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활성화되고 있는 비대면 채용 전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이중 HR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기업의 인재 확보 방안이 대면에서 비대면 전형으로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언택트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로 사람 간 대면 상호작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직무적성검사와 면접을 비대면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불가피한 대안으로 비대면 전형이 고려됐다면 하반기,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비대면 전형이 새로운 채용 프로세스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선발 전형에서 온라인으로 직무적성검사를 진행해 화제를 낳은 이후 온라인 전형에 대한 성공 사례가 확산되며 현재 수많은 기업들이 비대면 채용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면접 역시도 대면에서 컴퓨터 화상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임원 면접까지 비대면 방식은 점점 늘어나는 양상이다. 네이버를 포함한 게임, IT기업들까지 온라인 코딩 테스트와 기술면접 등을 모두 화상 플랫폼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전형은 이제 대세가 된 느낌이다.

비대면 전형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기업 입장에서 시간 및 자원 투입 등에 있어서 효율성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온라인을 통해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지원자의 역량을 다양하고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채용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소요되고 인간의 편견도 최소화할 수 있는 비대면 채용 프로세스를 반길 수밖에 없다. 지원자 역시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여러 기업들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비대면 채용을 맹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

언론에서 워낙 비대면 채용의 장점만 언급하고 있기에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과 입사하려는 지원자는 비대면 채용을 섣불리 맹신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인재를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이 아닌 자사의 문화와 방향에 적합한 인재를 신중히 선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다수의 인사조직 및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는 대면을 통한 심층 면접 등이 비대면 심사보다 인재를 평가하는 측면에서 타당성과 신뢰성이 좀 더 우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대면 채용이 효율성, 효용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외 경영학, 심리학 연구에서 비대면 채용이 과학적이라는 근거도, 인재를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는 결론이 제시된 바는 없다. 지원자를 화상으로 면접하고 이들이 발언하는 진실 정도를 AI로 평가하는 기법 등이 확산되고 있으나 AI가 먼 거리에 있는 지원자의 얼굴 표정, 메시지의 반응만 보고 거짓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담긴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비대면이 과학적이라는 근거는 일단 보류해야 한다.

예컨대, 2014년 정서(Emotion)라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의 속도만 살펴보고 그들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건 타당성, 신뢰성 등이 전혀 없다. 누군가는 거짓말할 때 긴장하는 표정을 짓거나 말의 속도가 빨라지지만 누군가는 진실을 말할 때에도 긴장하는 표정을 짓고 말의 속도가 빨라진다. 현존하는 거짓말 테스트도 아직 100%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 하물며 AI의 역량을 과대평가해 지원자의 경험, 소신, 역량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과신에선 벗어나야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비대면 전형에 장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동거리 및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화되는 장점은 있지만 면접이나 인/적성 검사를 통한 지원자와 기업 간의 접점이 제한되면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기업, 자신과 가장 적합한 조직을 찾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면접 단계를 포함해서 채용 전형마다 지원자를 소중히 대하는 기업과 무신경하게 대하는 기업은 미묘한 순간에서도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온라인으로 인해 이런 점이 많이 가려지게 된 건 지원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HR전문기업 등은 비대면 방식으로 온라인에 기반을 둔 직무역량 검증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기반 검증이 오프라인 검증에 비해 확실하게 타당성, 신뢰성을 가진다는 결과가 부족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 현장에서 다수의 면접 심사위원과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결과, 온라인 시스템의 한계, 인프라의 불안정으로 대면 면접에 비해 비대면 면접이 지원자의 역량을 자세히 살펴보는 데 상당한 한계가 보인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었다.

비대면 방식에 맞는 진단도구 개발이 필요한 시점

물론 기업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비대면 채용은 실험 단계에 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역병의 창궐로 불가피하게 진행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비대면 채용 방식을 고수할 게 아니라 기업들도 온라인 환경에서 지원자의 평가를 올바르게 측정, 평가할 수 있는 진단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지금의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면접은 30년 이상 사용돼 온 고루한 방식임엔 틀림없다. 온라인 비대면 전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과거 전형에 활용된 진단도구에 대한 세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

인/적성 검사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문항반응이론(IRT)등을 결합한 보다 고도화된 문항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지원자가 각기 다른 문항을 통해 직무적성 검사를 치루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정답 유출 등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면접에서 그간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질문은 완전히 폐지하고 지원자의 역량 검증에 맞는 구조화된 면접과 온라인 비대면 심사에 적합한 심사위원 재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시대가 찾아온다고 해서 기업의 채용 방식이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시기, 기업들은 자사의 문화와 가치관에 적합한 지원자를 찾기 위해 비대면 방식에서 향후 무엇을 취사선택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방식을 통해 입사한 지원자의 실제 성과와 비대면 전형 때 활용된 진단도구 등을 교차 검증해서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어떤 방식을 대면으로 전환하고 어떤 방식은 비대면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지 분석, 결정해야 한다.

지원자들 또한 앞으로도 한층 더 확산될 비대면 채용 전형에 적합한 방향으로 자신의 역량을 보완, 계발해야 한다. 비대면 채용에서 더 이상 정답 위주의 상식 시험, 암기 위주의 면접은 무의미하다고 각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AI가 널리 활용되는 지금, 시대는 인재에게 창의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 제품?서비스에 대해 참신한 개념적 설계를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만이 비대면 채용의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