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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시간 일 줄여 92만 명 시간제 일자리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6.05 05:59| 최종수정 2013.06.30 06:00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에서 일하는 전선영(33)씨의 근무시간은 ‘나인 투 원(9 to 1)’이다. 매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퇴근한다. 2011년 11월 입사 뒤 1년 반째 이어오는 일상이다. 하루 4시간만 일하는 단시간(시간제) 근로자지만 전씨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처우도 나쁘지 않다. 재단은 하루 8시간 일하는 전일제 직원(정원 87명)을 한 명 줄이고 전씨와 같이 하루 4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 2명을 채용했다. 시간제지만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이다. 일한 시간에 비례하는 기본급은 적지만, 교통비 등은 동료와 똑같다. 이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은 동료의 50%가 아니라 60% 수준이다. 현재 임신 중인 전씨는 “수입이 적은 점은 반일 근무를 선택할 때부터 감안했던 거라 불만이 없다”며 “앞으로도 애를 키워야 하니까 전일 근무를 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공개됐다. 전씨가 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를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4일 ‘고용률 70%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등 13개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계획이다. 로드맵의 핵심은 한 사람이 오래 일하는 대신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 함께 일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2017년까지 총 23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2만여 개(약 40%)가 시간제 일자리다.

 이를 위해 지난해 2092시간이었던 연간 근로시간을 2017년까지 1900시간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근로시간을 연간 200시간 줄여서 생기는 부분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96시간)을 420시간 웃돈다. 남성 중심 전일제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기존 고용 구조의 틀을 근본적으로 깨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실험이다. 정부도 “고용 창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새 시간제 일자리를 기존의 열악한 아르바이트 자리와는 다른 ‘양질의 일자리’로 규정했다. 정규직 근로자와의 차별을 없애고, 최저임금·4대 보험 등 기본적 근로조건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자기 필요에 따라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차별받지 않는 반듯한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34개 법률을 제·개정하고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처별 추진 상황은 ‘고용률 70% 온라인 현황판’ 에 공개할 방침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동계는 시간제 근로의 확산으로 고용이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기업은 생산성 저하를 염려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성·정규직 근로시간 단축이 여성·시간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고용률 70% 달성은 노사정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한별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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