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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낮춘 로스쿨생들 “6급 뽑는다는데 연봉은 … ”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4.09 05:55| 최종수정 2013.06.30 06:00
‘2013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취업박람회’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려 9일까지 계속된다. 교육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54개 기업·기관이 참가했다. 8일 로스쿨생들이 채용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8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로스쿨 취업박람회’의 해양경찰청 채용 부스.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데 처우는 어떤가요. 기혼자라고 차별하진 않겠죠?”

 이모(30·여·인하대 로스쿨)씨가 해경 채용담당자에게 물었다. 한재원(35) 경사는 “차별은 전혀 없다. 철저하게 실력·경력에 바탕한 면접 위주로 뽑는다. 안심하고 지원하라”고 답했다. 로스쿨생인 남편과 함께 박람회에 들른 이씨는 “취업난이라는데 지방대 로스쿨 출신에, 기혼자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한 경사는 “방문자의 80%가 지방대생이었다”며 “주로 처우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제 몸값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코엑스에서 열린 로스쿨 취업박람회에는 1000여 명의 로스쿨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엔 법무부·법원행정처와 김앤장·태평양 같은 대형 로펌은 물론 삼성전자·현대차 등 50여 기업·기관이 참여해 부스를 차려놓고 채용 상담 행사를 벌인다. 전국 단위 규모로는 두 번째 취업 박람회다. 이날 오전 학교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광훈(30·충남대 로스쿨)씨는 “취업 못한 선배들 소문을 들으면 불안하기도 해서 올라왔다”며 “졸업반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해 나쁠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주로 공기업 부스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

 김명기(49) 로스쿨협의회 사무국장은 “로스쿨 재학생이 6000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졸업반 상당수가 박람회에 참석한 것”이라며 “취업난을 반영해 공기업 등 안정적인 회사에 로스쿨생들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엔 지방대 로스쿨생들이 대거 상경했다. 박람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력서를 사전 등록한 400여 명 중 상당수가 지방대생이었다. 이모(29)씨는 “아무래도 지방은 서울에 비해 취업 정보가 뒤떨어진다”며 “특히 요즘 대형 로펌에서 진행하는 인턴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지방대 학생들이 평일 박람회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다. 인하대·충남대·원광대 등에선 이날 하루 휴강처리하고 전세버스까지 동원했다. 부산대는 박람회에 다녀오는 학생에 대해 교통비를 지원했다. 제주대는 참석 의사를 밝힌 14명을 위해 비행기값을 지원했다.

 지방대 로스쿨 학생들의 관심은 대형 로펌보다 주로 정부부처나 기관에 몰렸다. 이모(31·원광대 로스쿨)씨는 “대형로펌 입사가 너무 어려워 주변을 보면 사실상 포기한 분위기”라며 “공기업이나 정부부처 등 현실적으로 노려볼 만한 곳에 대한 정보를 구하러 들렀다”고 털어놨다.

 유기홍(55)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로스쿨을 졸업한 1기생들의 취업률은 81.9%. 일반 대졸자 취업률(59.5%)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최근엔 일부 지자체에서 변호사를 7급 공무원으로 선발하는 등 사회적 대우도 많이 낮아졌다.

 로스쿨 내에서도 ‘취업 양극화’가 심각하다. 서울 소재(89.1%)와 지방대(74.5%) 로스쿨의 취업률 격차가 크다. 특히 연봉이 높은 대형 로펌의 경우 서울 지역 로스쿨 졸업생이 아니면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SKY대(서울·고려·연세) 로스쿨의 경우 대형 로펌·대기업을 초청해 자체 취업박람회를 따로 여는 것도 지방대생에겐 박탈감을 주고 있다. 박람회 참석을 독려하며 휴강까지 한 지방대와 달리 이날 서울 소재 로스쿨 대부분은 그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송선배(35) 연세대 로스쿨 취업담당관은 “이달 말 교내에서 여는 취업박람회를 앞두고 벤치마킹하러 왔다”며 “이렇게 나서 돕지 않으면 취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스쿨 취업난은 시대가 바뀌었는데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 생겨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김앤장·율촌·화우 등 대형 로펌 부스와 삼성전자·현대차·LG 같은 대기업 부스엔 사람이 몰렸지만 중견기업 부스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성민(29·경북대 로스쿨)씨는 “변호사도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 중 하나일 뿐”이라며 “과거와 같은 눈높이에서 특별 대우를 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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