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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채용비리 처벌 특례법’ 부정채용 막아낼까...“처벌 강화로는 한계”

  기사입력 2020.08.03 13:47| 최종수정 2020.08.10 11:46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채용을 청탁한 사람은 법망을 피한다. 채용청탁을 받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만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반적인 법 감정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채용비리만을 겨냥한 특례법 초안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법안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KT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해 4월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용비리 다룬 20대 국회, 어떤 법안 있었나

정치인들이 개입된 채용비리 사건을 보면 청탁을 받고 실행한 사람만 유죄가 인정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KT 채용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성태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딸의 KT 정규직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무마시켜주는 대가로 KT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 딸이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도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 전 회장의 경우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권성동 의원도 강원랜드 인사팀에 압력을 행사하고 11명을 채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ㆍ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은 채용청탁이 일부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를 부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흥집 전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국회에서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대표적인 법안 중 하나가 심상정 의원이 2018년 5월 발의한 채용절차법 개정안이었다. 심상정의원안은 성별, 출신학교 등 구직자 직업능력과 무관한 기준으로 채용심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담았다. 구직자나 제3자가 채용과 관련해 부당한 청탁이나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면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 법안은 현행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일환으로 특정 성을 우대할 수 있다. 지방대육성법은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이 신규 채용인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행법에는 이미 성별로 차별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권성동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와 장제원 의원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병두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병두의원안은 공직자가 민간인에게 부정청탁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면서도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민간인이나 민간기업에 부정청탁을 하는 행위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

손금주 전 의원이 2018년 4월 발의한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채용발표 후 구직자가 요청할 경우 평가항목별 점수, 순위 등 채용심사 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하면 부정채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구직자 스스로 채용심사 결과를 확인한다 해도 구인자의 부정채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구직자 평가는 주관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평가항목별 점수 등을 공개하면 구직자들이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정미 전 의원은 같은 해 11월 고위공직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직업 관련 사항을 공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직종, 직장명, 취업일, 고용형태, 직위를 공개하고 취업, 이직, 승진, 전보 등 변동 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이 공직을 이용한 부정취업을 할 수 없도록 방지하고 공직윤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놓고 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반론과 함께 공개 내용의 범위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용비리 처벌 특례법 채용비리 막을까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법안을 준비 중이다.

류 의원은 지난 10일 간담회를 열고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채용비리만을 겨냥한 법안이 별도 법률로 발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 의원은 채용비리를 업무방해죄나 뇌물수수 등 다른 법률로 짜깁기해서 처벌하기보다 채용비리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정안은 채용과정에서 성별, 출신지역ㆍ학교, 친족, 지인, 재산 정도 등 직무수행 능력과 관계없는 사실을 토대로 채용하거나 채용하지 않는 행위를 채용비리로 규정했다. 법령이나 정관ㆍ내규 등을 위반해 채용에 개입하고 인사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도 채용비리라고 명시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사진=뉴시스)

그러나 이 같은 채용비리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채용비리를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을 하도록 명시한 만큼 정의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를 들어 인사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는 다양한 해석을 필요로 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별, 출신지역ㆍ학교, 구직자의 친족ㆍ지인ㆍ재산 정도 등 구직자의 직무수행능력과 관계없는 사항이 한정적 열거인지, 예시적 열거인지 문제될 수 있고 직무수행능력과 관계없는 사항이 어떤 내용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도 문제될 수 있다"고 했다.

채용비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용담당부서의 장, 채용담당자 또는 해당 기관에 재직 중인 자로서 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괄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제정안으로는 채용기관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가 청탁을 하고 채용이 이뤄진 경우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제정안은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채용절차에 적용된다. 국가ㆍ지자체 공무원을 채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제정안은 현재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이후 변동될 수 있다.

양승엽 연세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불문하고 법이 적용된다는 것은 타당하지만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양승엽 연구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초안대로 제정안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면 영세 사업장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컨대 A씨가 동네 청년 B씨를 치킨집 사장 C씨에게 소개해 채용이 이뤄질 경우 이는 제정안에서 말하는 채용비리가 된다. 직무수행 능력과 관계없이 채용됐기 때문이다. 양승엽 연구교수는 "채용절차법을 3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용의 자유를 갖는 민간기업에 제정안이 적용되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박지순 교수는 "추천을 받든, 공개시험을 치르든 채용은 전적으로 해당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국가가 채용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차별적 이슈와 관련한 사항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제정안을 도입한다면 적용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게 박지순 교수 분석이다.

제정안은 또 채용비리를 통해 합격한 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구인자는 채용비리 사실을 확인했을 경우 해당 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 이때 해당 입사자 의견을 듣도록 했다.

이 내용은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채용비리로 채용된 입사자가 정작 본인이 채용비리 수혜자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인 부모가 자녀도 모르게 채용청탁을 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박지순 교수는 "채용취소는 채용비리가 없었다면 채용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명백한 인과관계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며 "채용비리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채용된 직원의 고용상 지위를 무차별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채용취소는 결국 해고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은 해고를 할 때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사자 본인도 모르는 일(채용비리)을 이유로 채용을 취소하는 게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귀천 교수는 "근로자 자신이 모르는 행위를 사기나 기망으로 보고 채용을 취소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더욱이 회사가 채용비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채용된 근로자의 사기나 기망이 있었다는 이유로 채용취소를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승엽 연구교수도 "선의의 입사자가 채용취소 당하는 것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으로서 노동법상 일반ㆍ징계해고 어느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채용비리처벌에 관한 특례법 초안 주요내용

형사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직무 중심 채용 시스템 필요"

제정안은 피해자 구제 방안도 제시했다. 채용비리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을 경우 그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전형을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류전형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를 합격한 것으로 보고 다음 전형인 면접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최종전형 단계에서 피해를 봤다면 즉시 채용하도록 했다.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피해범위를 특정할 수 있다면 피해집단을 대상으로 채용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채용비리 행위자 명단도 공개하도록 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행위자 이름, 나이, 직업, 채용비리 당시 소속 회사명과 담당 직무 및 직위, 비리 행위 내용과 방법 등을 공개해야 한다. 명단은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1년간 게시한다.

채용비리를 저지르거나 요구 또는 약속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수에 그친 경우도 처벌한다. 형사처벌 수위를 높게 설정해 채용비리 예방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처벌 수위를 상향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채용비리가 업무방해죄나 강요죄, 배임수재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행위인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귀천 교수는 "강력한 형사처벌 규정이 구인자들에게 위하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기업의 채용의 자유 역시 보장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형사처벌만으로 기업 채용관행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고 직무 중심 채용, 인사관리 체계, 정확한 직무가치 평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최근에도 채용비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올해 상반기 지자체를 상대로 특별감찰을 실시한 결과 채용비리 등 생활 속 불공정행위 5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같은 달 9일 도 산하 기관에서 채용업무 부적정 사례 32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2월 공공기관 1205곳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채용비리 182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민간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은 2013~2015년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채용 대상자 명단이 있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도 채용비리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정기국회 전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현재 제정안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내 논의가 마무리되면 국회 법제실 검토를 거쳐 발의될 예정이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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