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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정부 “산재 사망사고 처벌 강화”...노동계 “기업 최고책임자 처벌 빠져”

  기사입력 2020.06.22 14:53| 최종수정 2020.06.22 14:54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에 대한 구형기준 개선을 추진한다. 법 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사업장 안전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 최고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며 날을 세웠다.

공공ㆍ민간공사 모두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화

정부는 18일 근로자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법무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수립했다.


정부는 먼저 공공ㆍ민간공사 모두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건설공사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안전관리가 불량한 건설업체 명단도 공개하기로 했다. 불량 업체 명단을 공개하면 안전관리에 적격인 업체가 선정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근로자 재해보험 가입도 의무화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험료 일부는 발주자가 부담하게 된다.

건축자재 화재안전 기준도 강화된다. 건축자재는 건설현장 화재사고에서 대형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축자재 화재안전 기준은 현재 일정 규모 이상 공장ㆍ창고를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모든 공장ㆍ창고 등에서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할 경우 준불연 마감재를 써야 한다. 준불연 마감재를 사용하면 700℃에서 10분가량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전기준조차 없었던 내부 단열재는 최소한 난연 성능을 갖추도록 했다. 난연 성능이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 5분 정도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공사규모 50억원 이상 현장 안전관리자 선임해야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은 반드시 안전조치를 이행한 후 작업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가연성 물질과 화기를 취급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질 수 없도록 금지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감리가 공사 중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감리업무지침도 개정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 총리, 이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뉴시스)

안전전담감리도 도입한다. 공공공사는 공사규모와 상관없이 안전전담감리를 배치하고, 민간공사는 2층ㆍ2000㎡ 이상 건축물 공사현장일 경우 상주감리를 배치해야 한다. 감리에 의한 작업허가제 대상은 민간공사, 화재 위험작업까지 확대한다.

원청에 위험작업 일시와 내용, 기간 등을 사전 파악하고 하청업체 작업을 조정할 의무도 부과된다. 안전관리자 선임대상은 공사규모 12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시공 중인 건축물에도 발주자가 화재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의무화한다.

화재 발생에 대비한 긴급조치계획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공사 진행정도에 맞춰 적정 대피로 확보, 비상대피 훈련을 포함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화재ㆍ폭발 등 위험작업을 실시할 때는 사전에 작업시기를 신고하도록 했다. 이를 국토부, 담당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공유해 점검ㆍ감독에 나선다. 중장기적으로는 위험 현장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는 안전보건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점검과 감독도 강화된다. 지자체가 현장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 건설분야 퇴직자들을 채용해 건설현장 순찰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산재 사망사고 처벌 강화"...노동계 "근본 대책 아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에 대한 구형기준 개선을 추진하고 양형위원회와 양형기준 개선 협의도 함께 추진한다. 지난 1월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구형ㆍ양형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개정법은 안전ㆍ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면 가중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 벌금형도 최대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됐다.

노동부는 지난달 4일 양형위원회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을 기업범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기업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정부는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 안전관리 사항을 보고하는 규정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 5월부터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다중인명피해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대책에 기업 최고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 대책에는) 예방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부 진전된 대책도 있지만 화재안전대책으로 명명하며 근본 대책을 비껴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 대책으로 일부 형량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기업 최고책임자나 기업(법인)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말단 관리자나 노동자에 대한 처벌 강화로만 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에 대한 과징금 도입 등도 재벌 대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경영책임자는 안전 관리에 대한 보고를 받아 관심을 더 갖게 하는 정도의 대책일 뿐 처벌과의 연계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현장에서 일하면서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참여와 감독권한 강화에 대한 대책은 일말의 언급이 없다"며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을 제기하고 작업을 거부하면 징계와 손해배상,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최고책임자가 최소한의 법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이나 인력에 대한 안전투자는커녕 공기단축과 비용절감만 요구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한 해결방안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행정규칙 개정 작업은 오는 10월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오는 7월 중 개정안을 마련해 12월에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법률은 7월 안으로 제ㆍ개정안을 마련하고 12월부터 제ㆍ개정을 추진한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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