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 노동 실무 전문가들은 2019년 가장 중요한 노동 판결에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선정했다. 이번 설문은 <노동법률>이 노동 전문 변호사와 노무사 등 실무가 12명에게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선고된 판결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 판결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한 후, 취합-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36표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판결은 복지포인트 판결(대법원 2019.8.22. 선고 2016다48785)로, 6표를 획득했다.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절반이 이 판결을 꼽은 셈이다. 그 다음으로는 택시회사 최저임금법 위반 관련 판결(대법원 2019.5.10.선고 2015도676 등)이 5표로 뒤를 이었고,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불법파견 판결(2019.9.27. 선고 2018나2062639)과 위법 직장폐쇄 중 근로자가 위법 쟁의행위에 참가한 기간은 연차휴가 산정 시 결근한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유성기업 판결(대법원 2019.2.14. 선고 2015다66052)이 4표를 얻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3표를 얻은 판결은 없었으며 그 밖에 복수 표를 얻은 판결은 ▲재택위탁집배원의 근로자성 판결(대법원 2019.4.23. 선고 2016다277538) ▲자동차판매 노동자(카마스터)의 노조법상 노동자 인정 판결(대법2019.6.13.선고 2019두33712) ▲강원랜드 기간제딜러 차별시정재심판정취소 판결(대법원 2019.9.26. 선고 2016두47857)이다.
 
복지포인트 판결, 전문가 절반이 "올해 가장 중요"
 
1위를 차지한 복지포인트 사건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왔다. 하급심에서 극심하게 엇갈려 온 복지포인트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두고 최초로 기준을 마련한 대법원 판결로 알려졌다.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결론 날 경우, 복지포인트 비중이 높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각종 수당을 재산정해 추가 지급해야 하는 등 엄청난 파급효가 예상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판결이다.

이 사건 원고는 서울의료원 근로자 548명으로"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지급해 온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복지포인트는 사용 용도가 특정돼 있고,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며 양도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볼 때, 임금이라고 보기 적절하지 않다"며 "개별 사업장에서 단협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볼 때, 복지포인트가 임금이 아님을 근로관계 당사자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시해 서울의료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위에 선정된 판결은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실제와 다르게 단축한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2016다2451 등)이다.

이 판결은 택시회사에서 기사로 일하던 근로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이다. 최저임금법이 택시기사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사납금을 내고 남은 운전사의 수입, 즉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서 제외해, 고정급만으로 운전사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게 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법원은 사용자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자, 이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특히 취업규칙 변경 자체에 근로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탈법적 관행이므로 무효라고 선고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사건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과거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던 이슈가 새롭게 떠오른 사건이다. 택시회사들이 근로시간을 단축해 법 위반을 피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후 이런 방식을 취하던 전국의 수많은 택시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법원은 민사상 최저임금법에 따라 미지급임금 지급의무는 인정되나, 형사상 최저임금법 위반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2015도676).

공동 3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불법파견 판결은 "자동차 연구소에서 장비 점검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원청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남양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연구 및 개발 업무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맡은 업무와 명확하게 구별돼 연동될 여지가 없고 대체가능성도 없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이 아님에도 순위권 안에 든 점이 특이한데, 불법파견 이슈에서 최근 연패 중이던 현대차가 오랜만에 승리를 가져가면서 많은 기업과 기업 법률 대리인들의 관심이 쏠렸다.

위법 직장폐쇄 중이라고 해도, 근로자가 위법한 쟁의행위에 참가한 기간은 연차휴가 산정 시 소정근로일수에는 포함시키되 결근한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유성기업 판결 사건도 남양연구소 불법파견 판결과 함께 3위를 차지했다.

유성기업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회사가 적법한 직장폐쇄를 한 기간 중 위법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어떻게 산정해서 지급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원심은 "적법한 직장폐쇄는 사용자의 쟁의행위"라며 "소정근로일수를 계산할 때 이를 제외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근처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 참가 기간은 연간 소정근로일수에 포함시키고, 결근한 것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해 원심을 뒤집었다.

결국 직장폐쇄와 쟁의행위가 겹치는 경우에는 직장폐쇄 적법 여부가 아니라 쟁의행위 적법 여부를 중심으로 연차유급 휴가 일수 산정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금 관련 판결이 최다. 사업장 중에서는 현대차 관련만 세 건
 
분야별로 보면 임금 관련 판례가 13표를 차지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복지포인트 판결 외에 최저임금, 연월차 휴가 산정, 경영성과급 관련 판결이 꼽히면서 나온 결과다. 그 외에 불법파견 관련 판결이 6표, 노조법상이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관련 판결이 5표를 차지해 실무가들의 관심도를 반영했다.

사업장별로 분석하면 현대차 관련 사건이 세 건을 차지했다. 주로 불법파견과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결이다. 강원랜드도 두 건을 차지해 최근 노사관계의 중심에 있음이 확인됐다.

노동계를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들과 경영계를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판결도 조금씩 달라 눈길을 끈다. 법률원 소속 변호사 등 노동계쪽 실무가들은 택시최저임금 판결을 많이 선택했고, 대형 로펌이나 재계를 주도 대리하는 실무가들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문을 주요 판결로 꼽아 시각차를 보였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