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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명함 없는 보조의사 “불법 PA”… 노동권, 일자리 문제로 비화

  기사입력 2021.06.01 15:42

A씨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며 가슴 두근거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요즘엔 업무가 끝나면 윤리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직이나 부서이동을 고려하지 않았냐고 묻자 A씨는 "지금 병원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아요. PA업무만 줄곧 해왔는데 일반 간호사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가…."라며 씁쓸해했다.
 
의사 대신 심장 마사지를 하고, 약사 대신 중환자실에서 직접 약을 빻는 간호사가 있다. 진료보조인력이라고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다. 이들은 간호사들의 고유한 업무 대신, 의사 보조업무를 주로 한다. 불법 진료를 하는 PA는 실존하지만 없는 사람이다. 그들이 하는 의료행위는 차트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연하게 이뤄졌지만 묵인됐던 불법 PA문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서다. PA들의 불법의료 시술은 단순히 의료법 위반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용자인 병원과 노동자인 간호사간의 노동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불법PA 문제는 병원 내 일자리문제로까지 비화되며 의료계 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 비용절감 목적... 불법으로 내몰린 PA간호사들
 
"저는 전공의 1년차를 넘어 전임의 일을 하는 간호사입니다"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주최 좌담회가 열렸다. PA들이 불법의료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 PA는 사용자인 병원 측의 부당한 지시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부서이동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너 말고도 네 자리를 대체할 사람은 많다. 간호사는 한 해에도 몇 백명씩 들어온다.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면서 "마치 기계에서 닳아지면 사라질 수 있는 소모품이 된 기분이었다. 쓸모없는 간호사였고, 간호사로 자격이 없는 간호사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공의 부족현상 등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대학병원 측에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업무를 PA에게 넘기기 시작했고, 이에 업무 성격도 변질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 앞에서라도 이는 법에 저촉된다. 의료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역할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는 "진료행위란 의사의 지시, 감독 하에 침습적ㆍ비침습적 의료행위로 나뉜다. 비침습적 의료행위에 관해서는 판례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의사의 지도나 감독 없이 간호 업무 외의 의료행위를 하면 무면허의료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PA가 수술을 집도할 경우, 이는 엄연한 무면허 의료행위다.
 
하지만 불법임에도 불구, 대학병원은 의사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한 PA를 늘렸고 자연스레 PA들의 불법시술 또한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PA간호사들의 노동권은 지속적으로 침해되며 의료의 질 또한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당일 현장에서 한 PA는 "신규 간호사가 처방을 잘못내서 환자에게 심정지가 왔다. 그 환자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안다"고 발언했다.
 
◆ 늘어나는 PA, "문제의식은 한 목소리 해결책은 동상이몽"
 
실제로 PA들의 숫자는 최근 5년 사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92명이던 국립대병원 PA가 5년간 64%가량 증가해 2019년 972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의 자체조사에서도 2016년 770명이던 국립대병원 소속 PA수는 2020년 7월 1020명까지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PA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 PA진료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 인식은 동일하다. 문제의 당사자인 대한간호협회(간협)관계자는 "국내 PA는 외국의 PA간호사 제도를 이름만 베껴왔을 뿐 실제적으로 교육ㆍ양성과정 자체가 전무하다"면서 "이는 말 그대로 불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와 노동계도 같은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달 20일 간담회를 열고 "PA는 의료법상 별도의 면허범위가 정의되지 않고 있는 불법인력"이라고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또한 12일 보건의료노조 간담회에서 "(PA가 의사업무를 하는) 이것은 명백한 불법의료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반면 대안에 대해선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협의 경우 PA 양성화 보다는 기존에 있는 전문간호사제를 활용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의협은 "의사 인력을 많이 고용해 불법 PA의 자리에 의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밝히며 의사 고용 증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PA 양산과 불법적 의사업무 대리행위의 본질적 문제는 의사부족"이라며 의사 수 증대를 주장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관계자들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2010년 PA 양성화 발표를 했다가 이내 보류를 하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PA문제의 구심점을 삼으려했으나 이 또한 답보 상태다.
 
◆서울대의 작심과 젊은 의사들의 반발... 불법 PA문제, 병원 내 일자리 문제로 비화
 
이 와중에 최근 서울대병원이 자체적으로 PA를 양성한다고 알려져 불법 PA문제는 병원 내 일자리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PA에게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라는 명칭을 붙이고, 간호본부에 있던 그들을 의사들과 함께 진료과 소속으로 편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반발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사용자인 병원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PA를 더 뽑게 될 것이고, 전공의 수련이 끝난 전문의들이 고용될 기회도 자연스럽게 준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의료계 커뮤니티 사이트 넥스트메디신에서는 "병원 입장에선 돈을 아낄 수 있다면 간호사 데려다가 수술 가르쳐서 대리 수술 시키고 수술 방 여러 개 돌리겠죠.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인데 뭔들 안 하겠습니까"라거나, "결국 대학병원 원장들은 점점 배를 불리고, 일반 의사들은 굴려 먹혀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 되겠죠"라는 댓글이 달려 눈길을 끌었다.
 
모 대학병원의 외과 전공의 B씨는 "서울대 PA 양성화는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경영진이 젊은 의사들의 파이를 빼앗는 것"이라면서 "사용자격인 의대 교수와 노동자인 젊은 의사들을 구분해 달라. 우리는 기득권이 아닌, 사용자의 눈치를 보는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외과 전문의 C씨 또한 "젊은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는 경영자 격에 속하는 의대 교수들은 현재 20대나 30대가 바라보는 586세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PA 양성화가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전공의들의 비인기과 기피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C씨는 "비인기과에 전공의들이 부족한 이유는 전공의 수련이 끝난 뒤 전문의가 되고 나면 큰 병원에 고용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인기과 의사는 현실적으로 개업이 쉽지 않아 대학병원에 고용되는 수밖에 없는데, 거긴 이미 중견 교수들이 과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A가 합법화 된다면 누가 비인기과를 가려고 하나"고 성토했다.
 
B씨 또한 "PA를 양성하게 되면 일반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비인기과에서 비인기과의 PA의 의존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비인기과 지원자들은 줄어들고, 병원은 PA들을 더 고용하고, 환자를 볼 비인기과 의사는 더 줄어든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망 기자 hop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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