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으로 금속노조 조합원 평균 연령은 만45.2세라고 한다. 고령화 수준이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청년채용도 현저히 줄은 상황이라, 올해를 기준으로 할 경우 고령화는 더 진전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장에서 청년층 조합원들이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으로 노조 활동을 기피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금속노조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김우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지난 12월 31일, 금속 노동자의 세대별 노조활동 인식조사 결과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0년 9월 25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금속노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응답자는 1,064명으로, 2020년 10월말 금속노조 조직현황에 따른 조합원수 18만3,567명에 비해 0.6% 정도다.
 
■젊은 층일수록 "임금과 근무조건 개선 위해" 노조 활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와 30대 모두 "임금수준과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두 연령층 모두 45.6%를 차지했다. 노조 활동이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에 참여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두 연령층 모두에서 28% 정도로 2위를 차지했다.
 
40대와 50대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신념이 1위를 차지한 것과 차이가 있었다. 김우식 연구원도 "세대별 차이는 유의수준 0.0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젊은 층으로 갈수록 노조에 대한 신념 보다는 자신의 근로조건 개선이 노조 활동의 큰 이유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이 부분은 "금속노조가 가장 못 대응하고 있는 의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나타났다. 20대에서는 "임금인상"을 가장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데 비해, 나머지 연령 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응답했다.
 
가입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에서 "스스로 노동조합 필요성을 느꼈다"라는 응답이 57.7%를 차지했다. 2순위는 세대별로 조금 달랐는데, 20대, 40대, 50대에서는 자동가입이 2순위를 차지했고 30대에서는 동료 및 지인의 권유로 가입했다는 응답이 2위를 차지했다.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라는 분석이다.
 
■노조 활동 어려움은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서"
 
노조 활동 참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30대 응답자에서 "육아와 양육 등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금속노조는 "혼인, 육아와 양육을 하는 생애주기가 30대 전후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별로 볼 때 여성응답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는 점도 이를 입증했다.
 
그 외의 연령층에서는 모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해서"가 1순위를 차지했다. 다만 50대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2순위를 차지했다.
 
노조 자체에 대한 외부 시선을 두려워 하거나 노조 자체에 대한 불신을 어려움의 원인으로 뽑은 노동자들도 많았다. 20대는 물론 다른 연령대에서도 우호적이지 않은 주변 시선, 인사승진 등 불이익 우려, 권위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노조 자체에 대한 불신이 노조 활동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세대차이, 20대가 가장 크게 느껴"
 
한편 연령대별 조합원 간 세대차이를 느껴봤냐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4.9%가 느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이한 점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50대 이상 응답자 중 57.1%가 느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것.
 
그 이하 연령대에서는 40대가 47% 정도를 차지했으며, 2~30대에서는 40%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고 청년 조합원이 세대차이나 세대 문제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결과는 아니라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금속노조는 "실제로 소속된 지회가 개선해야 할 점을 물어보는 질문에서 20대 응답자들은 나이주의, 선배문화와 같은 권위적 관습 극복, 노동조합 내 의사결정기구를 다양한 세대로 구성, 청년간부 육성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4명 준 1명은 이런 소위 "꼰대문화"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뽑은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도 이런 응답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 때문인지 "소속 지회의 간부가 어떤 부분에 중점적으로 역량을 투입하길 바라냐"는 질문에 대해선 20대 응답자들이 "노동조합 내 의사결정 기구를 다양한 세대로 구성(29.1%), 온라인 소통 활성화(20.3%), 청년 간부 육성(19%)를 꼽았다. 40대와 50대 연령층에서는 "조합원 모임 활성화", "조합원 교육, 상담 워크숍 증대"가 상위권 응답에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금속노조는 "청년층 조합원은 자신들의 의견과 목소리가 나이와 연관된 권위주의 수직적 위계질서 문제 때문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좋은 정책" 평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불거졌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서는 세대별로 온도차가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책 방향이 옳다는 응답이 높아 눈길을 끌었다.
 
20대 조합원 중 28%는 "정책방향이 잘못됐다"라고 응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30대에서 17.8%, 40대에서 13%를 보이며 낮아지다, 50대 이상에서 16.5%로 반등했다.
"정책방향은 옳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모든 세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30대부터 50대까지는 70% 언저리의 조합원들이 이처럼 응답했다.
 
눈에 띄는 것은 고용형태별 분석이었다.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차이에서 정책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응답률은 각각 17.8%와 15.0%로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층 모두 정책방향은 옳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항목이 66%와 77%로 1위를 차지했다.
 
금속노조에 한정된 설문조사지만, 젊은 층에서 반대 비율이 높을 거라는 추측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다. 금속노조도 "청년세대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세대로 알려져 있어서, 젊은 연령대의 반감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했지만 전체적으로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지침, 투쟁위주 사업 개선해야"
 

자신이 속한 지회가 개선해야 할 점을 묻는 설문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전체연령대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지회가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일방적 지침을 통한 동원식 참여 지양"과 "집회나 투쟁 위주의 사업관행 극복"이 각각 35.5%와 30.3%를 차지했다. 이 두 질문에 대한 합산 응답률은 20대를 제외한 전 계층에서 60%를 넘었다.
 
특히 상급 단체의 통보를 통해 이뤄지는 동원식 참여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30대에서는 해당 응답자의 비율이 38%로 가장 높았고, 다른 연령대에서도 30% 초중반대에서 응답률이 형성돼 1위를 차지했다.
 
"투쟁위주 사업 관행"에 대한 지적도 20대를 제외한 각 계층에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 이상에서는 "일방적 지침을 통한 동원식 참여"와 동일한 응답률로 공동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 설문조사는 금속노조 집행부가 추후 총연맹의 총파업에 참가하거나 파업을 진행할 때 참고해야 할 유의미한 결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리포트를 갈무리 하며 "세대 간 균열이라고 할 만한 심각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신념과 가치관에 있어서 크게 차이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20대 조합원이 다른 연령대보다 권위주의적 문화와 위계질서가 문제라고 느끼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된다면 금속노조 내에서 세대교체와 간부 재생산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고, 세대갈등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청년층 조합원을 위한 청년 간부 육성 프로그램, 의사소통 체계 신설, 청년모임 활성화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