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인재 확보에만 주력하는 조직

기업에게 인재 전쟁은 매우 익숙한 용어가 된지 오래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기업들의 스토리는 이미 수많은 서적, 논문, 보고서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AI(인공지능)가 인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한다고 과학기술 학자들이 강조하지만 역설적으로 우수 인재의 필요성은 기업 내에서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인재 전쟁에 있어 기업보다 관심을 덜 기울인 대학 역시 인재 확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높은 학습 의욕과 자기계발에 진취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을 확보하는 것이 지방 대학은 물론 수도권 대학에서도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교육연구소가 올해 7월 내놓은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보고서에 의하면 4년 후 신입생 충원율 95%를 넘길 수 있는 지방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발표돼 전국 지방대에 충격을 던져줬다. 이제 인재 전쟁에 대한 대책은 기업 및 대학 등 국내외 모든 조직에게 공통된 중장기적 과제가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수 인재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인재 유지에 관심을 쏟는 기업이나 학교가 없다는 건 여전히 애석한 부분이다. 우수 인재라고 불리는 구성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와 대안을 제시했던 기업에서 확보한 인재의 이탈을 막고 유지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제도 측면에서 대안을 수립하는 경우를 필자는 듣지 못했다. 인재 확보에 관해 각종 역량을 쏟는 기업도 이러한데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인재 유지에 관심을 쏟는 경우는 드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재 유지에 소홀한 조직의 문제

인재 확보에 노력을 기울인 조직들이 인재 유지에 관심을 적게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인재 확보는 단기간의 노력을 통해서 인센티브 및 인재를 위한 제도 등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들이 입사한 후에는 장기간의 노력을 통해서 다방면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만큼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해당 인재를 위한 가시적 보상제도 외에도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조성, 성과에 대한 합리적 인정과 장기적 육성 방안 등이 수반돼야하기에 인재 유지는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인재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조직일수록 우수 인재의 이탈율이 적고 이들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한다는 점은 이미 경영학계에서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일반화된 결론이다. 실제로 조직에서 제일 먼저 이탈하는 구성원을 유심히 보면 가장 경쟁력을 갖춘 인재인 경우가 많다. 대학의 경우 더 좋은 대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모범생이 실제로 편입이나 재수를 더 많이 선택한다. 기업의 경우 경쟁사에게도 인정받는 유능한 구성원일수록 더 쉽게 조직을 이탈한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에 인재 유지에 소홀한 조직은 첫 번째, 성장 쇠퇴라는 문제점을 겪게 된다. A급 인재가 떠날수록 조직은 B급 인재만 남게 되고 결과적으로 B급 이하의 조직으로 추락하게 된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떠난다는 소식이 조직에 전해질수록 조직 전체의 동기부여가 향상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인재 확보보다 인재 유지에 방점을 찍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과를 더 높이 창출한다는 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직의 리더는 되새겨봐야 한다.

인재 유지에 소홀한 조직은 두 번째, 무사안일 문화가 정착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우수 인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조직은 평범한 역량을 지닌 다수의 목소리에 의해 지배되고 그 결과 경쟁력 있는 성과, 도전적인 분위기, 성과주의 평가제도는 자연스럽게 소멸돼 무사안일, 현실 순응적 문화가 정착, 구성원들에게 내재화된다. 우수 인재가 떠날 때 해당 조직 또는 부서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보다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할수록 무사안일 문화는 더욱 빠르게 조직 전체의 병폐로 자리 잡는다.

인재 유지에 소홀한 조직은 세 번째, 인재 이탈 가속화를 겪는다. 국내 모 기업은 인재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인재 유지에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업계에서 우수 인재라고 인정받는 전문가들에게 잠시 거쳐 가는 정류장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최근 10년 간 학생과 교수가 더 나은 기회, 또 다른 자리를 위해 자신의 소속을 옮기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결국 인재 유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조직은 인재 이탈 가속화를 겪게 되고 조직 전체의 경쟁력은 가라앉게 된다.

인재 유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조직에 영입된 우수 인재가 성과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평균 6.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영입된 우수 인재 중 40%는 18개월 내에 퇴사해 채용과 교육비용, 급여와 퇴직금 등을 고려했을 때 수많은 비용이 추가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밝혀진 바 있다. 참고로 우수 인재가 퇴사했을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관리직 평균 월 급여의 24배에 달한다. 우수 인재 한 명을 유지하는 것이 조직의 성과와 경쟁력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가늠할 수 있는 결과이다.

그러나 인재 유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은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기업이나 대학에 여전히 많지 않다. 고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 성과주의와 거리가 먼 인사제도, 핵심인력에 대한 같은 부서 내 구성원들의 몰이해와 시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우수 인재들이 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 반면, 인재 유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은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늘 고민하고 이탈한 인재의 의견을 경청해 더 나은 제도를 수립하는데 인사조직의 포커스를 둔다.

인재 확보의 시대가 아니라 인재 유지의 시대라는 슬로건이 국내 기업에 화두로 등장한지 벌써 10년이 넘는다. 글로벌 기업들은 영입된 인재의 유지를 위해 자율성과 창의성 보장, 높은 성장 기회, 경영자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다양한 혜택과 보상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도 임원들의 성과평가 지표에 우수인재 이탈율이 반영될 만큼 인재 확보 못지않게 인재 유지에 관한 노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인 평가, 제도 수립 이외 인재에 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조직에 내면화돼야 한다.

국내 기업은 우수인재를 넘어 S급 인재, 국가대표급 인재, 천하제일 인재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가며 이들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제도를 수립한다고 해서 이들 인재가 늘 조직에 헌신하는 건 아니다. 표면적인 제도 수립 이전에 우수 인재에 대한 존중, 인재를 위한 유연한 문화 조성 등 이들이 실질적으로 조직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의 근본적인 DNA가 변화돼야 한다. 인재 유지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조직은 쇠퇴의 길 또는 성장의 길을 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