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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조직 경쟁력 훼손하는 채용 비리

  기사입력 2020.07.20 15:44| 최종수정 2020.07.21 10:00

또다시 불거진 채용 비리 의혹

국내 대기업이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리며 서울지방경찰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식이 최근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인사 관계자가 청탁을 통해 지원자 10여 명에게 특혜를 줬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채용 비리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난 후 채용 실무진에 대한 소환 조사도 곧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두운 채용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채용 비리에 대한 폐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솔직히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미 암암리에 힘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원하는 기업에 입사했다는 소문은 직장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블라인드 앱을 통해서도 루머 또는 팩트로 전해 내려왔다. 기업 이외 대학에서 신임 교수를 선발할 때에도 로펌에서 변호사를 선발할 때에도 집안 배경, 부모의 네트워크 등이 중요하다는 루머는 전 국민이 들어본 얘기다.

5년 전 유력 정치인들의 자녀 취업 특혜 의혹 시비가 일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고, 2년 전에도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공공기관과 금융 공기업에서 채용을 놓고 각종 불법이 저질러져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채용 비리로 거론된 기업들 역시 금융업, 공공기관, 제조업, 통신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있다. 여전히 우리는 가장 공정해야 할 채용 분야의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

권력자들의 전리품이 된 일자리

안타까운 사실은 채용 비리에 관해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채용 비리 뉴스에 이제 더 이상 충격을 받는 취업 준비생도, 국민도 많지 않다. 기업 인사 담당자 및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채용 비리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채용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보편적인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은 저성장 기조를 걸어왔다. 그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채용 비리는 은밀하게 그리고 더 깊숙이 횡행하고 있다. 인사 담당자 및 임원들은 채용 비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기업을 포함한 국내 모든 조직의 공통적인 문제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자리 자체가 중요한 시기인 요즘, 자녀나 친인척을 위해 청탁을 부탁하는 이들 역시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한다.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채용 비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영진 및 임원의 은밀한 지시로 인해 청탁이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의 인사팀에서 단호하게 끊을 수 있는 청탁은 채용 비리 감도 못 된다. 자녀 또는 친인척 입사를 위해 힘을 쓰는 유력 인사들은 보통 기업의 오너, 고위층 임원을 통해 제안이 들어오기에 인사팀은 이를 조용히 진행, 처리하는 것이 채용 업무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

기업에서도 권력층의 자녀에 손사래를 칠 이유가 별로 없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각 분야의 고위층과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유력 계층의 자녀를 채용하면 더 수월하게 기업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이 국내 경제의 뼈아픈 현실이다. 투명하게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CEO들의 발언이 지켜지기 어려운 이유는 부조리한 관행이 워낙 굳어졌기 때문이다.

조직 경쟁력을 가로막는 채용 비리

채용 비리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을 포함 국내 조직의 든든한 거미줄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조직 경쟁력을 철저히 가로막는다. 그렇기에 반드시 단죄하고 그 부당거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직장인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에 누가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글들이 넘쳐난다. 인사팀에서 보안을 유지해도 채용 비리는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직장인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1988년 절차적 공정성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린드(Lind)와 타일러(Tyler)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구성원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되면 인사평가 결과가 자신에게 설사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동의하고 순응한다고 한다. 그러나 절차가 불공정하면 경제적 분배가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자부심은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등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공정성이 훼손되고 해마다 비리가 되풀이되면 구성원들의 이직 의도는 더욱 커지고 조직에 대한 몰입도 꾸준히 감소하는 결과를 보인다. 즉, 절차적 공정성은 실제로 구성원의 언행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소속감,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연구에 의하면 채용 비리 등이 발생할 경우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분노 및 적개심까지 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장기적 경쟁력을 위한 채용 공정성

앞서 말했지만 조직 구성원은 기업의 프로세스 및 평판에 귀를 기울인다. 인재를 선발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인 채용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준수하면 구성원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나 보상이 낮아도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일관된 업무 태도를 보인다. 수많은 연구가 이미 실증 분석으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조직의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 경쟁력을 위해 채용 공정성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 희망 분야 1순위는 이제 더 이상 국내 대기업이 아니다. 현재도 우수한 학생들은 로스쿨 및 의학 분야로 몰리고 있고 도서관에서 수험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공정한 선발이 가능한 공기업 및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 현장에서는 핵심 인재가 자꾸 이탈하는 등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는 상황이다. 취업 준비생들 역시 공정성을 점점 더 중요 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이 공정성을 고려하는 이유는 불공정한 채용 결과로 인해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이를 준수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더욱 유리해질 것이다. 채용 비리로 선발된 구성원의 집안 배경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켜주고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쉽게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은 구시대적 명제일 뿐이다.

참고로 미국 및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절차적 공정성의 첫 단계인 채용 분야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조직몰입과 혁신행동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들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절차적 공정성과 합리적인 인재 선발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일자리는 열정과 능력이 있는 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일자리는 권력자의 전리품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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