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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4년 연속 저성과자, 충분한 개선기회 줬다면 해고 가능”…통상해고 판결 또 나와

  기사입력 2021.06.01 15:44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29년차 고연봉 은행원...4년 연속 저성과자에 정직까지, 직원 사이에서 원성 사 
-근로자 "저성과자 아니므로 부당해고며, 나는 장애인인데 장애인 차별"
-대구지방법원 "근무성적 극히 불량...절차 공정했고 기회도 4차례나 부여"
 
 
4년 연속 저성과자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될 정도로 극도로 근무성적이 부진한 근로자가 개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회사도 공정한 평가 기준 아래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저성과를 징계가 아닌 형태로 면직 처분한 판결로 통상해고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온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박만호)는 지난 5월 13일, 근로자 A씨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는 국내 수위권에 드는 규모를 자랑하는 유명 은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A는 92년 이 은행 대구시지부에 입사해서 근무해 온 직원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근무성적 등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자들을 셀프혁신 대상자에 선정하고, 일정 기간 재교육을 통해 근무성적 개선 여부를 보고 개선되는 경우 현업 부서로 복귀 및 재배치 시키는 일종의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두고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근무성적평정이나 근태불량 등 항목 별로 자세하게 정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6개월 단위(상하반기 단위)로 평가하는 제도였으며, 선정 절차도 해당사무소의 선정 외에 1차 및 2차 심사, 최종 선정을 거치는 등 구체적인 절차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A는 2009년 셀프혁신 대상자로 선정되고 재배치 된 바 있다. 하지만 A는 그 이후에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으로 태도 불량, 능력 불량 등을 이유로 셀프혁신 대상자로 선정돼 다른 지점으로 배치됐다.
 
심지어 2018년 9월에는 여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감봉 1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고, 셀프혁신 이후 재배치 과정이 부당전보라며 노동위원회에 심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기각판정을 받았으며 이는 법원에서도 기각됐다.
 
결국 2019년 7월, A는 셀프혁신 대상자로 4번째 선정됐고, 회사는 대기발령 10일 조치를 하며 경고장을 교부했다. 이후 2020년 1월 현업복귀 했지만 2020년 하반기에 또다시 재선정되면서, 회사는 기준에 따라 대기발령 3개월 후 면직 등 인사조치 대상이라는 경고장을 교부했고 2020년 7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면직을 의결하고 해당 내용을 통지했다.
 
회사는 면직 사유에서 "근속연수가 29년에 이르는 고액연봉자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근무형태가 극히 불량하다"며 "업무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업무분장이 곤란하고 직원 간 위화감 조성,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동료들의 평가에 따르면 "신규직원보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실수를 옆 직원이 수습해야 한다", "고객과 빈번한 마찰로 주변 직원에게 책임이 전가된다"는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A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는 먼저 "회사가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다는 면직사유를 들고 있는데, (A의) 자격이나 교육사항 등 개인능력에 비춰보면 그런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면직사유 해당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면직 처분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며 "사회통념상 A에게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고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또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근무성적이나 업무실적을 평가하면서 일반 직원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법 위반이라고도 주장했다. A는 2018년, 보건복지부에 신장 장애인으로 등록한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첫 번째 주장에 대해 "원고의 근무성적은 극히 불량했고 장기간 개선되지도 않았다"며 "이는 회사가 정한 면직사유인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때에 해당하므로, 면직사유가 존재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근무성적평점점수를 보면 A는 질병 휴직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근무성적불량 11회, 미흡 6회, 보통 1회를 받았고 2015년 상반기 이후 평가점수는 모두 불량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근무성적평정에 있어 근무태도를 배제한 채 업무실적만을 기준으로 근무성적 불량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원고 A의 근무성적평점점수가 저조한 것은 불량한 근무태가 주된 원인"이라고 판시했다.
 
근무성적 평가 기준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무성적은 연 2회 평가되는데 1차 직상급자와 2차 차상급자가 독립적으로 객관적 기준에 따라 평정한다"며 "10년간 지속적으로 점수가 낮았고, 근무 장소가 전부 달라 평정자와 동료직원이 다양해 편파적인 등급을 받을 확률도 낮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근무실적 향상을 위한 충분한 기회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현업 복귀한 4회의 기간에도 면담이나 교육훈련, 후선배치를 통해 현업복귀를 지원했고, 4회의 경고장을 교부하는 등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부당해고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된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는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며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이라 차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회사는 희망하는 기간 동안 휴직을 모두 승인해줬고, 편의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판결문을 보면 이 회사는 징계면직 규정이 별도로 있음에도 업무능력 부족을 근거로 면직을 했고, 징계위원회를 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해고 판결로 볼 수 있다"며 "최근 현대중공업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저성과자 통상해고를 인정하는 드문 판결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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