 늘 견지하기를 바란다. 이제 최종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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