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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택배노조, 문앞 배송 재개..."대화 없다면 더 큰 투쟁 준비할 것"

  기사입력 2021.04.20 10:10

아파트 갑질 논란으로 문앞 배송 중단까지 선언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재정비에 나섰다. 택배노조는 문앞 배송 중단 이틀만에 이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이 일부 입주민으로부터 문자 폭탄과 폭언을 받았고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택배노조는 일시적으로 문앞 배송을 재개할 뿐 다른 투쟁 방향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4월 16일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예 기자)

택배노조는 16일 오후 상일동역에 위치한 고덕 그라시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상 배송을 다시 시행하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기 위한 자리였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14일 해당 아파트의 문앞 배송을 중단한 바 있다. 노조는 문앞 배송 대신 아파트 앞 공터에 물품을 쌓아놓고 입주민이 직접 찾아가는 일명 아파트 단지 앞 배송을 실시했다.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 지상 출입 금지를 통보한 데 따른 조치다.
 
지상 출입 금지 조치는 택배차량이 지하 주차장으로만 출입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택배 차량은 탑차 크기로 인해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 결국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단지 밖에서 손수레에 물건을 옮긴 뒤 하나하나 배송하거나 배송차량을 저상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저상탑차 변경은 택배기사가 15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차량 높이도 1미터 27센치 정도다. 낮은 높이에 택배기사들은 허리를 숙이거나 기어서 작업해야 한다. 적재량도 적어 물량이 많은 날은 한 번에 싣지 못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차례 택배차량을 오르내리며 고중량 물건을 옮겨야 하는 작업 특성상 택배기사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좌)김태완 전국택배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저상탑차의 대략적인 높이를 손으로 표시하고 있다.
  (우) 고덕 그라시움에 이륜차 지상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걸려있다. (사진=이지예 기자)


손수레를 이용하는 경우는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이 대폭 증가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그라시움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단지로 7,000세대가 넘는다"며 "여기서 손수레로 배송하면 하루 평균 4만보가 넘고 4만보면 아무 물건도 안 들고 걷기만 해도 4~5시간 걸린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또 비나 눈이 오는 경우에는 물품 손상 위험도 생긴다.
 
아파트 측은 지상 출입 금지에 1년간 유예기간을 줬다고 주장한다. 반면 택배노조는 사전 논의 없는 아파트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문앞 배송을 중단하기 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앞 배송 이틀 만에 택배노조는 문앞 배송을 재개했다. 일부 입주민의 항의문자와 전화가 이어진 것.
 
택배노조가 공개한 문자에 따르면 한 입주민은 "앞으로 상일동역으로 배송이 된다면 오배송으로 수취 거부 및 신고할 것이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롯데택배는 이용하지 않겠다"며 "다른 직원분께 지역구를 양도하고 지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심지어 직접 역 앞에서 택배 사진을 찍은 후, 직접 가져가지 않고 집 문앞까지 배송을 요구하기도 했다.


▲입주민이 택배기사에게 보내온 항의문자 (자료=전국택배노동조합)

노조는 문앞 배송을 중단한 한 택배기사는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배송 중단 하루 만에 대리점 소장에게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기사도 나왔다. 이에 노조는 15일 긴급 회의를 개최해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갑질에 맞서는 정당한 투쟁이지만 택배기사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원칙하에 일시적으로 개별 배송(문앞 배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행보는?...다른 택배기사 동참 이끌어내야
택배노조가 한 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일시적인 중단일 뿐 투쟁은 지속할 예정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국민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이대로 중단할 수 없다는 게 굳건한 결심"이라며 "더 큰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문앞 배송 중단에 동참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시작된 문앞 배송 중단은 일부 택배 기사만 동참하고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고덕 그라시움을 출입하는 택배기사는 11명 정도인데, 이 중 반 이상이 씨제이 대한통운 소속이며 한진택배, 롯데택배, 우체국택배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다만 참여하지 않은 기사 중 대다수가 택배노조 조합원이 아니며 이들은 올해 초부터 저상 탑차를 이미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택배노조는 주말동안 이들을 설득하는데 나설 예정이다. 이들의 동참 여부에 따라 투쟁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또 노조는 이번 투쟁을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동참하는 저항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날부터 택배노조와 시민단체는 아파트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 매일 저녁 6시 반에는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강동구 지역 시민단체에도 연대를 요청한 상황이다,
 
택배노조는 택배사와 고용노동부에도 대책을 촉구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저탑차량과 손수레 배송은 노동자들의 뼈와 살을 갈아넣는 행위"라며 "택배사가 앞장서서 보호해줘야 하는데 아파트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선포하라는 등 대책을 요구했으나 택배사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사가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택배사를 향한 투쟁으로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부에게는 저상탑차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산업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교선국장은 "이미 전국에 수많은 택배기사가 저상탑차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저상탑차는 대안이 될 수 없으니 노동부가 나서서 문제를 인식하고 즉각 산업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대화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저희들도 무조건 요구하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입주자대표회의와 함께 마주앉아서 다양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를 통해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택배물품을 배송하고 받을 수 있는 슬기와 지혜를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입주민으로부터는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단지 앞 배송 구역에 음료를 사들고 오는 입주민도 있었다. 또 "항상 수고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 갖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아 원활한 업무가 진행되길 바랍니다"라는 문자부터 "아파트가 부끄럽네요", "지상으로 택배차가 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등 문자를 보낸 입주민도 있었다.
 

▲입주민이 택배기사에게 보낸 응원문자 일부 (자료=전국택배노동조합)

택배노조는 입주민대표자회의의 응답을 기다리는 가운데 오는 17일 긴급중앙집행위원회와 25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투쟁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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