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정종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 들어가며

사회환경과 경제구조의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무제공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구분에 사로잡혀 있다. 다양한 근로형태에 대한 합리적인 규율과 그에 따른 보호의 내용과 정도를 찾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근로자 혹은 노동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직) 보호와 관련해서도 과거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려는 경향이었다가, 그로 인한 여러 법률상 한계와 부작용이 발생하자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부인하고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크게 확대하고 있고 그에 관한 입법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법 규정이 아닌 해석에 의해 인정되는 특고직의 노동조합에 대해 현행 노조법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적용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립된 판례나 해석이 없어 그로 인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혼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 특고직에 대한 노조법의 적용과 한계

가. 노조법 적용의 원칙

특고직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되는 이상 노동조합의 설립,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이 인정됨은 당연하다. 이는 현행 노조법상에 따른 권리라는 개념보다는 헌법상 권리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실제 특고직의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하는 판결들의 주된 근거도 헌법상 근로3권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고, 누구도 적법한 조합활동이나 쟁의행위에 대해 지배-개입하거나, 계약해지나 계약내용의 변경을 포함해 불이익한 처분을 할 수 없고, 만약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노조법의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 특고직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률상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해 시급한 입법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 특고직의 특수성과 그에 따른 노조법 적용의 한계

(1) 단체교섭의 당사자와 관련해

먼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라고 하는 직접적인 법률관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과 해당회사가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특고직의 경우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줄어들고 2단계 혹은 3단계로 순차 위임이 이뤄지는 관계가 보편화되고 있는바 그와 같은 경우 최초의 위탁자와 특고직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문제 된다. 일부에서는 법적인 계약관계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의 주체까지 교섭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입장이 현행법상 허용될 수 있는 해석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그와 같은 입장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그 선택에 따라 일부 혹은 전부에 대해 공동으로 혹은 순차적으로 나아가 별개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노사관계 법적안정성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달리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현행법상으로는 법률관계가 인정되는 주체만이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

다음으로 단체교섭의 절차나 방식도 명확하지 않다. 같은 특고직이라 하더라도 위임의 정도와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고, 그 성격상 다수의 노동조합이 설립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는 물론 공정대표의무와 같은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들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적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교섭의 당사자도 노동조합의 선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면 그로 인한 단체교섭의 혼란은 더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거듭 현행 노조법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독립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특고직에 대해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단체교섭의 대상

교섭의 대상도 문제다. 노조법상 단체교섭의 대상은 근로조건 개선 및 향상 그리고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단계 혹은 3단계의 구조하에서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최초 위탁자를 상대로 계약조건 개선이라는 교섭의 개념이 법률상 인정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할 것이다. 최초 위탁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특고직과 법률관계를 맺고 있는 중간단계의 위탁자와의 계약 내용이 자동적으로 변경되는 것도 아니다. 위와 같은 법률적 관계에서 단체교섭의 개념이 성립될 수는 없음은 법 논리상 명확하다.

(4) 쟁의행위와 관련해: 특히 대체금지의 적용 여부

특고직의 쟁의행위와 관련해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금지 적용 여부와 한계다. 노조법 제43조는 제1항에서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구지방법원 2020.2.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에서 "사용자의 규모가 클수록 대체 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작아지기 마련이고, 도급, 하도급 등으로 간접고용의 단계가 심화될수록 근로자의 지위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피해자 회사와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 소속 인원과 차량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다음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 회사가 보낸 직영 기사들은 이 사건 파업이 일어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결국 피해자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라고 판시하면서 위 직영기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합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위 판결은 특고직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현행 노조법과도 맞지 않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먼저 ①입법론적으로 쟁의행의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수단은 대체허용이었는데 한국의 경우 노조법 제정 당시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대체금지를 도입한 것으로 해당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따라서 대체금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②특고직의 경우 독립사업자로서의 독자성과 경제적인 의존성의 특징을 갖는 구조로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계약법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대체금지는 일방이 계약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 타방이 이를 할 수 있는 계약법 법리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③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단계, 3단계의 구조에서 노동조합이 누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지에 따라 대체금지의 주체와 내용도 달라지게 되는 바, 이는 법적안정성이라고 하는 성문법의 근간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노조법상의 대체금지 조항은 특고직에는 원천적으로 입법의 제정 없이는 그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4. 결어

특고직 보호를 위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확대 인정하려는 경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전제로 하는 현행 노조법의 제반 법리를 그대로 특고직에 적용하는 것은 현행 법률 체계상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특고직 보호라는 이유만으로 그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행 노조법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이를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법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것으로, 법적 안정성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조속히 특고직에 대한 노조법상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해서 법의 부재로 인한 혼란을 막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도 2016.11.24. 2015헌바413, 2015헌바441(병합) 결정에서 "입법적으로 특수고용직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규율하고 또는 보호하는 내용의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결정한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