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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HR 변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데이터 인사관리

  기사입력 2021.06.14 15:11
[월간노동법률]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왜 사람들은 HR을 미워할까?

전통적으로 인사부는 기업 조직 내에서 가장 인기 없는 부서 가운데 하나다. 저명한 석학 데이브 울리치교수는 오죽했으면 이미 90년대에 "현재 패턴으로 일 할거라면 인사부는 문을 닫는게 나을 것"이라 일침을 가했고, 와튼 스쿨 피터 카펠리교수의 "왜 우리는 인사부를 그렇게 미워하고 인사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Why We Love to Hate HR and What HR Can Do About It)?" 라는 칼럼 역시 HR의 현실과 변화라는 주제하에 많은 도전을 주며 회자되는 내용이다. 상황과 사정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국내의 경우도 분위기는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인사부가 외면 받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사람과 조직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도와주기 보다는 관리하고 통제하고 족쇄 채우는 일에 능하다는 점이고, 때로는 최고경영자의 친위대가 돼 악역을 담당하는 돌격대 역할을 최우선 업무로 인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HR에 대한 도전과 압박 속에서 우리 현장의 인사부에서는 많은 고민과 변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부분은 역할 변화의 필요성이었다. 인사부가 전통적인 관리자 역할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부수적으로 여러 가지 제도를 비롯해서 조직 구조의 변화가 따랐다. 중요한 도전이었고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도 근본과 소프트웨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왜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이해관계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를 주기 위해 인사부가 쓸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작지만 의미 있는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할까?

HR의 역할과 그에 따른 행동 변화의 요구 앞에는 경영 환경이 변했다는 전제가 놓여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업의 인사부의 처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첫째, 바야흐로 기업이 아닌 구성원이 파워를, 주도권을 지닌 권력이동의 시대가 도래했다. 적어도 핵심인재들은 이제 기업의 눈치를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 이직, 해외취업에 스타트업 창업까지 포함해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은 대폭 넓어졌다. 기업의 성패가 오늘처럼 소수의 인재들의 역량에 의해 좌우됐던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여전히 인사부는 이를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것을 직원에게 맞추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갑의 위치에서 여전히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평범한 구성원이나 운신의 폭이 좁은 구성원들에게는 먹힐 수도 있겠지만, 회사의 운명을 흔드는 힘이 있는 자들에게는 효력이 없다.

둘째, 모든 업무가 거의 자동화 되고 웬만한 인사관리는 아웃소싱이 가능하다. 굳이 관리와 통제 이외에는 뚜렷한 주특기가 없는 인사부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경영자나 임직원은 없을 것이다. 불친절한 종업원이 있는 카페보다 자동주문기 만으로도 무리없이 잘 운영되는 커피숍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자. 단순히 외국의 저명한 석학이 인사부의 변화를 외치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이런저런 그럴듯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서, 영문도 모른 채 따라하다가는 용두사미로 끝날 확률이 다반사다. 실제, 지난 20년 가까이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의 인사부가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강조했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럼, 우리가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HR다운 용어로 표현하자면 사람도 성장시키고 궁극적으로 조직도 성장시킬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작품을 찾아봄 직하다.

왜 통장의 잔고가 바닥났다고 생각할까?

인사부만큼 구성원의 다양한 종류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조직이 또 있을까? 이 엄청난 데이터를 가공하지 않고 데이터 원형 그 자체로 단순히 쌓아만 두고서 더 이상 일할 힘도 없고 통장의 잔고가 모두 바닥났다고 말한다면 이보다 더 큰 모순이 어디 있을까? 과거 필자가 어떤 다국적기업의 인사총괄임원으로 있을 때 다소 어설픈 빅 데이터중심의 인사관리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전사의 개별 구성원들의 기본정보를 비롯해서, 주요 이력, 회사의 핵심역량에 대한 측정 및 성과평가 결과, 경력 연수, 학력, 커리어 패턴, 개인의 휴먼네트워크 등 개인적 특성을 망라한 다양한 데이터를 일정한 형식에서 모두 재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정보로 가공해서 이것을 통해 조직의 색깔, 조직이 현재 시점에서 갖고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역량과 가장 낮은 수준의 역량 진단, 그리고 어떤 프로필을 갖고 있는 구성원이 어떤 시점에 우리 조직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지 등을 탐색했다.

물론 미완의 작품이었지만 적어도 조직의 큰 그림을 보았던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당시 인사부서 자체 내에 고도의 기술을 갖춘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없었기에 아시아본부 마케팅부서의 CRM팀에게 데이터 분석 및 1차 리포트 작업을 의뢰했다. 첫 시도였기에 오차도 있었고 통계 작업 결과의 신뢰도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었을 거라 인정한다. 그럼에도 그 해 글로벌 전체에서 HR이 시도한 가장 참신한 프로젝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시도가 계속 이뤄지면서 자료와 정보가 축적이 된다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십 그룹의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어필 될 것이다. 당연히 HR측면에서도 구성원과 조직을 제대로 관리해서 조직의 성장을 궁극적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유용한 도구로도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부류의 프로젝트는 기업이 가장 고민을 하고 있는 인력 선발에도 당연히 바로 응용될 수 있다.

왜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세계적인 기업에서 여러 유형의 탁월한 CEO들을 모실 기회가 있었다. 업무 보고를 할 때마다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질문은 숫자(데이터)에 대한 것이었다. 데이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다. 조직의 일반 구성원들에게도 그렇지만 최고위급 리더십 그룹으로 올라갈수록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인사부는 가장 많은 유용한 데이터를 보유한 팀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재창출해서 통찰력까지 제시하는 인사부가 있다면 이를 외면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HR의 방법론적 측면에서 볼 때, 모든 작업을 굳이 인사부 단독으로 다하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협업과 융복합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과 조직의 문제라면, 민감한 보안을 요하는 사안만 아니라면 리더십 그룹이나 다양한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기업 문화 형성이나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사내 외에서 구축하는 것, 종합적인 성과관리 제도 디자인이나, 교육훈련 프로그램 설계나 복리후생 프로그램 디자인 등은 협업이 더 효력을 볼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러한 주제의 상당 부분은 1차적으로는 정성적 데이터로 수집되고 정리되겠지만, 마케팅이나 재무 부서의 도움으로 정량화 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사람이 답이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다소 진부해져 가는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여전히 HR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이야기가 더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적자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당장 나타날 수 있을까? 인사부는 도전도 압박도 많이 받은 부서이지만 동시에 좋은 일이나 흉한 일이나 늘 사람과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 있는 존재다. 뉴 노멀의 시대이다. 변화의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조직에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제공해주는 인사부가 우리에게는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통장에 가득한 잔고를 확인하고, 인출해 마음껏 사용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뉴 노멀시대에 새로운 기여를 하면서 우리 인사부가 다수의 구성원들이 인정해주는 소리 없는 영웅이 돼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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