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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차에서 떨어지고 운전 중 사망해도...특고에 가려진 화물노동자의 삶

  기사입력 2021.06.01 15:43

지난 한 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과로사는 과거에도 발생해 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하며 택배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됐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 그러나 택배노동자와 유사하게 물건을 운송하다가 다치고 죽는데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있다. 바로 화물노동자다.
 
?화물은 운반할 수 있는 유형의 재화나 물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택배노동자도 화물노동자에 해당하지만, 여기서는 지입 등을 통해 영업용 화물차를 운행하는 노동자를 화물노동자로 칭한다.
 
화물연대본부, "졸음운전에도 숨은 과로사 있다"
화물노동자는 공장과 공장을 오가며 철강, 시멘트, 컨테이너, 위험물질 등 고중량 물품을 운송하는 일을 한다. 장거리를 운행하는 대형 화물노동자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월요일 오전에 운송 일정이 잡혀있으면 보통 토요일에 지방 공장에서 물건을 실어온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집을 나선다. 화주공장에 도착하면 9시, 물건을 내리면 10시 정도다.
 
이때부터는 기다림이다. 새로운 일감을 잡아야 다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도 배달노동자, 택시노동자와 유사한 플랫폼 노동자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일감이 나오면 운임이나 거리를 고려해 배차하는 형식이다.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이지만 적당한 일감을 잡지 못하면 수입이 보전되지 않기 때문에 편히 잠을 청하기는 어렵다.
 
일감은 일반적으로 오후 2시쯤부터 올라오기 시작한다. 일감을 잡고 공장으로 이동해 물건을 실으면 오후 5시에서 7시가 된다. 물건을 싣고 난 후에는 저녁 식사를 하며 9시를 기다린다.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야 통행료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달에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할인을 잘 노려야 한다.
 
고속도로를 타면 야간 운행이 시작된다.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된 까닭에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쉬는 것도 쉽지 않다. 잠깐 눈을 붙일까 싶어서 졸음 쉼터나 휴게소를 보면 마땅한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수도권이랑 멀어질수록 휴게소 자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3-4시간 눈을 붙이다가 오전 6시 전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화주공장에 도착한다. 공장에 하차가 끝나면 오전 10시, 다시 일감을 찾으며 화물노동자의 하루가 반복된다.
 
중장거리 화물차 노동자의 경우 장거리 화물차 노동자보다는 수면 시간이 좀 긴 편이다. 전날 미리 짐을 싣고 공장 앞에서 잠을 자거나 집에 돌아가서 잘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중장거리 화물차들이 많은데 교통 정체가 심한 구간이라 오전 5시에는 집을 나서야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집이 먼 경우에는 더 일찍 나서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화물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 노출되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하는 2019년 하반기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의 일평균 운행거리는 375.3킬로미터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의 경우 하루 평균 604.2킬로미터를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 평균 운행시간은 8.3시간, 운행 외 업무시간은 4.5시간,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2.8시간이다.
 
이런 이유로 화물노동자에게도 과로사가 발생한다. 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은 공장에서 집하 차례를 기다리다가 차례가 돼도 움직이지 않아 확인해봤더니 구토한 흔적과 함께 사망해있었다고 한다. 사인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과로사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화물연대본부는 졸음운전 사고 중에도 과로사로 의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주장한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장애물도 없고 사고날만한 도로가 아닌데도 스르륵 차가 굴러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차체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고임에도 운전자는 사망한다. 과로사로 의심되는 대목이지만 결국 교통사고사로 처리된다. 운행 중 사고의 경우 졸음운전인지 과로 질환이 원인인지 표면상으로는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에게 위협이 되는 건 장시간 노동뿐만이 아니다. 운송하는 물품이 톤(t) 단위를 오가다 보니 물품을 차에 싣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화물노동자는 물품을 운송하는 일을 하지만 물품을 적재하는 인력이 모자라거나 없는 경우가 있어 물품을 실을 때에도 손을 보태야 한다.
 
크레인이 화물칸 위로 물품을 옮기면 화물노동자는 그 고리를 풀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잠시 주의를 돌렸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물건이 오는 걸 못 보거나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물건에 맞아 중상을 입거나 화물차 아래로 추락하게 된다. 1톤이 와서 밀어버리는 셈이다. 물품이 크게 흔들려서 날아와도 물건이 쌓여있는 화물차 위에서는 피할 방법이 없다.
 
이봉주 위원장은 산재사고의 산증인이다. 1톤 이상 화물을 차에 싣는 중에 물건에 밀려 차 밑으로 떨어졌다. 차에 3단까지 적재해야 하는데 2단까지 적재한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한번은 물건 상차가 끝난 후 차 위에 올라가서 덮개를 씌우는데 바람이 불어 덮개와 함께 날아가 추락한 적도 있다. 화물자동차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4미터 정도다.
 
운이 좋아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온 몸에 새까만 멍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업무 중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기흉이 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봉주 위원장은 "카고차를 하시는 분은 추락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숨진 화물노동자 고 심장선 씨도 3.5미터 높이 차량 꼭대기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시멘트는 되고 시멘트 원료는 안 되는 산재보험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일부에 그친다.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재, 위험물질까지 4가지 물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화물노동자는 대부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여서 산재보험 당연 가입 대상이 아니다. 특히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한 사업장에 속해있는지 여부인 전속성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공장을 오가는 화물노동자는 가입할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특례를 신설해 지난해 7월부터는 4개 물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에 한해서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4가지 업종에 해당한다고 해서 전부 산재 적용을 받는 건 아니다. 시멘트를 운송하는 노동자라고 해도 시멘트 원료인 돌가루, 탄재 등을 운송하는 노동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 또 화물노동자는 특정 품목만 운송하기보다는 때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물품을 운송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4가지에 해당하는 품목을 주로 운송한다고 해도 산재보험 요건인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2019년 고용노동부는 계약과 다른 업무수행 중 산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신설했다. 상차 중 물건에 가격당하거나 차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상액은 해당 사업장의 유사 노동자 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유사 노동자가 없거나 임금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최저임금이 기준이 된다. 이는 매달 고정 지출이 상당한 화물노동자에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교통연구원 2019년 하반기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는 한 달에 평균 625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기타 지출액은 51만3,000원 정도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입료, 주선료, 유류비, 통행료, 주차비, 숙박비, 차량할부금, 보험료 등 고정비용이다.
 

2022년 폐지 앞둔 안전운임제, 대책 나올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화물노동자 산재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재사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화물자동차운수업 업무상사고사망만인율은 전체 노동자 사고 사망 만인율 대비 9.2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상질병사망만인율도 같은 기간 전체 노동자 대비 4.11배 높았다.
 
정부는 화물노동자 산재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일정 시간 휴식을 강제하는 것이다. 기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4시간 연속 운전할 경우 30분 이상 쉬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지난 4월부터는 2시간 연속운전 시 15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강화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부터 휴게시간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휴식시간을 강제한다고 해도 쉴 공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 화물차는 대형 차량이기 때문에 차를 주차하기 위해서는 더욱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화물차 차고지 부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던 문제다. 2019년 말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전국 화물차 휴게소는 33개, 차고지 47개 정도였다. 특히 주택가 인근일수록 차를 잠시 세울 공간도 없어 노동자들은 식사를 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 해결방안으로 정부는 화물자동차 휴게시설 확충 계획을 마련했다. 2019년 국토교통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추진할 제4차 화물자동차 휴게시설 확충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5년간 화물차 휴게소 12개소와 공영차고지 30개소를 추가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화물노동자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안전운임제라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인해 과적ㆍ과속ㆍ과로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운임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면 무리해서 일을 할 필요가 없어 사고나 과로 위험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
 
안전운임제는 지난 2019년부터 이미 시행돼 오고 있다. 매년 화주 대표, 운수사 대표, 차주(화물노동자) 대표, 정부 추천 공익대표가 안전운임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운임을 결정한다. 안전운임을 지키지 않는 화주에게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다만 한계는 있다. 우선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나 시멘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또한 3년 일몰제이기 때문에 2022년에는 폐지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처벌 실효성에도 의문이 나온다.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20일에 밝힌 바에 따르면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 위반 1,407건을 지자체에 신고했지만 그 중 처벌된 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에 화물연대본부는 총력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안전운임 위반에 대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관리ㆍ감독하지 않는다면 오는 6월 18일을 기점으로 안전운임 사수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3월에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안전운임제 확대ㆍ강화를 위한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를 반대하는 측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후 물류업계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화주와 화물노동자 사이를 연결하는 운송사의 고충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마진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일부 화주가 인상된 운임을 부담하지 않고 운송사에게 떠넘긴다는 것. 중소 운송사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해운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배에서 배로만 옮겨지는 환적화물에 대해서도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자 그 운송 요금이 2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13개 국내 선사는 국토부를 대상으로 환적화물을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선사 손을 들었으나 국토부는 이에 항소했다. 안전운임제 논란 재점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화물노동자는 아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안전운임제가 폐지가 얼마 남지 않아 새로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봉주 위원장은 "화물노동자가 사고가 나면 노동자만 다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치게 된다"며 "화물노동자 투쟁은 국민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화물노동자들은 다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최소한 치료라도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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