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 10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21대 국회에서 추진할 노동정책 등을 담은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날 협약을 통해 사업주가 다른 사람에게 사업을 양도(사업양도)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이 승계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ㆍ한국노총 사업양도 시 고용승계 제도화 추진

기업은 경영상 이유로 인적ㆍ물적 조직을 바꾸기도 한다. 이를 기업변동이라고 한다. 구조조정, 조직변경이라고도 부른다. 기업변동에는 합병, 회사 분할, 사업양도 등의 방법이 있다. 사업양도는 영리활동을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조직적 재산을 타인에게 이전하는 계약을 말한다.

양측은 협약 부속문서에서 "영업양도(사업양도) 등에 따른 사업이전 시에 고용 등 근로관계 승계를 제도화하겠다"며 "특히 원청이 하청업체를 변경한 경우에도 기존 하청업체가 수행하던 업무가 동일하게 계속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승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이 이를 제안한 이유는 40대 고용실적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40대 취업자 수는 2월 기준 5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최근 40대 고용이 대단히 불안해서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이 몇 가지 필요하다"며 "(사업양도 시 고용 승계 제도화는) 지난 대선 때도 저희가 제기했던 내용인데, 이번에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공동협약에)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노동법에는 사업양도 시 고용승계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법원은 사업양도를 할 때 원칙적으로 고용이 승계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법원 판결로 규율하는 방식은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쟁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동법에 관련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업양도는 기업과 기업 사이의 문제로 현재 상법에서 다루고 있다. 상법은 근로자나 고용관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방준식 영산대 법률학과 교수는 지난해 5월 <노동법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영업양도나 회사 분할의 경우 상법에 규정된 내용"이라며 "근로자의 고용승계나 단체협약의 승계와 같은 노동법상 발생될 수 있는 문제는 노동법에 새로운 입법을 통해 기업구조변동(인수ㆍ합병, 회사분할, 영업양도)에 따른 승계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0년에도 입법 움직임...경영계는 부정적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사업을 양도하는 경우 양수인은 양도인의 근로관계상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0년 12월 이주영 당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은 사업양도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업이전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관계를 승계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안들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업양도 등 기업변동 과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계약ㆍ영업의 자유 원칙을 침해하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고려해 입법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사진=뉴시스)

경영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영업양도는 누적된 적자나 경영상 위기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감당할 여력이 있는 쪽에 사업을 넘기는 것"이라며 "영업양도 시 인력을 다 인수하도록 하는 취지는 고용보장이라는 면에서 좋지만, 사업을 받는 쪽에서는 기존의 인건비나 비용지출구조를 그대로 넘겨받아야 하기 때문에 영업양도가 잘 안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양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사업을 넘겨야 정상화할 수 있는 긴박한 사정이 있는 기업을 살리지 못하고 폐업하는 쪽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며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일부 근로자들까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주요국들도 고용승계 인정...대안은?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사업이전지침을 통해 사업체가 동일성을 유지한 채 다른 사업주에게 이전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이 승계되도록 정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다수 국가들이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규율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영업양도 등 기업변동에 따라오는 문제로 근로관계 승계만 생각하는데 이 내용말고도 굉장히 영역이 많다"며 "단체협약이나 노사협의회, 근로복지 관련된 부분의 승계 문제도 현재 법이 없어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엄격한 예외 규정을 마련할 수 있어야 법제화에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영업양도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고용이 승계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예외적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 교수는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엄격하게 예외 규정을 둔다면 (법제화에) 동의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해석상 논란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며 "영업양도가 정리해고 수단이나 노조를 와해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사업이전에 따른 고용승계만이 아니라 회사 분할 과정에서도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영업양도 등 사업이전 시 고용 등 근로관계 승계 제도화의 구체적 범위를 묻는 질문에 "사업이전, 법인 분할, 합병이 모두 포함된다"고 답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