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호봉직 근로자들은 교육 행정직 공무원과 채용형태, 절차 등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으므로 이들의 근로조건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은 지난 11월 26일, 서울시 산하 중-고등학교 호봉제근로자 A씨 등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서울시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등은 예전에 학부모회 직원, 또는 육성회 직원으로 불리던 근로자들로, 학교에서 사무행정이나 시설관리 업무를 지원하고 보수를 받아온 교육공무직 호봉제 근로자들이다. 한편 이들과 달리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채용된 교육행정직 공무원(이하 공무원)들도 학교에서 행정관리와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고 근로자들은 "공무원들이나 사립학교 사무직원들과 비교해 볼 때 근속승진을 적용하지 않았고, 근속 승진을 전제로 한 정근수당이나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같은 각종 수당,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 1-2월분 본봉 인상분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동종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호봉제 근로자를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으로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 6조, 헌법 11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호봉제회계직 노동조합이 2016년 체결한 단체협약 44조에서는 "호봉제 근로자의 임금은 지방공무원 보수 지침을 준용하되 일반직 공무원과 차별이 없도록 한다"고 정하고 있다. 50조에서는 동일가치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원고들의 청구는 동일노동을 했으므로 동일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서울특별시가 단체협약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주로 문제됐다.

서울시 측은 "호봉제근로자들과 사립학교 사무직원은 고용주체가 다르므로 비교대상이 아니며, 공무원들과 비교해도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맞섰다.

■동일가치-동일노동 원칙이나 근로기준법 6조 위반으로 볼 수 없어

대법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금지하는 차별 처우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고들을 공무원과 달리 처우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단체협약 44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서울시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확정한 원심 판결 재판부는 "단체협약 44조에서 공무원 지침을 준용한다는 의미는 보수액 기준일 뿐, 보수규정 전체를 호봉제 근로자에게 적용한다는 건 아니"라며, 근속승진제도를 적용하지 않은 것도 "임용경로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고 공무원처럼 근속기간에 대응해 직무수행 능력이나 업무 난이도와 책임이 증가한다고 볼 자료가 없어, 근속승진제를 적용할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을 지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경우 1시간 미만 시간외 근로는 근로시간으로 계산되지 않아, 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정액분을 지급하는 것인데 호봉제 근로자들은 이와 달리 분단위로 수당을 지급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6조나 동일가치 동일노동을 규정한 단체협약 50조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 50조가 호봉제 근로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적용되는 것을 예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돼 공무원 법령이 적용되지만, 호봉제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고용형태에 차이가 있고 권한과 책임에도 일정한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체협약 제50조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 이유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결론은 정당하다"라고 판단해 사건을 확정지었다.

같은 취지로 근로기준법 제6조와 헌법 제11조 위반 주장도 배척했다. 원심 법원은 "호봉제근로자들과 공무원은 채용형태 및 절차, 업무내용 및 범위, 권한과 책임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으므로 수당의 미지급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 된다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도 "각종 수당 등 지급에 관해 공무원과 달리 처우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이 정당한 이상, 공무원이 근로기준법 6조에 따른 비교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거나 호봉제근로자라는 고용형태가 근로기준법 6조 등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해 눈길을 끌었다. 비교대상이 아닌 근로자들 간에 근로기준법 6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와 공무원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는 애당초 입직 자체와 업무 형태가 달라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 대상이나 의미를 구체적으로 해석한 판결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