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대구 돌봄전담사가 사망했다. 유족 의사에 따라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인은 사망 직전 업무과중과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8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모 씨는 대구 대명초에서 11년 근무한 돌봄전담사였지만 3월 새학기부터는 삼영초로 옮기게 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김 씨는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개학 직전 주말부터 돌봄교실 준비에 돌입했으나 개학 첫날(3월 2일)부터 업무 과중을 체감하게 됐다. 결국 출근 이틀 만에 갑작스러운 구토, 식은땀 증세를 호소하며 병가를 냈고, 8일(월요일) 업무에 복귀했으나 그 다음날 다시 병가를 냈다. 그리고 그 다음 월요일인 15일 오전, 김 씨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노조는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와 업무과중이 김 씨 사망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전 학교에서는 20명~25명 정도 인원만 맡았지만 삼영초에서는 53명을 담당했다. 또 여러 행정업무까지 가중돼 퇴근 후 집에서도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사망 직전 두 번째 병가 기간에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노조는 업무가 과중했다는 증거로 고인이 지인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고인은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주 금요일 지인에게 "머리 멘붕 왔어요.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두 반에 넓은 교실에 물건 산더미. 강사 세 명 다 새로 와요"라고 토로했다. 그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대명 돌봄 쌤(직전 학교 동료)이 오늘 시간 돼서 도와준다했어요. 정리정돈이 덜 돼서. 이름표도 반 남았어요"라며 예정된 약속을 취소했다.
 
사망하기 전주 일요일에는 "잠을 못자서 신경과 약을 먹었어요. 긴장을 너무 해서 몸이 무너졌나봐요"라며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서류 받은 것들 들여다볼 시간도 부족하고 내일 당장 방과후도 보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학부모는 만족한다는 대구 돌봄교실...노조 "업무 과중 야기"
고인이 2개 교실을 맡게 된 이유는 대구교육청 돌봄교실 운영 방식 때문이다. 대구 돌봄전담사는 하루에 6시간씩 시간제로 일하면서 2개 교실을 전담하고 있고 특기적성 강사가 중간 중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삼영초의 경우 돌봄전담사는 12시에 출근해서 13시 10분 정도에 아이들 출석 확인을 한다. 이때부터 14시 40분까지 90분간 A반을 돌보는데 다른 B반은 특기적성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10분간은 간식 시간이다. 다음 90분 동안에는 특기적성 강사가 A반을 맡고 전담사가 B반을 맡는 형식이다.
 
노조에 따르면 전담사 1명이 2개 교실을 담당하는 건 대구가 유일하다. 이 체계는 2019년부터 시작됐는데 이전에는 1학교 1전담사 담당 체계였다. 당시 대구 지역 돌봄전담사들이 1교실 1전담사로 개선을 요구하며 15일간 파업을 진행했지만 1교실 1전담사 대신 2교실 1전담사 체계가 들어왔다.
 
이병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정책국장은 <노동법률>과 통화에서 "돌봄전담사가 2개 반을 맡게 하고 강사로 인력을 보충하는 건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대면하는 강사가 계속 바뀌는 건 아이들 정서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청 관계자는 "단순 돌봄이 아니라 무료로 특기적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고인의 돌봄교실에 지원된 강사가 1명이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보통 2개 교실에 특기적성 강사 2명을 각각 4시간씩 투입하는 게 일반적인데 삼영초에는 특기적성 강사 1명이 3시간만 투입됐다는 것이다. 또 강사 관리도 돌봄전담사가 담당해야 한다.
 
특히 고인이 삼영초에서 맡은 인원은 정원 초과였다. 일반적으로 한 교실 정원은 20명에서 25명으로 2개 반 최대 인원은 50명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기 첫날 돌봄교실 인원은 53명이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실은 매우 인원이 유동적이어서 학원 일정이나 학부모, 아이들의 의사에 따라 간다 했다가 안 간다 할 수 있다"며 "인원이 조금 초과되더라도 수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고인이 담당했던 교실도 처음보다 인원이 줄었다고 전했다.
 
한편, 고인은 학교에 두 차례 업무 과중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3월 3일 학교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8일에도 다시 대책 마련을 호소했으나 학교는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2월 말에 업무 인수인계하면서 업무과 과중하니까 조정해달라고 요구했고 학교는 3월 2일에 업무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주장한 3일과 8일에는 어떤 요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 인력의 운영은 대체인력 부족 등 개인의 고충을 외면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며 "최근 수업환경 개선을 위해 한 교실 당 학생 정원을 20명 이하로 줄이자는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한 교실에 25명 이상 입실하고 그런 교실을 두 개까지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대구의 돌봄교실 운영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대구교육청에 사망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기존 2교실 1전담사 체계를 1교실로 전환하고 6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하라고 주장한다. 오는 22일에는 개선대책 경과를 발표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